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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서재

인간은 유일무이한 존재이다. 파멸로 가지 않도록 하자_The Varieties of Scientific Experience 03_201227

매우 독특한 경험이 되고 있다. 삶이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즐거움의 폭이 넓어졌다. 코로나 유행으로 여행을 하지 못하는 가운데 새로운 세계를 만났다. '평행 우주'나 '우주의 구조'는 읽으면서도 뭔 소리인지 알 수가 없어서 답답했는데, 아직까지 이 책은 잘 읽어내고 있다. 

 

5강 외계인 민간 전승 : 종교의 진화에 관한 암시

 

4강까지 거대한 우주와 오랜 시간의 진화에 대해 논하던 칼 세이건은 '고대의 외계인'과 'UFO' '사이비 종교'에 대해서 말한다. 이집트의 피라미드(BC 2000년에서 3000년 사이 건설), 이스터 섬의 거대 석상, 페루의 아스카 평원 그림 등을 근거로 한 고대의 외계인은 없다. 인간의 능력으로 얼마든지 건설할 수 있다. 비행접시는 수백 만 건의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지만 단 한 건의 정확한 증거도 없다. 심지어 달이나 개똥벌레를 착각한 것들도 있다. 인류의 멸망을 예언한 수많은 사이비 종교나 성모 발현을 주장하는 이야기들도 모두 거짓으로 판명되었다. 

 

"(데이비드 흄은) 죽은 사람이 생명을 되찾는 것을 목격했다고 누군가가 내게 말할 경우, 나는 곧바로 이 사람이 속이려는 것이거나, 또는 속은 것이거나, 또는 그가 말한 사실이 실제로 일어나야 마땅한 것인지 가운데, 어떤 것이 더 개연적인지 여부를 스스로 고려해 본다. (중략) 나는 둘 중에서 더 커다란 기적을 거부한다. (중략) 악마의 변호인은 기적이라 주장되는 사건에 대한 대안적인 설명을 제시함으로써 그 증거가 얼마나 훌륭한지 여부를 알아보는 사람을 말합니다." (175~7쪽)

 

칼 세이건은 자연 신학을 natural theology을 통해 현존하는 신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시도를 부질없는 일임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신의 존재를 확실하게 부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현존하는 종교의 신들처럼 존재할 수는 없다. 과학으로 뒷받침된 종교는 그렇다면 어떤 것일까. 광대한 세계와 미시 세계의 모든 아름다움의 근원을 알지 못하니 단순하게 신에게 의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는데 말이다.

 

6강 하느님에 대한 가설들

 

하느님의 존재를 증명하는 모든 시도들은 실패했다. 세상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하느님은 어디에서 생겨난 것인가. 하느님은 제1원인인가. 은하계 중심에서 폭발이 일어나고 수많은 별들이 사라지고 생겨나는 것은 하느님이 제1원인으로 만들어 놓은 우주와는 다른 것이 아닌가. "성서에는 그렇게도 뚜렷하게 왜 세상에는 모호하게 나타나는가." (216쪽) 우주 한 복판에 커다란 십자가를 세워 놓으셨다면 우리들 모두가 쉽게 하느님을 믿지 않았겠는가. 신은 전지 전능하고 자비로우신데 세상에는 왜 악이 존재하는가. 처음에 세상을 만드실 때 아예 천국을 만들어 놓으셨으면 세상에 하느님을 믿지 않는 악마들은, 하느님과는 다른 신을 믿는 무신론자들이 없지 않겠는가.

 

우주는 하느님이 만드셨거나 스스로 존재해서 끊임없이 수축과 팽창을 되풀이 하는 것일까. 우주는 너무 거대한 데 왜 지능 생명체는 우리 뿐일까. 드넓은 우주를 창조하셨으면 그 각각의 세계에 모두 인간들이 살면서 세계를 지배하도록 하셔야 하는 것이 아닌가. 왜 성서의 천지창조는 고작 1만 년 남짓의 시간을 상정하는 것일까.

 

사실 신의 존재에 대해서는 전혀 궁금하지 않은데, 논리 정연하게 생각을 정리해 둘 필요는 있다. 모든 생명과 우주가 신이다. 신이 낸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 인간이다. 인간의 이해가 깊어지는 만큼 우주의 존재는 소중하고, 인간의 유일무구한 존재가 스스로를 파괴하지 않도록 하자.

 

7강 종교적 경험

 

칼 세이건은 이 강연에서 종교가 무엇이고 종교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서 논의하려는 모양이다.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 천문학과 진화론에 대해 한참 설명을 했다. 4강까지의 내용은 그래서 매우 유익했으나 막상 종교 이야기로 들어가자 내용이 진부해진다. 지금부터 35년 전의 강의 내용이니 당연히 그럴 것이다. 다만 모든 종교인들이 이 책을 읽는 것에 찬성한다.

 

약간 하품을 하면서 읽다가 조울증 부분에 가서 눈이 번쩍 뜨인다. 리튬이라니. 조울증을 치료하는 약의 하나로 환자들이 리튬을 복용한다. 아드레날린. 병사들이 부상을 입었을 때 정신을 차리고 응급처치를 하고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약물, 화학분자. 화학분자가 인간의 감정과 행동을 지배한다. 더 나아가서 화학분자가 인간의 종교 경험도 만들어낼 수 있다.

 

"이것을 '시오포린 theophorin'이라고 합시다.  즉 여러분에게 종교적인 감정을 느끼게 해 주는 물질이라는 뜻이지요. (중략) 우리 자신보다 훨씬 더 강력한 힘 앞에서갖게 되는 강렬한 경외와 겸손의 느낌입니다. (중략) 그렇게 함으로써 뭐가 좋을까요? (중략) 사회적 일치 social conformity를 산출하거나, 또는 보다 좋게 표현하자면, 사회적 안정성과 도덕을 공고히 해 줄 것입니다. (중략) 우리가 기도할 때 어떻게 머리를 숙이는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중략) 인간을 포함한 여러 동물 종에서 복종하는 수컷들은 우두머리 수컷 alpha male 앞에서 눈을 내리깔고는 합니다. 루이 14세의 궁전에서는 왕이 지나갈 때마다 신하가 앞서 가면서 이렇게 외쳤습니다. "아베르테즈 레 요 Avertez les yeux! 눈을 내리깔아라!" (238~9쪽)

 

마지막으로 인용된 버트런드 러셀의 이야기도 어렵다. 이렇게 이해한다. 우리 사회가 근거없는 진실들을 거부하게 되면 혁명과 같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거짓과 허위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는 말이다.

 

"어떤 원칙에 대해, 나는 독자들의 진지한 고려를 제안하는 바이다. (중략) 어떤 명제가 진실임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전혀 없는 경우, 그 명제를 믿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원칙이다. (중략) 그런 견해가 일반화된다고 하면, 우리의 사회 생활과 우리의 정치 체제 모두를 완전히 뒤바꿔놓을 수밖에는 없으리라는 점을 시인하는 바이다. 왜냐하면 사회와 정치 이 두가지는 현재로서는 아무런 결점이 없으므로" (24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