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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질 보다는 양으로, 12시간을 일하다_200519 las diecinueve_el martes

비를 맞으며 써레질을 했더니 hacer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 특히 메벼 논.  무려 12시간을 일했는데. 그래, 질보다는 양이다. 그리고 y 양은 질의 발전으로 이어진다. 어머니가 madre 해 주신 cocina 볶음밥이 너무 muy 맛이 있어서 점심에 이어 저녁까지 잘 먹었다 yo como.

 

오후 6시 10분에 son las seis de la tarde 다시 논으로 갔다 yo voy. 흑미논의 수평을 잡아주기 위해서 por. 작년에는 물이 너무 많아서 모내기 당일 날 이곳의 수평을 잡느라 땡볕에서 정말 힘들게 일했었다 trabajar. 오늘은 hoy 저녁 바람이 el viento 차다. 겉옷을 입어야 할 정도다. 지나던 el va 보리밥집 하는 hacer 농부가 말을 건넨다. 힘든 일을 el trabajo 하느라 애쓴다고 위로해준다.  그 마음이 고마워 웃으면서 대답한다. 물은 많거나 적게 대기는 쉽다. 그러나 pero 적당히 대기가 가장 어렵다 challenging. 생각보다는 수평이 잘 잡혀 있다. 역시 양은 질로 발전한다. '세상의 모든 음악'의 마지막 음악을 들으며 일을 정리했다. 단테의 신곡에 대한 해설을 들으며 9시부터 잠자리에 들었다. 

 

흑미논으로 작업을 하러 들어갔는데 30분 trienta 만에 일을 멈췄다. 물 부족이 심했다. 메벼 논의 물꼬를 빼서 물을 댔다. 30분을 쉬었다. 복숭아 밭 농부가 오리발도 없이 써레질을 하느냐고 묻는다. 끌개로 해야지요. 고개를 저으며 애쓰라고 격려하며 들어가신다. 오며 가며 ir 인사를 건네주시는 것만도 고맙고 gracias 위로가 된다. 물을 받고 어떻게 작업할까 고민하다가 대충 하기로 hacer 했다. 네 번 cuatro 써레질을 하면 좋겠지만 bueno 한 곳에 머물러 있다가는 기계가 빠질 위험이 있다 esta. 부변속 2단 주변속 1단 2,300 rpm(써레질할 때 트랙터의 기본 세팅)으로 신나게 흑미 논을 달려 다녔다. 되도록이면 후진도 하지 않고 직진만. 입구 쪽에 자꾸 흙이 쌓여서 논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면서 흙을 조금이라도 끌고 들어왔다. 마지막 수평 작업할 때 도움이 되었다.

 

5시 반부터 las cinco y media de la manana 정신이 든다. 어제 el ayer 밤 11시에 once 물꼬를 보고 와서 잠이 깨는 바람에 porque 오늘 hoy 작업에 대한 생각이 많아져서 잠을 sueno 설쳤다. 어쨌든 시간이 el tiempo 흐를 것이다. 농사일은 일이 끝나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다 되어서 끝나는 것이다. 오후 3시 반에 작업은 끝내야 한다. 빵과 커피로 아침을 먹고 yo como, 비는 내리지 않지만 비옷을 챙겨 입고 일을 나섰다. 비가 내린다.

 

오전 8시까지 las ocho de la manana 두 시간 동안에 메벼논 정리를 마치고 찰벼 논으로 넘어가야 한다 tener que. 어려운 와중에도 일을 거의 마치고 이제 끝내자고 결심하고 8시에 마지막 바퀴를 돌고 있는데, 트랙터가 논 속으로 잠긴다. 탈출 장치도 듣지 않는다. 반장에게 전화를 했더니 받지 않는다. 낚시터로 갔다. 사장은 늦게 잠이 들어 9시가 되어야 일어난단다. 집으로 가서 yo voy a casa 화장실도 가고 음료수도 마시며 yo tomo bebida 쉬다가 descanso 다시 낚시터로 갔다 yo voy. 고맙게도 얼른 몸을 움직여서 굴삭기를 끌고 논으로 온다. 트랙터를 빼주고 주변 수평 작업까지 해 주고 나간다. 논 입구 정리까지도. 사람들에게 신세를 지고 싶지 않은데 이래저래 도움을 청하지 않을 수 없다. 시골에서 살려면 굴삭기 가진 사람과 친해야 한다. 한 달 전에 인절미 해서 나눠 먹은 것은 참 잘했다. 어머니 덕이다. 절편을 했을 때도 여기저기 하도 나눠 먹자고 하시는 바람에 내가 힘들었다. 일은 해야 하는데, 배달도 가야 하니. 베푸는 손과 일하는 몸이 분리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바로 찰벼논으로 갔다. 10시다. 메벼 논에서 빠진 이유는 물이 부족한 것도 원인이지만 로터리의 작업 깊이가 너무 깊어서다. 그전까지 우리 논이 잘 빠지지 않던 이유는 배수도 좋았지만 무리하게 작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계에 대해 자신이 생겨서 로터리 깊이를 최대로 낮추었더니 트랙터를 받쳐 줄 바닥이 수렁으로 변해 버린 것이다. 5단으로 작업하다가 4단, 4.5단, 5.5단, 6단까지 변화를 줘 가며 작업을 했다. 위기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무난하게 극복할 수 었었다. 비가 엄청나게 쏟아진다. 집중력이 떨어진다. 쉴까 말까를 고민했지만 이 빗속에서 어디에서 쉴 수 있단 말인가. 시간도 없다. 30분 이상 쏟아지던 강한 비가 그나마 잦아든다. 12시 까시 작업을 끝냈다. 두 시간 만에 헐.

 

볶음밥으로 맛있게 점심을 먹고 almorzar 10분 정도 누워 쉬다가 마당에 세워진 트랙터를 살펴 보았다. 이런, 로터리가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었다. 올라가서 점검을 해 보니 일부러 그렇게 세팅을 해 놓았다. 작업자의 안전과 논둑 손상을 막기 위해서 트랙터 몸체는 논 중심부에 가깝게 두고 로터리만 밖으로 튀어나와 작업을 할 수 있게 세팅을 해 놓은 것이다. 이런 설명을 하지 않은 임대 직원이나 살피지 않은 나도 문제다. 어쩐지 논둑 쪽을 작업하는 내내 트랙터가 왼쪽으로 기우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세팅된 트랙터는 반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작업해야 한다. 나는 시계방향으로 작업을 하는 바람에 일이 이상하게 된 것이다. 헐, 일 다 끝내고 가장 중요한 것을 발견하다니. 어쨌든 덕분에 흑미 논과 메벼 논은 정리 작업을 좀 더 잘할 수 있었다. 이게 다 비 때문이다. 정신없이 내리는 비가 차분하게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트랙터 세척작업. 일은 어렵게 대충 끝냈는데 기계는 깨끗이 닦아서 반납해야 한다. 올해는 코로나 지원으로 50% 할인된 88,000원에 빌렸다. 복숭아밭 농부는 기계 빌려 쓰다가 고장을 내 수리비로 27만원을 내야 해서 아까웠단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돈은 내 기계여도 들어갈 돈이다. 아까워할 일이 아니다. 기계는 쓰다 보면 고장이 나고 수리가 필요하다.

 

기계를 반납하고 났더니 마음이 배터리가 방전이 되었다. 어제 밤새 라이트를 켜 놓았던 모양이다. 휴대폰 배터리도 방전이다. 농기계임대센터 직원에게 이야기했더니 충전기를 가져와 시동을 걸어준다. 소농은 농기계임대센터에 기대 살 수 밖에 없다.

 

내년에도 작업을 하기 전에 농사일기를 미리 읽어야 하는데 그럴 여유가 있을까 모르겠다. 매년 한 번도 완벽하게 일처리를 하지 못하지만 똑같은 실수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내야 한다. 로터리 깊이는 적당히, 물도 적당히 약간 적다 싶게, 트랙터 상태를 미리 살펴보고 작업 방향을 결정한다. 올해 써레 작업의 교훈이다.

 

내가 논에서 씨름하는 사이에 두분이 지난 주말에 양재동에 가서 사 comprar 온 치자나무(25,000원), 수례국화(9,000원), 패랭이꽃(5천 원), 군산 삼촌이 가져온 동백나무까지 마당에 심어 놓으셨다. 모내기가 끝나고 나면 치자꽃이 예쁘게 피어 향기를 뿜어 줄 것이다.

 

벌레를 쫓는다 하여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제충국. 예초기로 계속해서 잘라버리는 바람에 전멸할 위기를 수 차례 넘기고 올해도 무사히 꽃을 피웠다. 정원을 가꿀 때믄 예초기를 쓰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