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이 올해 안에 결혼을 할 것 같다고 한다. 인도 전통에 따라 부모님이 맺어주신 인연을 남편으로 맞이하는 것이다. 결혼도 성인인 자식들이 알아서 할 문제이기는 한데, 이혼율이 너무 높아서 집안에서 중매하고 사귀는 시간을 가진 다음에 결혼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인도 여행이 하고 싶어졌다. 코로나 상황이 좋아지고 충분한 시간이 있다면 수련의 결혼식에도 참여하고 여행도 하면 좋을텐데 말이다.
법정스님이 1989년에 인도를 다녀와서 쓴 책이다. 학교 도서관에서 폐기한 것을 주워다가 읽는다. 너무 오래 전의 이야기라 참고는 되지 않겠지만 생각하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아 추억과 생각을 나누기에는 적당한 책이다. 예전에 하이텔동호회에서 활동하던 분이 니련선하 尼連禪河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선녀의 다른 말인줄 알았는데, 법정 스님의 글에 나온다. 고행의 시기를 끝내고 몸을 닦은 곳이며, 마침내 깨달음을 얻은 강이다.
"29세에 출가해, 수행자가 된 싯다르타는, 그 시절 수행자들이 하던대로 6년 동안이나 극단적인 고행을 했지만 그가 바라던 최고의 이상에는 이르지 못했음을 반성한다. 그러다가 문득, 이 육체를 괴롭힘으로써가 아니라 도리어 체력을 선용함으로써 궁극적인 목표에 이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른다. (중략) 고행을 그만둔 싯다르타는 마을 처녀인 수자타가 공양한 우유죽을 먹고 기력을 회복한다. (중략) 오랜만에 음식을 들고 난 싯다르타는 나이란자나 尼連禪河 강에서 목욕을 하여 몸을 깨끗하게 씻는다. 강가의 언덕 가까이에 한 그루의 무성한 보리수가 있는 것을 본 싯다르타는, 보리수를 향해 공손히 합장한 다음 동쪽을 향한 채 나무 아래에 풀을 깔고 앉는다. (중략) 이 나무의 본래 이름은 핍팔라 또는 아슈바타인데, 부처님이 그 나무 아래서 보리(bodhi, 道)를 이루었다고 해서 보리수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70~2쪽)
편견 덩어리인 자기 자신과 거짓으로 오염된 진리를 손에 들고, 우리는 어떻게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을까. 독재의 그늘에서 해방되었으니 당연한 일인데도 자유로운 의견들이, 자신의 삶을 토대로 하여 나온 의견들이 충돌하는 상황이 걱정이 된다. 그 과정에서 나를 돌아보면, 나도 편견 덩어리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든다. 사실을 말하고, 사익을 추구하되 공익을 해치지 말아야 하며, 자연과 미래에 폐를 끼치지 말아야 하는데 말이다.
"자기 자신과 진리를 등불 삼고,
자기 자신을 의지할 곳으로 삼으라.
다른 사람에게 의지해서는 안 된다.
진리를 등불 삼고 의지할 곳으로 삼으라.
다른 것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 (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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