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이야기/서재

세균의 생존 전략의 뜻하지 않는 부작용으로 인간은 죽어야 한다_총균쇠 04_210211 el once de febrero el jueves

차분하게 읽을 자세만 되어 있다면 지구 1만 5천 년의 역사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즐거운 책이다. 어렵지 않으니 더욱 즐겁다. 아침부터 그리미를 도와 도라지, 고사리, 시금치 나물 세 가지를 만들어 음성으로 출발한다. 역대 가장 쓸쓸한 설날이 될 것이다. 

 

It is a pleasant book that will allow you to look into the history of the Earth's 15,000 years if you are prepared to read it calmly. It's not difficult, so it's more fun. I help Grimi make bellflower, bracken, and spinach namuls in the early morning and go to Eumseong. It would be the most lonely New Year's Day ever.

 

저녁에 모여서는 할 일이 없어서 금왕의 보현암과 광명선사를 다녀왔고, 당근에서 로봇청소기를 5만원에 구입해 왔다. 저녁을 먹고 영화를 두 편 보고 잤다. 아침에 한 시간에 걸쳐 차례상을 차리고, 30분 차례, 30분 동안 정리를 하고 식사를 했다. 영상 통화로 온가족이 세배를 했다. 사람이 적으니 번잡하지 않아서 좋았고, 영상통화로 마구잡이로 대화를 하는 재미도 있었다. 앞으로도 이렇게 하면 되겠다. 제사를 중계 방송하는 것을 잊어버려 못한 점이 좀 아쉽다. 

 

I had nothing to do when we gathered in the evening in Emseong, so we went to Gumwang Bohyeonam and Gwangmyeongseonsa Temple, and bought a robot cleaner from carrot market for 50,000 won. After having dinner I watched two movies, and slept. In the morning of Sulnal, the memorial service table was set in an hour, 30 minutes for a ritual for our ancestors, and 30 minutes after tidying up. The whole family did Saebae - new year's greeting over a video call. It was nice that it was not crowded because there were few people, and it was funny to have free conversations over video calls regardless of remote regions. We will continue like this in the future. It is a little disappointing that I forgot to broadcast the ritual.

 

쓸쓸한 설이 될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스마트폰으로 연결된 세상 덕분에 여러 가지로 즐거웠다.

 

The prediction that it would be a lonesome Sul-nal was wrong. We enjoyed the world connected by smartphone.

 

설날 이후에 총균쇠를 반납하고 났더니 다시 빌리지를 못했다.

 

After Sulnal(the Lunar New Year's Day), I returned 'Guns, germs and steel' and couldn't rent it again.

 

3부 지배하는 문명, 지배받는 문명_210220 el veinte de febrero el sábado_ суббота двадцать

 

11. 가축의 치명적 대가, 세균이라는 사악한 선물

 

총균쇠를 빌리는데 성공해서 계속해서 읽는다. 오늘 샤워를 하면서 든 생각.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일어난 가장 큰 변화 중의 하나는 수건을 사는 일이었다. 지금까지 총 네 번에 걸쳐 수건을 샀는데, 마지막 네 번째에 가장 좋은 수건을 샀다. 회사에 다닐 때는 1년에 많게는 열 장까지도 기념품 수건을 받아 가져오는 바람에 수건이 쓰고도 남을 지경이었다. 해변용 수건과 같은 특수한 용도의 수건 말고는 사지를 않았다. 기념품 수건이 연간 한두 장으로 줄어들자 수건을 사야했다. 세 번의 구매 경험을 바탕으로 네 번째는 두툼하고 넓어서 물기를 닦아낼 때 기분이 좋은 수건을 살 수 있었다. 가족들 모두 만족해 한다.

 

코로나가 1년이 넘도록 대유행을 하는데도 질병과 바이러스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마침 농업재해보험과 농작물재배에 관한 공부를 하고 있는데, 총균쇠에서 농작물의 탄생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읽게 되고, 질병에 대해 정리해 놓은 자료를 읽게되어 더욱 즐거웠다.

 

"오늘날 인류의 건강에서 가장 중요한 몇 가지 쟁점 뒤에는 동물에게서 얻은 인간 질병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중략) 세균들은 무엇 때문에 우리를 죽일 수 있도록 진화해야 했을까? 이것은 특히 알쏭달쏭하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세균이 숙주를 죽게 만들면 자기도 곧 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략 / 세균의 생존은 세균의) 피해자가 얼마나 오랫동안 새로운 피해자들을 감염시킬 수 있느냐, 세균이 한 피해자로부터 다음 피해자에게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되느냐에 달려 있다. (중략) 잘 전파되는 세균일수록 더 많은 새끼를 남길 수 있으며 결국 자연선택에서도 유리해진다. 인간의 질병에서 비롯되는 '증상'들은 사실상 매우 영리한 세균들이 인간의 몸이나 행동을 세균이 전파되기에 알맞도록 개조시키는 과정이 밖으로 드러난 것일 때가 많다.

 

(중략) 우리의 관점에서 본다면 성기가 헐거나 설사, 기침을 하는 것은 '질병의 증상'이다. 그러나 병원균의 관점에서 본다면 병원균을 퍼뜨리기 위한 영리한 진화적 전략이다. (중략 / 숙주인 인간들의 죽음은) 병원균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그것은 세균을 효과적으로 퍼뜨리기 위해 숙주에게 일으킨 여러 증상들의 뜻하지 않는 부작용일 뿐이다." (288~292쪽)

 

세균은 기침, 설사 등 '증상'이라는 방법을 통해 자신의 생존 영역을 넓혀 가려하고, 인간은 열과 면역체계, 진화라는 방법으로 세균에 대항한다. 그리고 이 경쟁의 끝은, 둘 중 하나의 죽음이다. 

 

인간의 분뇨 배설물을 이용한 퇴비를 만들어야 수세식 변기를 사용하면서 만들어지는 물과 폐기물의  발생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세균들은 농부들의 그런 소박한 바램을 이용하여 번식한다. 가축분뇨도 마찬가지다. 구제역이라는 질병도 지금은 소와 돼지에게만 큰 피해를 입히지만 만일 인간으로 전해져 새로운 세균으로 발전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생각만 해도 두려운 일이다. 결국 밀집해 있는 인간과 가축을 최대한 멀리 멀리 떨어뜨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러나 사람들은 도시 그것도 대도시를 좋아한다. 층층이 포개져서 살기를 원한다. 세균들로서는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농경의 발생이 세균들에게큰 행운이었다면 도시의 발생은 더 큰 행운이었다. 전보다 더욱 조밀한 인구가 전보다 더욱 열악한 위생 환경 속에서 살게 되었기 때문이다. 유럽의 도시 인구는 20세기 초에 들어와서야 마침내 자립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이전에는 대중성 질병으로 끊임없이 죽어가는 도시 거주자들을 보충하기 위해 시골의 건강한 농부들이 끊임없이 밀려 들어와야 했다. 세균들에게 또 하나의 행운은 세계 교역로의 발달이었다. (중략) 천연두가 '안토니우스 병'이라는 이름으로 로마에 도달했고, 그 결과 AD  165년~180년에는 수백 만 명의 로마 시민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마찬가지로 흑사병도 '유스티니아누스 병'이라는 이름으로 유럽에 처음 나타났다(AD 542~543년)." (300쪽)

 

guns, germs and steel의 내용이 중요한 이유는, 질병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위키백과를 이용해 나병과 백일해를 검색해 봤지만 그 세균들이 어디에서 인간으로 넘어 왔는지를 밝혀놓지 않았다. 소, 돼지, 개, 닭, 오리에서 기원한 세균들이 불행한 선물이 되어 우리의 생명을 위협했다. 다행히 예방 접종을 통해 큰 위기는 넘기고 있지만 가축과 변려견의 몸에는 여전히 새로운 세균이 번식하고 있다. 이것들이 인간의 몸에서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는 알 수 없으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가축이나 반려동물들이. 준 선물이라기에는 너무 나 큰 희생을 치렀거나 치르고 있는 질병들이다. (302쪽)

이번 장도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잘 정리하고 있다. 결론에 이르는 과정에서 매우 흥미진진한 사례들을 나열하고 있다. 한 명도 살아남지 못한 뉴기니의 웃음병, 2만 명을 거의 전멸시킨 뉴기니의 구루병, 치명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진화한 매독균, 어떤 병균도 주고 받지 않는 벌새와 인간,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1차대전 직후의 인플루엔자, 일부 도시에서 사망률 70%를 기록했던 흑사병 등. 인간은 진화를 통해 서서히 전염병을 이겨내고 있지만 속도가 너무 늦다. 언제고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전염병을 다시 또 만나 큰 일을 치러야 할 지도 모른다. 코로나의 시대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고, 얼마나 많은 희생이 있을지 아직 예측이 되지 않는다. 전파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유럽의 인구와 무기 만으로는 신대륙의 원주민들을 대체하기 어려웠다. 불과 수백 명의 병사들과 성능이 그다지 좋지 않은 총, 말이 수만 명에서 수십 만 명의 원주민들을 대체할 수 있었을까. 그 핵심에는 그들이 가축들과 함께 만들어낸 세균들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병원균은 얄리의 질문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생각을 다시 정리해 보자. 무기류, 기술, 정치 조직 등에서 유럽인들은 그들이 정복한 비유럽인들에 비해 크나큰 이점을 갖고 있었다는 점에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 같은 이점만으로는 애당초 유럽의 소수 이주민들이 어떻게 남북아메리카를 비롯한 세계 여러 지역에서 그토록 많은 원주민들을 교체할 수 있었는지 완전하게 설명할 수 없다. 만약 유럽이 다른 여러 대륙에 이 사악한 선물(유라시아인들이 오랫동안 가축과 밀접하게 살았기 때문에 진화된 각종 병원균)을 주지 않았다면 그러한 일은 일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313쪽)

 

피사로는 사악하고 무식한 살인광이었지만 남아메리카 원주민의 95%를 일부러 도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germ이라는 무시무시하고도 의도치 않았던 무기가 아메리카의 원주민들을 대부분 죽였다. 인디언들을 군대로 죽이고 보호구역에 가둔 미국 이민자들의 행태와는 좀 다른 차원일 것이라고 믿고 싶다. 야만의 역사는 너무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