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쪽이 넘는 현란한 추리와 말잔치 속에서 계속해서 길을 잃으며 책을 읽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희극'으로 촉발될 수 있는
신앙에 대한 논쟁을 두려워하는
호르헤 수도사의 삶과 죽음이 안타깝다.
1) 장미와 진리는 아름답고,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기에,
장미와 진리는 영원히 아름다울 필요가 없다.
장미는 시들고, 진리 또한 시든다.
소설은, 진리를 보존하려는 사람과 만들어 가려는 사람의 싸움이다.
진리는, 장미처럼 아름다운 것이어서 영원히 지켜내고 싶지만,
장미가 시드는 것처럼, 진리도 변한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쉽지 않다.
이렇게 결론을 내리고 싶다.
장미는 아름답지만 시들고,
장미는 시들었지만 그 이름만으로도 아름답다.
진리는 변할 수 있으며, 끊임없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진리보다 재미있는 것은 상상하는 것이다.
"나는, 사부님이 만물과 지성의 다리 노릇을 하는 진리에는
통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는 오히려 얼마나 다양한 가능성을 생각해 낼 수 있는지를
상상하는 편을 더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하권 21%)
2) 가난은 불행을 초래하며, 부패하지 않은 재산은 권리다.
화형에 처해질 여자와 레미지오의 불행의 근원은 가난이다.
그들이 가난하지 않았다면 반역이나 죄악에 가담할 이유가 없었다.
가난의 원인에 대해서는 논란이 크다.
개인 차원에서는 무능력, 무지, 게으름, 질병, 노환 등이 원인이고,
사회 차원에서는 분배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가난이 심해진다.
가난의 원인에 대해 보다 넓은 안목을 가져야 하며,
약자 때리기를 통해서 편하게 정리해서는 안된다.
한편, 우리들 각자는 부지런하고 성실한 노동과 공부를 통해
가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3) 희극은 권위에 대한 도전에서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