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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서재

너희는 이 세계를 이해하라. 방법을 찾아라_The Varieties of Scientific Experience 04_201228

8강 창조에 반하는 범죄

 

1993년에 전략무기 감축 협정에 따라 미국과 소련은 핵무기를 감축한다. 5만 개에서 2만 개로. 칼 세이건이 이 책을 쓸 때는 냉전의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1985년이라 핵전쟁의 위협이 매우 큰 시절이었다. 그렇다면 지금은. 북한이 가장 최근에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다. 적어도 한반도의 핵전쟁 위험성은 매우 높아졌다.  평화로운 분위기를 만들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이 말하는 전쟁광들이 북한의 정치지도자들이라면 한반도는 어떤 상태에 놓이는 것일까. 끔찍한 일이다. 겁나니까 미군을 통해 우리도 핵무기를 가지고 있어야 할까. 우리가 핵무기를 가진다고 북한의 정신병자들이 핵무기를 포기해 줄까. 더욱 끔찍한 일이다.

 

전통이 조상들이 우리에게 물려준 지혜가 되기 위해서는 세계가 예나 지금이나 같아야 한다. 그런데 산업혁명 이후로 세상의 변화 속도는 너무나 빨라졌다. 한 세대가 쌓은 지혜가 다음 세대의 지혜가 되기도 어렵다. 조상들이 남긴 전통은 더더욱 인류의 지혜가 될 수 없는 시절이 되었다. 변화에 맞춰 새로운 지혜를 갖추기 위해 전통 지혜와 다른 선택을 해야 사피엔스의 생존이 보장될 것으로 칼 세이건은 믿는다. 스스로 파멸할 수 있는 수단을 개발한 인류가 특히 위험하다.

 

신은 우리를 창조하여 세상을 아름답게 다스리라 했는데, 우리는 나와 세상을 파괴할 무기를 손에 들고 자랑스러워한다. 이것은 범죄다. 창조에 반하는 범죄다.

 

9강 탐색

 

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갑자기 인류 멸망에 대해 이야기한다. 핵 전쟁으로 소중한 지구가 더럽혀지고 인류를 중심으로 한 많은 생명체들이 멸망할 것이라고 걱정한다. 그는 1996년에 백혈병으로 죽는다. 핵전쟁의 위협이 조금이라도 줄어들었기에 걱정 없이 죽었을까.

 

"저는 일찍이 스스로가 생애를 바쳤던 세계관이 부적절하다는 사실을 직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면 그 어디까지라도 나아갈 생각이 있습니다." (280쪽) 칼 세이건은 이런 자신의 생각이 인류의 파멸을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한다.

 

인류의 파멸을 막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지혜에 의문을 제기했고, 때로는 커다란 개인적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현재 유행하는 지혜에 기꺼이 도전" (282쪽)한 사람들을 기억해야 한다.  

 

마음을 열고 공감하며 대화와 토론을 통해 우리의 문제를 - 핵 전쟁, 기후 변화 등 - 해결할 방법들을 찾아내야 한다는 칼 세이건의 간절한 요청이 귀가에 생생하게 들리는 듯하다. 진화의 끝이 사피엔스가 아닐 수도 있다. 사피엔스를 뛰어넘는 새로운 지능 생명체가 될 수도 있고, 6,500만 년 전의 공룡처럼 사라질 수도 있다. 지구 위의 모든 오래된 생명체는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겸손하게 마음을 열고 더 넓은 세계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칼 세이건의 계명.

 

"너희는 이 세계를 이해하라. 방법을 생각하라."  (281쪽)

 

질문과 답변

 

과학자로서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자연의 관찰을 통해 오직 귀납법을 통해서만 새로운 개념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은 과학과 철학의 공통된 생각이다. 어디에서 과학과 철학은 갈라지는 것일까. 제1원인일까. 철학하는 일이 쓸데없는 일이 아니기를 손 모아 빈다. 

 

"데모크리토스는 원자론자였습니다. 데모크리토스에 대한 존경심에 있어서라면 세상 누구도 저를 능가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의 모호한 견해들 탓에 옆으로 밀려나는 일만 없었더라면, 즉 서양 문명이 데모크리토스의 통찰을 채택했다고 치면, 우리는 오늘날 훨씬 더 진보해 있으리라는 것이 제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292쪽)

 

우주가 팽창하는데 왜 태양계에는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 것일까. 풍선이 팽창하면 풍선 위의 납작한 작은 점도 희미해지고 넓어진다. 단순히 다른 점들이 멀어져 가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풍선의 팽창과는 다른, 우주의 팽창이란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칼 세이건의 답은 정확한 것일까.

 

"여러분은 풍선의 표면 위에서는 그것이 팽창해 가는 곳을 가리킬 수가 없으니, 그 장소란 바로 다른 차원에 속해 있기 때문입니다." (32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