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처음 시작할 때는 시간 여유가 많은 것 같아서 풀도 보고 돌멩이도 주워 내면서 여유를 부렸다. 실제로 밭에는 비닐과 부직포 조각들이 아직 정리되지 않고 날아다니고 있어서 몸수의 손길이 필요하다. 지난 주말의 가원의 날에 부직포 걷는 작업을 했기 때문에 그나마 퇴비 포대 옮기는 작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
바람이 워낙 거세게 불어서 hace viento 일을 하기가 싫었지만 일해야 한다 tengo que trabajar. 왜냐면, 기계를 빌렸기 때문이다. 농사일은 아무리 중요해도 닥쳐야 하게 된다. 퇴비 포대를 다섯 개쯤 나르고 났는데, 마늘밭이 이상하다. 바람에 비닐이 벗겨졌다. 헐. 일단 퇴비 열 포대를 나르고 낫으로 개봉해 두고 난 다음에 마늘밭 비닐을 정리했다. 쪼그려 앉아 정리를 했더니 무릎이 아프다. 다시 퇴비를 나르고 낫으로 포대를 열었다. 이런 식으로 세 번에 걸쳐 비닐 정리를 마쳤다. 5미터 단위로 철근을 눌러 두었던 것을 걷어냈었는데, 아무래도 다시 눌러 놓아야겠다.
마늘밭도 다 덮고, 퇴비 51포대를 cincuenta y un 어깨에 걸머지고 고랑을 넘어 이리저리 배분해 두었다. 대여섯 포대만 더 나르면 내일 아침에 밭에 골고루 뿌려주면 되는데, 바람도 차고 몸도 피곤해져서 6시 20분에 일을 접고 집으로 돌아갔다 vuelvo a casa.
돌이켜보면 지난해에도 트랙터 작업을 하기 전에 땀을 뻘뻘 흘리며 밭 정리 작업을 해야 했다. 퇴비 뿌리는 일을 제외하고 미리 일을 해 두었으면 훨씬 여유가 있을텐데, 그러지 못하고 닥쳐서 일을 했기 때문이다. 아무려면 어떠랴 여유 부릴 수 있을 때 부리련다.
어머니의 다급한 전화는 뒤로 하고 스크린 골프장에서 한 게임 치고 놀다가 농원으로 왔다. 아무 일도 없었다. 점심을 먹고 쉬다가 3시 반에 밭으로 갔다. 아무 일이 없으니 더 여유를 부린다. 드디어 농사일의 시작이다.
일요일에 잠을 잘 못 잔 모양이다. 노동의 피로로 9시 반에 그대로 쓰러져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