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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서재

진화하는 것은 유전자가 아니라 ‘유전자 팀’이다_눈 먼 시계공 03_210105 el cinco de enero el miercoles

어제도 오전 오후 각 두 시간씩 네 시간을 흙을 퍼 날랐다. 해야 할 일의 33%를 끝냈다. 앞으로도 이틀은 더 해야  일을 끝마칠 수 있다. 삽질을 하는데도 추위가 느껴지는 것을 보면 날이 추운 모양이다.

 

7장 건설적인 진화

 

1. 돌연변이와 자연선택의 결합은,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것들을 삭제하는 이론만은 아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삭제보다   새로운 것들을 추가함으로써 복잡한 생명을 이끌어내는 방법들이 있다. 물론 삭제 기능도 아름답고 정교한 무엇을 만들어 낼 수 있기에 반드시 냉혹한 것만은 아니다. 마치 조각가가 돌덩어리를 예술품으로 만들어내는 것처럼.

 

[ 서로 적응한 유전자형 Coadapted Genotypes ]

 

2. 배아 발생 과정 자체는 수천 개에 이르는 유전자들이 함께 운영하는 협동사업이다.

 

3. 자연선택의 과정에서 유전자들은 항상 자신들이 포함되어 있는 환경 속에서 번성할 수 있는 능력에 따라 선택된다. 유전자들의 환경은, 그 유전자가 포함되어 있는 세포들 속의 다른 유전자들 즉 유전자 pool이다.

 

4. 유전자는 자신이 진화하는 것이 아니다. 유전자는 오직 세포 속에서 만나는 다른 유전자가 제공한 환경에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는 유전자가 생존하는 데 성공하거나 실패한다. 진화하는 것은 협동 공생하는 유전자 팀이다.

 

5. 수명이 긴 진화단위로서의 유전자는 결코 물리 구조가 아니며, 수세대를 거쳐 텍스트로 보존되면서 복제되어 온 '정보'다.

 

6. 진화의 측면에서 세포의 연속된 분열을 통해 만들어진 세포들이 분리되기보다는 함께 결합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몸이 커질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그리하여 거대한 세포 집단인 사람의 몸이 만들어졌다.

 

[ 군비 확장 경쟁 ]

 

7. 진화가 오랜 기후 변동을 '뒤따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먹이가 되는 생물의 진화는 포식자의 습성이나 무기의 진화를 '뒤따르게' 된다. 역도 성립한다. 매우 느리지만 계속되는 이 개선은, 사냥의 성공률을 높이지는 않는다. 붉은 여왕 효과가 Red Queen Effect 나타나면서 이 진화의 효율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된다. 그러나 진화하지 않을 수 없다. 군비 경쟁과 매우 유사하다.

 

8. 경쟁하는 양쪽의 성패가 같은 내용인 것을 대칭 군비 경쟁이라고 한다. 더 높이 자라려는 나무들이 대칭경쟁을 한다.

 

9. 비대칭 군비 경쟁은 서로 다른 내용으로 진화를 하기 때문에 흥미로운 변화가 나타난다. 진화의 세부 설계는 복잡하고 세련되다. 이 경쟁도 무한히 계속되는 것은 아니다. 한쪽이 멸종하거나 경제 사정(기회비용)이 허락하는 최고 수준에 도달하면 정지된다. 우리 시대의 동물들은 과거에 이루어진 군비 확장 경쟁의 최종 산물이다.

 

[ 결론 ]

 

10. 개체의 몸은 유전자들의 협동 조합이 구축한 각 조합원들의 복제를 보존하기 위한 거대한 '생존 기계'다. 유전자가 진화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 공생하는 유전자 팀이 진화한다.

 

11. 군비 확장 경쟁은 협동이 아닌 진화로, 그 이상 개선된다면 동물 개체에 있어서 경제 비용이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에 안정된다.

 

8장 폭발과 나선 210107 el siete de enero el jueves

 

거실의 가구 배치를 이리저리 옮긴다. TV 받침대를 당근으로 예약해 두었다. 넓고 깨끗하며 적절하게 실내 공간을 활용하고 싶다. 그런데, 버리는 가구는 하나이고, 똑같이 하나의 가구가 들어오니 별 차이가 없다. 당연한데도 아쉽다. 20년을 사용한 소파를 쉽게 버리지 못한다.

 

1. 진화와 관련된 도킨스의 생각 중 하나 : 한편으로 무차별한 비유를 계속하는 태도와 다른 한편으로 많은 실익을 가져다주는 비유에 대해 완고하게 눈을 가리고 있는 태도 사이에서 정확한 의미를 지켜나가는 것이다.

 

2. 긴 꼬리를 좋아하는 유전자와 긴꼬리의 유전자를 같이 소유하게 된다 : 암컷이 긴 꼬리를 선호하는 유전자를 가졌다면 새끼는 긴 꼬리를 가진 수컷의 자손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하여 새끼는, 암컷의 긴 꼬리를 좋아하는 유전자 (집단)과 수컷의 긴 꼬리를 만드는 유전자 (집단)을 물려받아, 한 몸에 가지게 될 것이다. 유전자는 '자기 유전자의 복제'를 선택하도록 작용한다. 또 다른 말로 유전자의 강한 '연대 togetherness' 라고 할 수 있다. 

 

3. 진화를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 : 논의가 진행되는 매 단계는 매우 단순하지만, 이해라는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긴 단계를 거쳐야 한다. 길다 보니 이해가 어렵다.

 

4. 녹색 수염 효과 green-beard effect : 어떤 유전자가 (1) 녹색 수염을 갖게 하고 (2) 녹색 수염을 가진 개체를 돕는 행동을 유발한다면, 이 유전자는 확산할 수밖에 없다. 혈연관계는 비슷한 개체끼리 서로를 돕게 되는, 녹색 수염 효과가 일어나기 쉬운 한 가지 방식이다.

 

5. 정(正)의 피드백 positive feedback : 두 가지 기호군이 있고, 각각 다수파와 소수파로 나누자. 다수파는 짝을 찾는 일도 쉬워지고 자손을 많이 남길 수 있어서 점점 늘어나고, 소수파는 점점 줄어들게 된다. 

 

6. 당대에서 꼬리 길이의 선택은, 모양과 효율이라는 두 측면의 적절한 타협으로 이루어진다.

 

7. 선택의 불일치 : (1) 수컷의 평균 꼬리 길이와 (2) 암컷이 좋아하는 평균 꼬리 길이의 불일치를 말한다.

 

8. 불일치가 점점 줄어드는 경우에는 평형점이 여러 곳에서 생길 수 있다. 가장 가까운 평형점에 도달한다. 부(負)의 피드백 negative feedback이 작동하였다. 

 

9. 선택의 불일치가 점점 커지는 경우는 (2)가 (1)보다 커서 수컷의 꼬리 길이를 계속해서 키운다. 효율을 떨어뜨리더라도 모양을 추구하게 된다. 정(正)의 피드백 positive feedback이 작용했다.

 

10. 안데르손의 긴꼬리천인조 실험 : 긴 꼬리를 자른 수컷보다 자른 꼬리를 덧붙인 수컷이 네 배나 많은 암컷의 선택을 받았다. 긴 꼬리, 화려한 꼬리, 큰 울음소리는 수컷의 영양 상태나 기생충 처리 능력을 말해준다. 이런 수컷들은 암컷의 선호가 높아지기 때문에 positive feedback을 작동시킨다.  

 

11. 오직 Top 20 이라는 이유로 특정 음반을 구매하는 음반 마니아는 공작의 암컷과 마찬가지로 행동하지만 positive feedback과는 다르다. 즉 진화로는 설명할 수 없는 행동이다. 

 

9장 구멍난 단속 평형설_210108

 

우주신으로부터 맥북을 빌려서 손으로 쓰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느낌인지 모르겠으나 이해도와 몰입도가 약간 떨어지는 느낌이다.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살펴볼 것이 있다고 한다.

 

1. 진화 이론 중 '대돌연변이 macromutation' 즉 '도약 saltation'설이 불가능한 이유를 먼저 설명한다. 작은 변화가 아니라 커다란 변화로 진화가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다. 도킨스는 도약론자의 진화이론은 모두 폐기시킬 수 있다고 한다. 1-1), 1-2)와 같이.

 

"대돌연변이, 즉 큰 효과를 가지는 돌연변이가 실제로 일어난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일어나는지의 여부가 아니라 진화에 어떤 역할을 하는가이다. 다시 말하자면 대돌연변이가 특정한 종의 유전자 풀에 결합되는지, 아니면 그 역으로 자연선택을 통해 항상 제거되는지의 여부이다." (375쪽)

 

1-1) 부모가 정상이라면 돌연변이로 태어난 자식은 이 현미경처럼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기가 곤란하다. 그래서 커다란 변화 즉 대돌연변이 macromutation, 도약 saltation은 불가능하다.

 

"(다른 부분은 문제가 없고) 초점이 거의 맞지만 완전하지는 않은 현미경이 있다고 가정하자. (중략 / R. A. 피셔는) 어떤 식으로든 큰 폭의 조정이 이루어질 경우에는 상의 질이 향상될 가능성이 극히 작지만, 현미경 제작자나 사용자가 의도한 최소의 조정 폭보다 미세한 조정이 이루어질 경우 개선될 확률은 거의 정확하게 2분의 1 임이 거의 확실하다." (376~7쪽)

 

1-2) '보잉 747형' 돌연변이는 일어날 수 없지만 'DC8 개량형' 돌연변이는 일어날 수 있다. 747의 모든 부품이 고물상에 존재하더라도 "바람이 불어 아무리 많은 시도를 해도" 747을 그대로 조립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DC8이 있다면 DC8의 개량형 즉 동체를 조금 길게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 DC8 개량형 돌연변이는 뱀의 척추뼈가 하나 증가하는 것처럼 가능한 일로서 수많은 부품이 관여하는 커다란 변화지만 특별히 새롭고 복잡한 장치들을 부착하는 보잉 747로의 변화는 아니다. DC8 개량형은 도약 saltation이 아니다.

 

2. 두 번째로 살펴볼 것은 종의 분화다. 화석 기록이 일련의 진화를 차례로 기록하지 못하고 공백이 생기는 것을 '점진'으로 해석할 것인가 '단속 평형'으로 해석할 것인가가 9장의 주요 주제인데, 앞에서는 도약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주었고, 지금은 종의 분화가 어떻게 발생했는지를 설명한다.

 

선조 종이 있고, 자손의 일부가 멀리 산맥 너머 환경이 다른 곳으로 이주 정착했고, 이 후손들은 사촌으로서 각기 진화를 했다. 진화의 변화가 커지면서 이 사촌들은 교접이 불가능한 상태까지 - 죽거나 불임인 후손만을 생산하는 교접이 이루어지는 상태까지 발전하면 새로운 종이 생겨난다. 다윈이 고민한 불완전한 화석을 해석하는 방법이다.

 

"(다윈) 지질학의 기록은 극히 불완전하며, 이 불완전성이 절멸한 생물과 현존하는 생물을 가장 미세한 변천 단계로 결합시키는 변종의 연속을 발견할 수 없는 이유를 어느 정도 설명해 줄 것이다. 지질학적 기록이 가지는 이런 특성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은 당연히 나의 학설 전체를 거부할 것이다. (중략 / 도킨스) 일반적으로 진화는 우리가 대부분의 화석을 발견하는 곳과 다른 장소에서 일어난다 (중략) 실제 진화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중략 / 지역에서) 발굴을 하고 있더라도 (중략 ) 변화를 추적하려면 그 밖에도 풍부한 화석 기록이 필요" (391쪽 / 진화가 일어나는 여러 지역의 화석들을 종합해야 미세한 변화들을 확인할 수 있다.)

 

진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정체기'에 대해 다윈은 아래와 같이 말했다. 진화는 지질학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을 비교하면서 생각해 봐야 한다. 인간의 시간은 지질학의 시간에 비해 찰나에 불과하다.

 

"많은 종은 일단 형성된 다음에는 결코 변화하지 않는다. 종이 변화하는 기간은 연수로 측정하기에는 무척 긴 기간이지만, 그 종이 같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던 기간에 비한다면 무척 짧을 것이다." (396쪽)

 

9장의 본론에 들어갔는지 안 들어갔는지 알 수 없으나 단속평형론을 주장하는 사람도 결국에는 점진 진화를 말하는 사람들이라고 도킨스는 단언한다. 진화의 속도와 관련해서 왜 자꾸 인간의 속도를 끌어다 놓는 것일까. 속도 불연속 가변설까지 등장한다.

 

"단속평형론자에게 있어서 정체기는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그들이 생각한 정체기는 단지 속도가 매우 느려서 종내 0에 이르게 되는 진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정체기란 단지 진화적 변화의 원동력이 없기 때문에 진화의 공백기가 발생한다는 식의 소극적인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정체기는 진화적 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저항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399쪽)  

 

정체기를 주장하는 단속평형론자들은 진화를 거부하는 강력한 저항 유전자가 있어서 오랜 기간의 정체기가 유지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도킨스는 1) 더 이상 돌연변이가 일어나지 않아 진화가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이거나 2) 현재 상태가 생존에 유리해서 변화를 추구하는 자연선택압이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육종가의 시도는 저항을 받지 않고 늘 성공한다는 것이 주요한 반증 사례이다.

 

"다윈에게 있어서 도약이란 (중략) 대돌연변이라 불렀던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유전학이라는 지팡이를 한번 흔들기만 하면, (중략) 전혀 새로운 복잡한 기관이 갑작스럽게 탄생하는 것을 뜻했다." (404쪽)

 

단속평형설이 신의 창조 또는 진화의 일정 단계에서의 신의 개입설을 옹호하는 이론은 아니다. 진화론의 일부이다. 개체 발생은 계통 발생을 되풀이한다는 논리로 사피엔스가 아메바에서 출발하여 지질학의 시간을 거쳐 진화했다는 것이라 주장한다. 동의가 되어 머리가 끄덕여지면서도 1) 과연 그럴 수 있을까 2) 증거들은 충분할까라는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아마도 도킨스는 이런 태도에 분개할 것이다. 왜 믿으려 하지 않느냐고.

 

"많은 사람들은 단세포의 아메바가 우리의 먼 선조라고 생각하면서도 머리 한구석에서는 아메바와 인간 사이에 놓여 있는 간격을 메우기 힘들다고 여겼다. (중략) 홀데인이 보여 주었던 특유의 수평 사고의 일부를 인용하는 것도 상당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중략) 발생은 분명 진화와는 전혀 다른 과정이지만, 거기에서도 단세포에서 인간으로의 이행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그러한 가능성에 회의를 품는 사람은 그들 자신의 태아 시절의 출발점에 대해 잘 생각해 보면 그 의문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406~7쪽)

 

이 정도로 9장을 끝내자. 점진론을 반대하는 모든 논리는 창조론을 꺼내기 위한 논리다. 신을 개입시키고 싶은 욕망의 표현이다. 다윈은 처음부터 끝까지 신의 개입을 원하지 않았다. 신의 기적이 필요했다면 진화론을 만들지도 않았다. 내 스스로 그런 다윈의 마음을, 논거를 좀 더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해야 할 모양이다. 그런데 도대체 어디에 진화의 증거가 있는 것일까. 다윈이 그리고 도킨스가 그리고 최재천이 확신하는 진화의 증거가.

 

친구가 보내준 무등산 설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