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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일하는 땀은 다르다_친구 농활단 01_210331 el treinta y un de marzo el miércoles_тридцать один марш среда

오늘 처음 관리기를 잡아 본 친구와 비교해도 누가 초보인지 알 수가 없다. 신기한 일이다. 10년 경력이 다 어느 공중으로 사라졌는가. 관리기를 제대로 조정하지 못해 발생한 문제일 수도 있다. 그래도 "아침의 친구"와 둘이 했으니 여덟 이랑이라도 성공했다. 20%는 끝냈으니 내일(1일, 목) 중으로 비닐 씌우기는 끝내고, 감자 심고, 배수로에 집수관을 묻는 일까지 금요일 오전에 끝마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천만의 말씀이었다.

 

아침의 친구가 왔다. 31일(수) 오전 9시다. 함께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하다가 9시 반부터 작업을 나갔다. 친구가 없었더라면 하우스 창고에 처박힌 관리기를 빼내지도 못했을 것이다. 시동이 잘 걸린다. 농기계 센터에 전화를 해서 에어 필터에 엔진오일을 부으라는 조언까지 듣고 작업을 시작했다. 햇볕이 너무너무 뜨겁다. hace mucho sol.

 

친구에게 이랑 정리하는 법을 가르쳐 주고 나는 관리기로 비닐 피복을 시작했다. "아침의 친구"는 땀을 비 오듯 흘리면서도 체육관에서 흘리는 땀과는 질이 다르다며 좋아한다.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도 일을 멈추지 않는다.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나는, 집을 네 번이나 왕복하고 나서야 겨우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는데,  그마저도 비닐이 계속 이랑에서 빠지는 바람에 일의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세 이랑을 하고 나서 친구에게 관리기 사용법을 가르쳐 주었다. 둘이 함께 관리기와 괭이를 교대로 쓰면서 작업을 했다. 12시 20분까지 모두 여덟 이랑을 끝냈다. 

 

아침의 친구는 직장 근처의 시골 구석에다 300평 남짓 땅을 마련해서 나무와 채소를 가꾸고 있다. 힘들지 않도록 나무를 많이 심었다. 잘한 일이다. 가난해지지 않기 위해서는 토지의 기반이 있어야 한다. 한 가정이 200㎡ 내외의 땅을 가지고 있게 되면 생존의 근거를 잃을 일이 없다. 생존의 근거가 있으면 언제든 부자가 될 수 있다. 너무 큰 땅을 가지려고 한다면 돈도 많이 들고, 관리도 힘들다. 작은 가원에서 자라는 반려나무와 반려꽃들이 우리를 일어서게 해 줄 것이다. 국공유지를 산업단지나 주택단지로만 사용하지 말고, "한 가정당 200㎡씩 30년 무상으로 시민들에게 임대하는 정책"을 하루 빨리 시행해야 한다.

 

"한낮의 친구"가 도착했다. 어머니께서 질긴 토종닭을 삶아 놓으셨다. 막걸리 잔을 부딪히며 1년 만의 재회를 축하했다. 셋이서 점심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수다가 보통 심한 것이 아니다. 밥상머리에서 시작한 수다가 떠나려고 시동을 걸어놓은, 햇볕에 익어있던 자동차가 시원해질 때까지 뜨거운 햇살 아래서 끊없이 이어진다. 모피아 척결. 아침의 친구를 보내고 1시간을 자다가 다시 밭으로 갔다. 4시 반.

 

관리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몇 가지 수정을 해서 작업이 잘 되고 있는데, 이번에는 엔진이 고장이다. 한낮의 친구는 점화 프러그를 손보지 않으면 절대로 작업이 될 수 없다고 한다. 동감이다. 두 시간이 넘도록 애를 쓴 것이 너무 아까웠지만 기계는 포기하고 결함이 많은 이랑들을 손보기로 했다. 아침의 친구가 땀을 많이 쏟아부은 덕분에 일이 제법 빨리 끝났다. 이랑을 정리하고 휴식을 취한 다음에 감자를 심었다.  둘이서 감자 네 이랑을 심었다. 해가 넘어갔다. 7시 반.

 

다시 관리기를 돌렸다. 돌아간다. 한 이랑 반 정도만 하고 다시 멈춘다. 이제 그만하자. 어머니가 끓여주신 닭죽을 안주삼아 향기로운 인삼주를 마셨다.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고 11시에 잠자리에 들었다. 좁은 방이 뜨거운 열기로 가득하다.

 

히야신스가 튼실하게 올라왔다. 귀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