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중국인이야기 1권 : 김명호 지음 / 한길사
류원덴은 안후이 대학 총장과 시난연합대학의 교수를 역임한 고전학자이면서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에 능통했다. 중국 역사에서 '장자'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두 명 반뿐이고, 장자가 그중 한 명이며, 자신이 반명에 속한다고 말하고는 했다.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이 “상대성 이론을 이해한 사람은 이 세상에 12명 정도 있지만 양자역학을 이해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고 했다.
학자 류원덴이 장제스를 혼내는 말속에서 장준하 선생이 떠 오른다.
"(류원덴이 장제스에게) 총사령관이라면 부하들이나 잘 통솔해라. 대학에서 벌어지는 일은 총장인 내가 책임지고 처리한다. (중략) 대로한 장제스가 질책하자 류가 발끈했다. 장제스의 코를 손가락질하며 '어디서 일개 군벌 따위가 ...... '라는 말을 내뱉는 동시에 한 손을 들어 따귀를 후려칠 태세였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장제스의 경호원들이 황급하게 류원덴을 끌고 나갔다." (1권 22% 중에서)
"장준하 선생은 박정희를 자신의 정치 라이벌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셨다. 매우 자존심 상해하셨다. 유신 때, 장선생이 보안사 서빙고 분실에 잡혀 가셨다. 취조실에서 군인들이 장 선생을 때리려고 하자 느닷없이 벌떡 일어나서 군인의 팔을 잡고 때릴려고 했다. 군인이 놀라서 밖으로 나와 상관에게 보고하기를,
'장준하가, 나는 독립을 위해 싸운 광복군 장교인데, 어떻게 나라를 배반하고 민족에 반역했으며 천황에 충성했던 일본군 장교 놈(박근혜 아버지인 박정희) 부하가 어디 감히 광복군 장교를 때리려고 하느냐며, 나를 때리려고 했다'
듣고 있던 윗선이 말했다.
'말은 맞는 말이다.'
풀려나는 아버지를 모시고 서빙고 분실을 떠나려 하자 늘어선 군인들이 장준하 선생에게 경례를 했다."
- 장선생의 아들 장호권 박사가 2012년 9월에 방영된 '나는 꼼수다'에서 한 증언 중에서.
2. 토지 1부 1권 :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1권은 두 명의 연인이야기다. 용이와 월선은 이루지 못할 사랑을 한풀이했지만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한 채 헤어졌고, 별당아씨와 구천이는 어떤 사연이 있는지 알지 못하지만 밤 도망을 쳤다. 사랑은 얻었으되 사는 꼴이 거지꼴이 된 신분을 초월한 사랑의 경과는 알지 못한다.
구구절절이 구수하게 아름다운 문장들이다. 복달이 하는 날 구계리 할머니들이 어떻게 대화를 하나 가만히 들어보았지만 풍부하지 않다. 사라져 가는 문장들이다. 기록해 두었다가 다시 읽으며 써 보도록 해야겠다.
"전라도라 동백산에 실패같은 울 어무니 임으 정도 좋거마는 자식 사랑 그리 없나" - 1권
자식 버리고 사랑을 찾아 떠난 엄마를 그리워하는 노래인데, '실패 같은 울 어무니'가 도대체 무슨 뜻인지를 모르겠다. 잃어버린 화투패 같다는 뜻일까? 경상도 친구들에게 물었더니 가평 출신 친구가 실패와 실이 찍힌 사진을 보내준다. 그 사진을 보고 실패를 다시 생각해 보니, 실은 실패가 없으면 감길 데가 없어서 흐트러지는 것처럼, 실패 같은 엄마가 없어서 실 같은 자식들이 안정을 취할 수 없다는 소리 같다. 21세기에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비유다.
머슴 길상에게 글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라는 당부를 한 구천의 말도 남겨둔다. 별당 아씨와 도망치기 전까지 틈틈이 길상에게 글을 가르쳤던 사람이다. 갑오경장으로 노비제도가 폐지되었으나 생계를 위해 땅과 주인에게 얽매어 있을 수밖에 없던 머슴들에게 꿈을 키워준 것이다. 글을 배우면 자립할 수 있다. 세상 사는 이치를 깨달을 수 있다.
"남과 같이 잠잘 생각 말고 읽었던 글 다시 읽고 썼던 글 다시 쓰고, 그러면 차츰 이치를 알게 되느니라" (1권 77%)
비밀스런 이야기를 함부로 말한다는 뜻으로 쓴 '개 모래 묵듯이 씨부린다'는 말도 재미있다.
30년 만에 숙제를 마친 기분이다. 아직도 갈 길은 멀지만 1권을 다 읽었으니, 언젠가는 2권도 다 읽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