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히 잠을 깨어 아침 공부를 하다가 8시에 아침을 먹으려고 자리에 앉았는데, 어머니께서 내일 참깨대를 태우시겠단다. 오늘 태워야 한다고 했더니 식전에 해야 바람이 덜 불어서 화재 위험이 없다고 하신다. 바로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신문지를 태워 참깨대를 태웠다. 잘 탄다.
나온 김에 퇴비 뿌리기를 하고 들어가려고 일을 시작했다. 장난이 아니었다. 배가 고프지 않았는데도 허기가 져서 금방 지쳐 버린다. 70%를 끝내고 나서 작업을 멈추었다. 밭둑에 쌓아놓은 비닐과 돌무더기를 옮기고 9시 반에 아침을 먹고 쉬었다. 10시 반에 나머지 퇴비를 뿌리고 밭둑 정리도 끝낸 다음에 샤워를 하고 들어갔더니 어느덧 12시 정말 시간 잘 간다.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음성으로 출발한다.
음성에 다녀오면서 경유와 휘발유 각각 20리터를 28,500원에 사 왔다. 지난해까지 1년 치 기름을 전부 구입해 왔는데, 올해부터는 분기에 한 번 필요할 때 구입하기로 했다. 특히 휘발유는 오래 두고 사용하면 휘발성이 떨어져서 시동이 잘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지만 사용지침에 따르는 것이 좋겠다.
오랜만에 전기자전거 헤르메스를 타고 8km 거리에 있는 금왕 농기계임대센터로 갔다. 짧은 거리인데도 오랜만에 타는 것이라 피곤하다. 체력이 더 떨어진 모양이다. 농기계에 해박한 지식이 있는 직원으로부터 자세한 설명을 듣고 작업에 들어간다. 바로 문제가 생겼다. 도대체 4륜 구동은 "전륜 입"이냐 "전륜 절"이냐. 참으로 한심한 것이 4륜 구동 연결과 4륜 구동 해제로 부착을 해놓으면 될 텐데 이런 것까지 일본 트랙터를 그대로 베껴서 한글은 사라지고 일본식 한자만 살아남는다. 몹시 아쉬운 부분이다.
고랑을 넘어갈 때는 여전히 불안하지만 대체로 편안한 마음으로 아주아주 천천히 작업을 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확실히 작년보다도 작업 기술이 나아졌다는 기분이 든다. 기분탓일까.
4시 40분부터 작업을 해서 7시가 넘어 해가 완전히 질 때까지 작업을 했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 추웠다 hace veinto y hace frio. 라이트를 켜고 더 작업을 하고 싶었지만 내일 아침 일찍 작업을 하기로 하고 철수했다. 저녁을 먹고 메벼와 찰벼의 육묘 값 453,500원을 지불했다. 모판 보증금 115,000원은 모내기 끝나고 반납을 받는다. 내 쌀값은 벌써 10년째 10만 원(20kg)인데, 모든 비용은 올라가기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