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유행의 영향으로 미국과 일본, 유럽, 영국의 대규모 양적 양화 quantitative easing가 실행되었다. 2020년 8월 기준으로 미국의 싱크탱크인 애틀란틱 카운슬이 발표했다는 자료에 의하면 2019년 15.4조$였던 quantitative easing 규모가 7.8조$ 늘어나 23.2조$가 되었다고 한다. 불과 8개월 만에 50%가 늘어난 것이다. 돈이 많이 풀렸으니 국민들에게 많은 돈이 돌아갔을까.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다. 각국의 국민들에게 200만 원 남짓의 돈이 돌아갔을 뿐 나머지 돈은 대부분 기업이나 금융권으로 흘러 들어갔다. 왜냐하면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것은 국민이 아니라 기업과 은행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국민들에게 기업과 금융기관이 중요하다는 자본주의의 잘못된 환상을 심어주고 몰래 실행되는 일이다.
자본주의의 핵심은 국민들의 생산과 소비능력이다. 국민들이 생산을 해야 기업이 커지고, 국민들이 소비를 해야 기업의 이윤이 늘어난다. 어떤 특정 기업은 망할 수도 있지만, 생산하고 소비하는 국민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게다가 국민들은 세금을 냄으로써 중앙은행의 quantitative easing의 뿌리를 만들고 있다. 그런데도 quantitative easing의 혜택을 이들 선진국 국민들이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선별지원의 논리로 대한민국의 주인인 국민들은 4인 가구당 100만 원이라는 혜택밖에는 받지 못했다. 2021년에도 마찬가지의 일이 벌어질 것이다.
정부에 대해 끊임없이 기본소득을 제공하라는 요청을 해야 한다. 국민들에게 나눠진 기본 소득은, 은행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뛰어 다니는, 소상공인들이 땀을 흘리는 시장으로 들어간다. 게다가 지역 화폐로 지급되는 기본 소득은 수도권만이 아니라, 대기업만이 아니라 지역의 기업들과 소상공인을 살릴 수 있는 보약이 될 수 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부동산을 소유해야 한다. 부동산은 부자들의 독점 재산이 아니다.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니면 평당 3만 원도 안되는 땅이 널려 있다. 너무 많이 살 것도 없다. 오십 평도 좋고, 백 평도 좋다. 땅을 사서 그곳에 초막을 짓고, 정원을 가꾸고, 농사를 지어야 한다. 굳이 돈을 더 벌기 위해서 밤을 새워 일할 필요도 없다. 작은 땅에서 땀을 흘리다 보면 돈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지고, 필요한 농산물과 건강을 얻을 수 있다. 땅이라고 하니 너무 천박하게 들리니 가원을 소유한다고 다시 말을 바꾸겠다. 우리 가족의 영혼과 육체가 편히 쉴 수 있는 정원을 마련하자. 단 돈 5백만 원도 들지 않는다. 사야 할 땅이 너무 크면 공동으로 구매하면 된다. 가원을 소유하는 사람은 정신과 물질의 측면에서 모두 결코 가난하지 않다.
지주가 되어있는 지금 특별히 좋다는 느낌은 없다. 그러나 태어나서 처음으로 땅을 소유했을 때의 느낌은, 세상을 모두 가진 것과 같았다. 곧 이어서 땅에다 땀을 흘려 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힘들기도 했다. 그러나 땅 위에서 끝없이 일을 할 수 있고, 무언가를 가질 수 있고, 팔 수 있고,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자산 가치도 상승했다. 직업이 없어졌을 때도 직업을 주었다. 목돈이 필요할 때는 팔아서 마련하거나, 담보로 잡히고 저렴한 융자도 가능했다. 무엇이든 가능하게 하는 지위, 그것이 지주다. 많이도 필요 없다. 우리가 사채업자나 일수업자에게 무릎을 꿇는 것은 1억 때문이 아니다. 500만 원 또는 천만 원 때문이다. 능력 있을 때 가원으로 그것을 준비해 두면 최대의 불행은, 돈의 노예가 되는 불행은 피할 수 있다.
Part 2 세계 경제 위기의 진화
6. 혁신이 멈춘 미국 경제
경제학이 그리 어려운 학문은 아니다. 그런데, 왜 어려워지냐 하면 단순한 것들이 몇 가지가 섞여서 단순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quantitavie easing도 마찬가지다. 국민의 세금을 근거로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는 것이다. 중앙은행이 찍어낸 돈을 시장에 던지는 방법은, 국채를 발행하는 것인데, 이 과정이 더해지면 우리눈에 보이지 않기 떄문에 이해하기 어려워진다. 게다가 국채의 이자율이 국제금융시장에서 결정되면, 한국경제가 믿을만하면 이자율이 낮아지는 것이 당연하듯, 역시 단순한 이야기인데도, 화폐발행 - 국채발행 - 이자율 결정 등등이 섞이면 매우 복잡한 것처럼 보여진다. 단순하게 이해하도록 노력하자. 한두 단계만 더 생각하면 된다.
미국의 혁신이 멈춘 배경을 최배근 교수는 차분하게 하나하나 짚어간다. 이것 자체가 공부다.
6-1) 은행의 신용창조 또는 자금 중개 기능이 복원되지 않았다. 대출이 두 자리수 감소하고, 은행 간 대출도 40% 가까이 감소했다. 2010년 한 해 동안 미국의 문제 은행 수는 775개에서 884개로 늘어났다.
6-2) 빈곤의 깊이가 깊고 넓어졌다. quantitative easing으로 풀린 돈은 약자를 위해 쓰이지 않는다. 2009년 현재 미국에서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은 5천만 명이 넘었다(미국의 인구는 3억 명이 넘을 것이다).
6-3)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았다.
6-4) 법정 지출 entitlement spending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사회보장연금, 의료보장 등.
6-5) 미국 정부의 부채에 대한 이자 지출이 늘고 있다. 2009년 현재 매일 10억 달러(1조원) 이상, 연간 4조$(4천조원) 가량의 이자 부담.
6-6) 주 정부의 부채 증가로 사회복지와 교육지원이 축소되고 있다.
6-7) 미국 재정건전성의 우려로,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여, 달러 가치 하락의 압력으로 작용하고, 미국 금융기관의 수익을 떨어뜨리고 있다 : 국채수요 감소(=국채가격 하락) -> 미국으로의 달러 유입 감소 -> 세계시장에서 넘쳐나는 달러 -> 달러화 가치하락 -> 달러의 투자수익 감소 -> 달러를 빌려주는 미국 은행들의 수익감소 -> 은행들의 투자 위축 -> 혁신기업에 대한 투자 위축 -> 미국의 혁신 중지
미국의 경우 정부 채무에 대한 이자 부담이 매일같이 1조원 이상이 발생되고 있는데, 한국의 경우 정부는 부자인데 개인들이 가난하다. 일본의 경우에는 정부는 부채에 찌들어 가난하지만 개인들은 부자다. 경제 상황이 어려워져도 가계는 쉽게 무너지지 않을 정도로 재무상황이 좋다.
최배근은 미국의 주택 가격이 거품 상승 이후 계속 하락하는 것을 미국 경제가 다시 상승하지 못하는 요인중 하나로 꼽고 있다. 이 분석을 우리나라 상황으로 한 번 옮겨 보자.
"2018년 이후 아파트 가격 급등 => 아파트 수요 증가 => quantitative easing으로 이자율 하락과 금융기관의 대출 증가 => (반드시 오게 되는 어느 순간) 이자율 상승 또는 집값의 정체 또는 하락 => 부채 상환 능력 없는 가계의 파산 => 집값 하락 => 금융기관의 대출 축소 => 집값의 추가 하락 => 가계의 구매력 감소 => 실물 경기 위축 => 일자리와 가계 소득 감소 => 주택 수요 위축과 가격 하락" (174쪽을 근거로 한국 사회의 아파트 거품이 실물 경제와 주택 가격에 미치는 영향 추정)
이렇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괴로운 순환구조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혁신을 통한 새로운 일자리와 수익을 창출해 낼 수 있었야 한다. 20세기 말에는 대기업과 국가의 주요 연구소들이 연구개발투자를 확대하면서 새로운 혁신을 이끌었다. 그러나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상황이 달라져 버렸다. 이런 변화가 있을 줄은 몰랐다. 벨 연구소의 규모가 30분의 1로 축소되다니. 수익을 내는 기업들도 사내유보금을 쌓거나 주주 배당에는 신경을 쓰지만 새로운 투자를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2011년도 이야기지만 한국의 2020년의 이야기와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벨연구소는 2001년까지 3만 명을 고용하고 있었지만, 오늘날 1천 명 수준에 불과하다. 종래 혁신 방식이 성과를 만들어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략) 지적재산권의 공동 소유 방식으로 ‘글로벌 연구소’를 확대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스위스, 중국, 아일랜드, 타이완, 인도, 브라질 등과 ‘글로벌 랩’을 공동 운영하는 IBM이 대표적 경우다. 그 결과 미국 내 기업 연구소 규모는 축소되고 있다.” (201~2쪽)
2011년의 분석과 달리 전기자동차가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유럽은 2025년까지 내연기관 자동차를 생산하지 않겠다는 입장까지 내놓고 있다. 전기차의 효율이 높아져서 주행가능거리가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승용차를 전기차로 바꾸는 비용으로 태양광 발전 시설을 확충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3분의 1 가량 축소할 수 있기에 겨우 2%에 불과한 전기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와는 비교가 안된다. 이 문제는 10년 전과 다름없이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바이오 연료를 확충하는 것도 원료인 옥수수를 생산하기 위해서 식량 생산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넓은 면적이 필요하지만 석유 가격의 하락으로 셰일 가스와 마찬가지로 가격 경쟁력이 사라져 버렸다. 그밖에도 녹색산업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닷컴 기업보다 수십 배에서 수백 배에 이르는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 '고수익-고위험'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금융 인프라의 지원을 받기 어렵다. 2011년의 시점에서 미국의 혁신은 매우 어려운 지경이었다.
"미국이 1890년대부터 110년간 유지해 온 세계 제조업 1위 자리가 2010년 말이나 2011년에 중국으로 대체될 것으로 경제학자들은 예상했다. (중략) 애플은 미국에서 약 2만 5천 명을 고용하고 있지만, 애플 제품들을 생산하는 중국의 팍스콘 Faxconn은 그 열 배에 해당하는 약 25만 명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중략) 현재 미국에 필요한 일자리는 중국 팍스콘의 일자리가 아니다. (중략) 수백만 개의 고소득 일자리 만들기만이 건강한 중산층 사회의 복원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능케 한다. (중략) 미국에서 만들어지는 새로운 일자리는 인텔 같은 곳에서 나오지 않고 신생 기업들에서 나온다. (중략) 실업을 축소하기 위해 낡은 산업을 보호하는 것은 축소경제의 길일 수밖에 없다." (208~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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