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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우렁이는 살아 있는데 왜 풀밭이냐_200702 el dos de Julio_el jueves_Четверг

새벽 네 시에 눈이 떠져서 화장실을 갔다가 장미의 이름을 읽었다. 반납할 때는 되어 가는데 이번에도 다 읽지 못한다. 만 권의 책이 결집된 것이라 잘 이해하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는다. 여섯 시에 다시 잠이 들어서 그리미의 전화에 8시 반에 잠이 깨어 아침을 먹고 논으로 갔다.

 

너무 늦게 나왔더니 땡볕이다. 라디오도 틀어놓고 장비도 진열해 놓은 다음 일을 하러 출발을 해야 하는데 해가 무섭다. 그늘에서 얼쩡거리다가 용기를 내어 비료 한 통을 어깨에 걸머지고 나갔다. 10분 정도 걸려 다 뿌리고 났더니 땀은 나지만, 더위에 맞설 용기가 생긴다. 다시 한 통을 마저 뿌리고 나서 그늘에서 음료수를 마시며 쉬었다.

 

두 번째 비료 포대를 뜯어서 재빨리 뿌리고 나서 이번에는 푹 쉬었다. 아버지가 물려주신 논매는 장비를 사용해 봤다. 생각보다 힘은 들지 않는다. 효과가 있는지는 다음 주에 와 봐야 한다. 그래도 서서 작업을 하고 모와 모 사이에 있는 풀들만 제거해 주면 되니 허리를 굽혀 일하는 시간이 반 이상 줄어든다. 일단 작업 효율은 수작업보다 좋다. 논에다 잘 세워두고, 허리를 굽혀 모 사이의 풀들을 제거했다. 등짝이 뜨끈뜨끈하다. 무리하면 안 되는데, 2미터 정도를 남겨두고 그만할지 말지를 고민했다. 아니야 계속해야 해. 다 끝내고 나서 쉬려고 하다가 한 가지 일이 더 생각났다.

 

비료를 뿌리고 오다가 부직포를 덮지 않은 곳에 물 구멍이 나서 물이 줄줄 새는 곳을 발견했다. 다행히 좀 높은 곳이라 논물에 큰 변화는 없어 보인다. 이곳을 작업해야 한다. 호미를 씻어 두고 가져오지 않았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맨손으로 처리하기로 했다. 높은 흙을 떠내고 풀밭의 풀들을 뽑아내고 물구멍을 막고 20분 정도 더 땡볕에서 일했다. 다 하고 나니 기분이 좋았는데, 또 할 일이 보인다. 모를 때워야 할 곳이 보인다. 한 줌도 안 나오는 쌀 때문에 모를 때우려는 것은 욕심이라고 하는데, 우리의 경우에 모를 심어두지 않으면 풀이 난다. 악착같이 모를 때워서 풀과 함께 벼를 키워내야 한다.

 

일은 남겨두고 다시 그늘로 가서 선베드에 누웠다. 가지고 온 빵과 음료수로 더위와 갈증을 달래고 누워 잠이 들었다. 지나가는 차들 때문에 잠이 깼다. 푹 쉬었다. 절집 앞으로 마음이를 이동해서 다시 비료 두 포대를 뿌렸다. 더웠지만 해냈다. 논둑의 풀이 빨리 정리해 달라고 야단이다. 충전식 비료 살포기를 빨리 구입해야겠다. 되든 안되든 사서 써 보지 않으면 효과를 알 수 없는 것이다.

 

비료 포대를 정리하고 남겨둔 모를 들고 모 때울 곳으로 이동했다. 20분 만에 모는 다 때웠다. 60% 정도만 뿌리를 내려 줘도 만족이다. 수확은 크게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살아만 다오.

 

그런데, 물구멍을 막으면서 아랫논을 보니 우렁이가 기어 다닌다. 물구멍을 타고 아랫 논으로 내려간 모양이다. 반가운 마음에 뛰어 내려가서 우리 논으로 전부 던져 넣었다. 우렁이는 이렇게 살아서 돌아다니는데 왜 우리 논은 풀밭이지. 그래 내 써레질이 문제였다. 인정해.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점심을 먹은 다음에 암막 커텐을 치고 영화를 두 편 봤다. 미션 임파서블 3, 4편. 다섯 시에는 일하러 나가야 했는데, 5시 반이 되었다. 세차하고 태양 전지판 닦는 것으로 이번 주 일을 마감하였다. 장마기 치고는 일을 많이 했다.

 

 

엄마 잘 지키고 있지? 무서운 아저씨가 있어. 그래도 나는 먹어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