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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서재

부자로서 사회주의자로 살기가 지겹다_미국사 산책 5_강준만_200225 вторник

코로나 19는 치료약이 개발되어 자가 치료가 가능하기 전까지는 비상사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움츠러 들었던 사회가 코로나 19 극복 이후에 더 신나게 돌아가기를 바란다. 신나게 아파트 쇼핑하러 다니는 것은 한국 경제에도 나쁜 일이고, 틀림없이 경제 위기를 가져온다. 정부 대책으로는 투기붐을 막을 수 없는 단계에 왔다고 본다. 대폭락의 시기가 올 것이다. 2, 30대가 집 사기에 나섰고, 중산층에서 손자들 집까지 미리 사두는 상황이므로 수요의 최대치까지 올라갔다고 본다. 아직도 여유 자금이 있을 정도로 잘 나가는 우리 경제가 현재까지의 아파트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대폭락의 시작은 언제일까. 어디에서부터 시작될까. 제2금융권. 강남 부동산 시장. 제3기 신도시 분양. 정부는 더 이상의 대책을 내놓기 보다는 대폭락 이후의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보다 안전하지 않을까. 금융시스템이 붕괴하면 걷잡을 수 없어진다. 은행들이 튼튼하게 버티고 있기는 하지만 모든 개인부채를 감당할 수는 없다. 땅을 팔아야 할까. 이번에 팔았다가 대폭락 이후에 다시 살까. 고민이다. 

 

소설 '강철군화'를 쓴 사회주의자 잭 런던. '무력한 소와 같은 육체노동자'의 운명에서 벗어나려고 '두뇌를 파는' 작가가 되었다. 마침내, 선한 마음을 가진 사회주의자의 꿈을 그린 '강철군화'로 돈방석에 앉았다. 부자가 되고 나니, 어려운 사람들도 도와야 하고, 세금도 열심히 내야 하는 등 사회주의자로서의 삶이 피곤하고 골치 아팠다. 사회당에서 탈당하고, 더 넓은 주택과 더 많은 돈을 추구했다. 그러다가 알콜 중독과 우울증으로, 핵전쟁에서도 자신을 지켜줄 튼튼한 주택에서 외롭게 죽어야 했다.

 

사회주의자는 부자가 되기 쉽다. 넓은 마음으로 상상의 지평을 넓히고, 부지런하게 공동체의 사람들을 위로하고 번영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능력이  뒷받침된다면, 사회주의자는 부자가 되기 쉽다. 그러나 사회주의자의 선한 마음을 잃으면, 추락이 있을 뿐이다. 사회주의자뿐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이 그렇다.

 

잭 런던이 죽을 때까지 자기의 역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면 덜 우울하지 않았을까. 가족과 공동체에 기여하겠다는 선한 마음을 계속 유지했었더라면, 결코 우울할 틈이 없었을 것이다.

 

 

"(잭 런던은 1903년 '나는 어떻게 사회주의자가 되었는가'에서 자본주의 체제의 노동자로만 살다 보면) 어느 날 사회적인 나락의 구덩이가 내 주변에 벽을 쌓아버리고, 내가 그 속으로 끝없이 미끄러져 내려가 맨 밑바닥에서 산산조각이 날 것 같았다. (중략 / 1905년 러시아 혁명이 짓밟히는 것을 보고 '강철군화'를 쓰는데) 이 소설에서 인류에 대한 형제애를 지닌 사회주의자의 환상을 그려냈다. (중략) 독점재벌들이 이윤분배법이라는 아이디어로 특혜받는 노조를 육성해서 노동자를 분열시키고 세계대전이 일어나는 것 등을 내다본 예지력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중략) '강철군화'로 표현되는 과두지배체제는 군대와 민병대, 비밀경찰, 폭력단 등을 동원해 사람들을 탄압하며, 체제와 기득권에 봉사하는 언론과 종교, 학계와 사법계의 폐해 역시 심각한 문제로 그려진다. 

 

(중략) 거부가 된 잭 런던은 호화스러운 생활과 기행을 일삼아 비난을 받았다. (중략) 1913년에는 폭탄이 떨어져도 무너지지 않을 정도로 튼튼한 '늑대의 집'이라는 대저택을 짓기도 했다. (중략) 우울증에 시달린 끝에 알코올중독자가 된 런던은 1916년 1월 사회당을 탕당하고 그해 11월 농장의 침대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중략) 나는 이제 모든 것이 지겨울 뿐이다. (중략) 내가 책을 쓰는 이유는 단지 내 농장을 한 치라도 늘리기 위해서다. 아무튼 내게 주어진 역할은 이제 다하지 않았나 싶다. 사회주의를 신봉하다가 수십만 달러의 손해를 보았다. 때가 오더라도 나는 글렌 엘렌농장에 머물면서 혁명을 저주할 것이다." (15~18쪽)


전쟁. 해야 만 할 상황이라면 해야한다. 일본이나 중국, 북한, 러시아가 우리나라를 쳐들어오는데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는 없다. 전쟁을 막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최우선 정책이다. 어쩔 수 없는 전쟁을 치르는 것은 차선책이다. 해외로 도피할 수도 없고, 공동체에 대한 의무감이 높아서 전쟁터를 회피할 수도 없으며, 체력도 튼튼해서 전쟁에도 나갈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전쟁터에 나감으로써 나머지 가족들의 안전이 보장될 것으로 믿기 때문에 전쟁에 나갈 것이다. 전쟁을 부추겨 놓고 뒤로 도망치는 사람들과는 다르다.

 

그렇지만 아무리 가족과 국가를 위해 죽는 것이지만 삶을 전쟁터에서 맞이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 슬픈 일이다. 그래서 열렬히 평화를 원한다. 레마르크의 소설 '서부전선 이상없다'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그러나 지금에서야 비로소, 나는 알게 되었다. 당신도 나와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나는 당신의 수류탄과 총검과 무기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 나는 당신의 나이와 당신의 얼굴과 우리의 공통점을 생각하고 있다. 용서해주게, 전우여. 우리는 언제나 너무 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다. 왜 그들은 우리에게 당신이 우리와 마찬가지로 당신의 어머니가 걱정하고, 똑같이 죽음에 대해 공포감을 가지고 있고, 똑같이 죽고 고통스러워하는 불쌍한 사람이라는 것을 말해주지 않는 걸까? 용서해주게, 전우여. 당신이 어떻게 우리의 적이 될 수 있겠는가? 

 

(중략 / 강준만은) 흔히 미국 사회를 가리켜 '용광로'라고 하지만, 진정한 용광로는 전쟁이다. 전쟁은 모든 인종과 민족을 전쟁의 주체인 국가라는 유일신에 종속시켜 녹여내는 힘을 가진 괴물이다." (73~8쪽)


헨리 포드와 마거릿 생어에 대한 이야기도 매우 재미있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강준만의 미국사 산책은 모든 지식인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그의 근현대사 산책도 다시 읽기를 시작해야겠다. 매우 재미있었지만 시간을 내지 못했는데, 이제라도 시간을 내자. 아직 죽으려면 멀었으니 열심히 읽고 즐기자.


"포드는 1914년 노동시간을 하루 9시간에서 8시간으로 줄이고 하루 최저임금을 5달러로 인상했다. (중략) 이 발표가 있던 날 포드 공장의 문 앞에는 1만 명의 노동자가 몰려들었다. 당시 동종업체의 평균 임금은 2.34달러였다. (중략 / 인도주의를 싫어하고 자력갱생을 주장한) 그는 여성, 전과자, 장애인 고용에 앞장섰다. 1919년 약 4만 4천명에 달하는 전체 인력 중에서 9천명 이상이 장애인이었다. (중략) 노동조합은 극도로 싫어했다. 

 

(중략 / 마거릿 생어는) 자신의 어머니가 11명의 아이를 낳고 쇠약해져 끝내 48세에 세상을 떠나는 것을 보면서 산아제한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간호사로 일하면서 빈곤의 참상을 목격하고 피임이 사회적 평등으로 가는 필수적 단계임을 확신했다. (중략 / 1931년) 미국인 중에서 마거릿 생어만큼 외설적인 욕지거리로 공격받은 사람은 없었다. (중략) 1960년 미국 식품약품청은 (피임약) 에노비드의 시판을 허가한다. 

 

(생어는 나중에 우생학에 빠져 장애아의 출산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하는 단종정책을 지지하였다. 여성 해방을 위해 섹스의 즐거움을 높이는 대신 인간의 자기 결정권을 wasp의 입장에서 정리하는 우를 범한 것이다.) "(95~105쪽)


범죄에 대한 처벌이 어떤 시점에 이루어져야 하는가 또는 표현의 자유는 어느 수준까지 허용되는가를 설명하는 유명한 말들도 미국사에서 만들어졌다. 19세기 산업혁명이 1870년대 시작된 미국의 산업혁명에 의해서 완성된 것으로 막연히 생각해서는 안될 일이다. 산업구조의 단순한 변동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과 사고, 생활방식이 등장했다. 산업혁명의 시기는 인간혁명의 시기이기도 했다. 프랑스 대혁명만 인간을 생각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산업 혁명도 인간 사회를 유용하게 변하게 했다. 잡스와 마이크로소프트가 현대 문명을 바꿔놓고 있듯이 미국 문명은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21세기가 아시아의 시대가 되기 위해서는 기술이든 철학이든 무엇이 있어야 한다. 유튜브와 스마트폰에 올라 탄 봉준호의 기생충과 BTS의 음악을 넘어서는 그 무엇이 필요하다. 기술과 철학, 예술 더하기 무엇(평화, 반대체제인 남북의 공존공영, 광기어린 교육 등).


"(미국의 사회당 서기장 찰스 솅크는) 1917년 8월 제1차 대전이 (중략) 인간애에 역행하는 악마 같은 행위 (중략) 그는 군의 불복종을 선동한 죄로 방첩법에 따라 6개월 징역형을 받았다. (중략 / 홈즈 판사는) 실질적인 해악을 초래할 만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을 조성 (중략 / 에이브람스는) 미국 군대가 소련을 침공하는 것에 대해 항의하고 군수품공장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에게 군수품제조를 금지하도록 파업을 종용하는 내용의 전단 9천매를 배포해 기소 (중략 / clear and present danger 원칙에서 1보 후퇴한 '위험한 경향의 이론 bad tendency test'을 제시하면서) 군수품 생산의 감소를 가져올 '해로운 경향'이 있다고 보고 유죄판결을 내렸다." (151~3쪽)


1927년 첫 유성영화인 '재즈싱어'가 워너브라더스에 의해 제작되어 성공을 거둔 것을 보고 디즈니는 충격을 받았다. 만화영화의 성공은 소리에 있다는 것을 확인한 디즈니는 십여 편의 영화를 제작하여 대성공을 거둔다. 그러나 돈을 벌지는 못한다. 배급사의 횡포 때문이었다. 그때 디즈니는 소리치며 정의를 주장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돌파구를 마련한다.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할 때 과감하게 전문가에게 맡길 수 있는 용기가 디즈니에게 있었다. 그것이 자본주의의 승리 요인이다. 


"디즈니는 열악한 재정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미키마우스를 캐릭터 상품으로 만드는 계획에 착수 (중략) 1932년 디즈니는 뉴욕의 사업가인 케이멘을 고용해 그에게 미키마우스와 관련된 라이선스 계약 건을 모두 맡겼다. (중략 / 전문경영인의 손에서 추진된 경영 전략으로) 미키마우스 아이스크림 (중략) 1년 만에 30만 달러의 순이익을 올릴 수 있었다. 이후 월트 디즈니는 디즈니사에서 창조한 캐릭터 모두를 상품화시켰고, 그것을 통해 안정된 수입원을 얻을 수 있었다." (307~8쪽)


국가를 국민들이 뜻을 모아 운영하기는 어렵고, 정치가들이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하기는 더욱 어렵다. 예나 지금이나 수단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사람이 생각하는 것은 그다지 다르지 않다. 박근혜의 탄핵은 매우 평화로운 과정이었고, 지금의 정치 과제는, 평화로운 방법으로 국민들을 번영하게 하는 것이다. 동기가 선하고 과정이 평화로우니,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는데도 벌써 행복한 기분이다. 

 

미국사 산책은 한 쪽 한 쪽이 토론의 대상이 된다. 백과사전의 요약본을 보는 느낌이다. 그런데, 한국 근현대사는 물론이고 미국사까지 이렇게 정리를 잘 한 강교수의 생각은, 왜 그렇게 이상하게 변한 것일까? 인간은 자신이 정리한 대로 사는 것이 아니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