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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200522 las diecidos de mayo_el viernes

6시 반에 눈을 뜨고 커피에 케익 한 조각을 먹은 다음에 8시 50분에 아침 식사를 하러 오기로 하고 논으로 갔다. 트랙터가 빠지는 바람에 전혀 손을 쓰지 못한 20여미터의 논바닥에 돋아난 풀을 예초기로 밀어냈다. 여름 내내 이곳에서 풀과 사투를 벌여야 할 것이다. 메벼 논의 앞쪽 라인을 손보다가 3시간 이 훌쩍 지나서 오전 열 시에야 아침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날이 시원해서 일은 할 만 했지만 벌써 5일 째 혹사당한 오른팔이 문제다.

 

열 시가 넘어서 금왕농협 육묘장으로 가서 소담이 묘 70개를 받아다가 메벼논에 내려 놓았다. 모를 먼저 받아 놓았으면 좋았을텐데, 모심는 날 모를 받아오니 마음도 급하고 여유가 없다.

 

이앙기에 올라타서 찰벼논부터 모를 심어 나가기 시작했다. 삼촌의 도움을 받아 12시 반 경에 끝내고 흑미논까지 마치니 오후 한 시가 넘었다. 봉천동 누나까지 오셔서 넷이서 김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식사를 하며 어머니 척추 수술에 대한 논의를 했다. 어찌되었든 4, 5번에 대한 수술은 한 번 해 볼만 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2시 50분이 되어 다시 논으로 나갔다. 오후 5시까지는 이앙기를 반납해야 하는데 과연 가능할까. 메벼 논은 어제 밤에 이앙기가 빠진 것을 구해내느라 잘 골라진 논바닥이 많이 망가져 버렸다. 아침에 3시간이라도 작업해서 약간 상황이 개선되었을 뿐이지 그다지 좋은 상태는 아니다. 몇몇 위험한 구간을 심호흡을 크게 하면서 간신히 간신히 모를 심어나갔다. 찰벼 논과의 경계 논둑 두 곳의 수렁에는 삽과 끌개로 흙을 채울 수 있을 때까지 채운 다음에 모를 심었다. 다행이 빠지지 않고 무사히 끝냈다. 나중애 보니 이앙기 뒤쪽에 붙어 있는 부양장치를 내리지 않고 작업했다. 이 부양장치를 썼으면 마음 편하게 작업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잊지 말자. 부양장치.

 

4시 반이다. 농기계 임대 센터에 전화해서 세차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했더니 내일 아침 일찍 가져 오란다. 농협 육묘장과 금왕 육묘장에 모판을 반납하고 돌아와 이앙기를 끌고 집으로 돌아간다. 금왕 육묘장은 올해로 문을 닫는다고 한다. 농협 육묘장의 소담이 묘는 매우 튼튼하고 좋았다.

 

농원으로 돌아와 한 시간이 넘도록 세차를 했다.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편안하다. 나중에 삼촌이 고압 세척기를 사서 보내 주셨다. 매우 유용한 기계다. 

 

술 한 잔 하고 영화 '엽문 4'를 보고 12시가 넘어서 잤다. 뻔한 스토리가 아쉬웠지만 재미는 있었다. 엽문의 무표정과 소녀의 아름다운 모습이 대비가 되어 보기에 즐거웠다.

 

아내 대신 아들이 차려 준 아침 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