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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기계가 없으니 마음은 여유로우나 몸이 힘들다_200520 las veinte de mayo_el miércoles

어제 el ayer 저녁 2시간 오늘 오전 3시간 반밖에 작업을 하지 않았는데도 온몸이 아프다. 기계로 작업할 때는 16시간을 연속으로 작업을 하는데도 신경은 쓰일 망정 온 몸에 통증이 오지는 않았다. 마음 편한 것이 몸 편한 것보다 낫다고들 하는데, 몸이 힘드니 마음이 편하면 뭐하냐. 그런데 마음이 편하기 시작한 지 20시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홀가분하다.

 

김장용 고무장갑을 챙겨들고 나갔다. 손에 면이 있어서 벗기 편한 고무장갑에 다시 작업 장갑을 끼고 일을 한다. 같이 일을 하는 삼촌과는 달리 똑같은 일을 하는데도 나는 온몸에 흙 범벅이 된다. 손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다 보니 논에서 물일을 할 때는 언제나 손이 축축하게 젖어서 몹시 불쾌하고 불편하다. 그래서 고무장갑을 끼고 일을 했더니 너무 자주 구멍이 난다. 흙일이다 보니 마칠이 심해서 고무장갑이 견디지 못한다.  고무장갑을 끼고 그 위에 작업용 장갑을 꼈더니 이번에는 땀으로 축축해진다. 지난 김장 때 산 내부에 면이 있는 장갑을 꼈더니 좀 낫다. 2시간 반을 일했더니 내부에 습기가 좀 차는 느낌이기는 한데 견딜만하다.

 

어제 저녁에 흑미논과 메벼논의 물꼬를 전부 터 놨더니 12시간 만에 물이 다 빠졌다. 부랴부랴 물꼬를 틀어막고 찰벼 논의 물꼬를 터서 메벼논으로 물을 흘려 보냈다. 물꼬 정리하는데만 30분이 지나간다. 바람이 선선하게 불고 구름이 껴 있어서 힘든 일하기 딱 좋은 날씨다. 메벼논의 논 고르기 작업을 한다. 지난 경험으로 보면 제일 중요한 작업은 깊이 파인 곳에 흙을 채우는 일이다. 논 바닥이 깊은 곳에 심어진 모는 뿌리도 내리기 전에 물 속에 잠기면서 숨을 쉬지 못해 죽어 버린다. 그러면 모 떼우기 작업을 힘겹게 해야 한다. 걱정했던 것 보다는 논의 상태가 좋다. 트랙터가 빠진 곳을 작업하는데 3시간이 걸렸지만 나머지 논바닥이 대체로 만족스럽다.

 

삼촌이 상태가 괜찮은 곳에서 작업을 했는데 흙물도 튀기지 않고 잘 하신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발이 자꾸 진흙 속에 빠져서 걸어다니기가 힘들지 논고르기 작업은 할만하시단다.  세 번을 쉬면서 11시 20분에 오전 작업을 끝냈다. 어머니를 모시고 보건소에 가서 혈압약을 받아 왔다. 점심을 먹고 30분을 누워 쉬었다. 

 

푹 쉬려고 했는데 사진을 찍으러 나갔다가 묻어놓은 급수 파이프가 맨바닥에 드러난 것을 발견했다. 삽과 수레를 끌고 가서 두 수레의 흙을 퍼다가 파이프를 덮었다. 철수를 할 것인지 고민해 봐야겠다.

 

날이 너무 뜨거워 4시 반이 다 되어서 다시 논으로 갔다. 나는 메벼 논 삼촌은 찰벼 논에서 계속 똑같은 작업을 했다. 너무 더워서 그늘에서 쉬다가 잠시 나가서 일하다가를 3차례 하고 7시가 되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일은 제법 많이 했는데, 메벼 논 쪽 가장 심각한 곳은 아직 손도 대지 못했다. 오전 3시간 반, 오후 2시간 반 총 6시간을 일했다. 오전에 작업을 많이 할 수 있었던 것은 날씨 덕분이었다. 오후에는 막판에 허기가 져서 가지고 간 생크림 파이를 두 개나 먹고 나서야 3차 작업을 할 수 있었다.

 

빠지는 논에서 물장화를 빼내려고 애쓰다 보니 양말이 벗겨진다. 그런데 꼭 오른쪽 양말만 벗겨진다. 왜 그럴까 차이를 생각해 보니 왼발은 수렁에서 발을 뺄 때 왼손의 도움 없이는 발을 뺄 수가 없어서 항상 도움을 받았다. 오른발은 대부분 오른손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해결했다. 그러다보니 무리한 힘을 쓰고 양말이 벗겨지는 손해를 입은 것이다. 힘 좀 있다고 더불어 살지 않으면 손해를 본다.

 

저녁에는 영화나 한 편 볼까 고민중이다. once upon a time in america.

 

1917을 봤다. 긴장감 높은 영화이기는 하다. 아무래도 스토리가 너무 약하다. 장면 표현과 분위기를 조성하느라 애쓴 영화다. 잘 봤다.

 

하늘이 가을 하늘처럼 높다. 일하면서 쉴 때마다 하늘 보기가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