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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사는 이야기

2020년을 맞이하며_20200103 뺘뜨니챠

지난 연말 망년회에서 친구가 차를 몰고 놀러 나갔다가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고 해서 배꼽이 빠지게 웃었다. 여러 가지 경험들이 쏟아져 나왔다. 우리는 치매가 아니라 잠깐 실수한 것이다.


작년에 그릴려고 사다 놓은 그림달력은 단 한 장도 그리지 못한 채 책상 위에서 자고 있었다. 확 버릴려고 하다가 '그림 여행을 권함(김한민 지음 / 민음사(2013년)' 이라는 책을 휘익 읽고 나서 바로 그 자리에서 그렸다. 떠오르는 데로, 그리고 싶은 데로. 처남이 십 년 전에 물려준 시계를 배경으로. 흐르는 것은 겸손하라는 쇼다. 흐르는 것이 어디 사람들뿐이랴 (정태춘).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 만이 아니다 (남자 화장실 소변기 앞에서). 




올해는 무엇을 할 것인가? 작년에 세운 계획도 재작년의 신년사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 그래도 매년 해 오던 일이니 해야겠지. 개들도 구름 속의 달이 나왔다고 짖는다.


지난 12월부터 하던 일인데 올해도 계속해야 한다. 그리미와 우주신을 출퇴근시키고, 천재를 위해서 점심을 차리고 함께 청소를 한다. 가스비도 더 들고 시간이 아깝기는 하지만 내가 조금 더 움직이고 돈을 쓰면 아주 조금이라도 가족들이 행복해진다. 그것으로 엄청난 일을 한 것이다.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는 일이 어디 쉬운가. 누군가를 화나게 하는 일은 왜 이리도 쉬울까. 하고 싶은 말은 블로그에다 해야 하는데, 단톡방에다 하기 때문에 그렇다. 블로그를 이용하자. 


생각난 김에 한 마다. 친구가 잘 되는 것도 기원하고 나라가 잘 되는 것도 기원하고 싶은데, 매우 고민스럽다. 친구야, 국회의원은 꼭 되기를 기도할께. 그러나, 제발 그런 선택은 하지 마라. (자한당으로 출마할 지도 모르는 친구가 출마선언을 한 것에 대해 단톡방에다 쓰고 싶었던 말)


예술 활동. 역시 작년 말의 연주가 매우 아쉬웠다. 'Hungarian Dance'는 모두가 박수를 치며 따라하고 싶어지는 음악이다. 그런데, 반주와 음악이 너무 작았다. 빠른 부분에서 스타카토도 완성하지 못했다. 환갑 때까지 완성하기로 했으니 계속 연습할 것이다. 작은 공책을 들고 그림을 그리는 일도 해 보자. 인도 여행에서 성공하지 못한 것이 몹시 아쉽다. 시간이 정말 많이 걸린다. 원하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손이 빨라야 하는 모양이다. 그리는 시간이 쌓여야 그리 될 것이다. 장구도 그렇고 대금도 그렇고 멈추지는 않았지만 휴지기가 너무 길었다. 기타도. 예술 활동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든다.


세계 일주 여행을 준비하는 것. 일단 어학 공부다.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를 공부하기로 했다. 일단 노래 가사라도 하나씩 외워 가려고 했는데, 지난 연말에 반짝하고 열심히 하다가 현재는 중단된 상태다. 다시 시작해야겠다. 아프리카와 라틴 아메리카, 동남아에 대한 공부도 쉼없이 계속해야 한다. 알면 알 수록 더욱 가고 싶어진다. 인도는 알 수록 가기 싫었는데, 막상 가 보니 재미있었다. 특히 물가가 싸 호텔 룸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서 좋았다. 순박한 여인들의 끝없는 대화요구도 좋았다. 영어를 더 잘하게 되면 또 인도에 갈 것이다.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   


여정을 짜는 일도 착수하지 못했다. 여름에 모스크바를 다녀오는 것도 전혀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 1년 내내 미친 듯이 돌아다니는 것 보다 두 세달 씩 끊어서 여행하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퇴직금이 나오는 그리미가 부럽다. 그러고 보면 러시아어도 공부해야 한다. 현지에서 별로 쓸 일도 없지만 이렇게 조금씩 공부하는 것이 재미있다. 기차역에서 슬류댠카로 가는 기차표의날자를 러시아어로 말했다가 틀려서 표를 바꿔야했다. 이르쿠즈크 역의 그녀들이 내 엉터리 같은 의욕을 이해해 주었다. 취소수수료는?


여행의 주제를 잡는 것. 그리미와 나의 은퇴기념 이지만 주제를 잡아도 좋을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는 세계 여행. 어떤 마라토너가 남북 평화를 위해 달렸다. 그가 북한 땅을 달리지 못해서 너무 아쉬웠다. 우리가 세계를 돌며 한반도의 평화를 지지하는 메시지라도 받아온다면 그가 북한 땅을 달리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념과 체제를 떠나서 오직 아름다운 자연을 위해, 내 자식들의 생명을 위해 한반도는 평화로와야 한다. 


농사. 자연에 폐를 덜 끼치는 농사. 논 1,400평과 밭 500평과 정원 100평을 관리해야 한다. 쉴 틈 없이 일해도 부족한 것이 시간과 체력이다. 여러 가지 계획들을 실천하면서 농사까지 짓는 것이 만만찮은 일이다. 가족들을 부르고 포기할 것은 포기하면서 대강대강 해 나갈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열심히 하면 좋은데, 꼭 열심히 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할 수 있는 선에서 열심히 하면 된다. 


무일농원 집 칠하기. 농사철이 시작되기 전에 칠을 해야 한다. 하얀 색으로 할까, 하얀 색에 파란 색으로 할까. 산토리니를 베낄 필요 없이 우리 마을의 색을 만들어야 한다. 노란색, 옥색......  일단 칠을 하고 나면 2년은 두고 보아야 한다. 2월 마지막 주에 착수를 해 보자. 


블로그와 동영상. 필요하면 한다. 새로운 문화에 적응해야 한다. 찍고 편집하는 것까지 가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인데, 한 달에 한 편 정도 생각하자.


이렇게 주욱 정리해 놔도 두 세 달만 지나면 잊어 버린다. 현재라는 시간에 매몰되면 과거와 미래는 잊혀진다. 몰입이다. 그러면 또 시간은 흐르고 추억할 것들이 그만큼 늘어나고 잊어버린 추억들도 늘어난다. 그렇게 2020년이 흘러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