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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사는 이야기

변화는 누구로부터 오는가_200107 프또르닉 вторник

어머니를 모시고 목욕탕과 헬스클럽을 다녀오다가 마을 회관에 들러 어른들께 인사드리고 점심 식사를 하고 돌아왔다. 음성에서의 농한기 화요일의 일상이다. 어머니는 발을 디디면 고무 튜브를 밟는 것같은 느낌이라고 하신다. 혈압도 약간 높아서 보건소에서 처방이 더해지고 다음 주에 다시 혈압을 체크해 보기로 했다. 나는 40분을 천천히 달려 7km를 뛰었다. 몸이 개운하다.


집에 돌아와서 카톡을 보니 대학원에 입학한 아들이 6월 말에 열흘 일정으로 미국 학회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한다. 진짜로 가게될 지는 알 수 없으나 우리 아들들의 첫 해외 출장이다. 재미있는 일이다. 내가 일찌감치 은퇴를 해 버리고 나니 우리 집에서 해외출장이라는 단어가 사라진 지 벌써 8년이 넘어가고 있다. 즐거운 마음으로 아들의 출장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특히, 미국 쪽은 한 번도 가족여행을 가지 않아서 1998년 경에 내가 출장을 다녀 온 이후로 거의 20년 만에 가보는 곳이다. 좋은 쪽의 변화된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마을 분 중에 시금치 하우스 8동을 하신 분이 계셨는데 시금치 값이 폭락하고 날이 포근해서 출하를 못하시고 마을 분들이 자유롭게 가져가시도록 하고 있다. 다른 분들이 작업해 오신 것을 한 포대나 나눠 주셨다. 이런 식이면 어떻게 되느냐고 했더니,원래 채소 농사가 그렇다고 한다. 일 년에 서너 가지 작물을 돌려서 하는데 그 중 한 가지만 제대로 수익을 내면 된다고 하신다. 나머지 작물들은 인건비만 건져도 성공이고, 이번처럼 아예 인건비 투자도 못해보고 씨앗값이나 비료값만 날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래도 매년 또는 격년으로 두 세가지 작물에서 적정 이윤을 맞출 수 있다고 한다. 농부들에게는 농사짓는 계산이 다 있다. 


채소 농사로 20동의 비닐 하우스를 운영하시는 분이 있는데, 돈을 참 많이 벌었다고 한다. 그러자 마음이 돌아서 아내와 불화하고 술에 빠져 살다보니 금방 농사가 거덜났다고 한다. 그래서 농사꾼은 가족과 화합해야 하고 술을 자제해야 한다. 어디나 마찬가지지만 부부가 서로 아끼고 착실하게 일하면 괜찮다는 이야기다. 짧은 시간에 이런 이야기들을 들었다.


나는 벌써 고정된 일상을 산다. 일도 취미도 여행도 틀이 생겼다. 틀을 벗어나기 어려워서 때로는 심심하기도 하다. 그런데, 아들들의 세계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일들이 일어난다. 대학원을 가고 출장을 가고 시험공부를 하고 등등. 변화의 주체는 이제 젊은이들이다. 좀 더 멋지고 의미있는 세계가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구상처럼 개성공단 재가동, 남북 철도와 중국, 시베리아 횡단열차 연결, 러시아 가스관 연결 등이 금년 내로 시작되고, 그것에 탄력을 받아 남북정상회담도 열리게 되면 한반도의 평화와 비핵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한반도도 변하고 우리 가족도 변하는 한 해가 되리라. 기대가 된다.


변화는 누구로부터 오는가. 평화를 사랑하고 모두 함께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