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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사는 이야기

블로그를 계속할 것인가 말것인가_190916 빠니질리닉 понедельник

오래도록 고민하고 이야기를 나누는데도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이 있다. 제1과제, 아이들을 독립시키고 무일농원으로 그리미를 합류시키는 시기. 제2과제, 보다 여유로운 전원생활을 위해 농사짓는 규모를 얼마로 축소할 것인가. 제3과제, 기록을 위한 블로그를 계속할 것인가.  제 1, 2과제는 매년 꾸준히 논의해서 상황의 변화로 인해 자연스럽게 해결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제1과제는 지난 2011년부터 제2과제는 2005년부터 제기된 문제로 해결이 쉽지 않다. 제3과제는 최근 2, 3년 사이에 제기된 문제로 나의 결단만이 필요한 상황이므로 제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쉬운 문제서부터 해결해 나가자.


현황을 살펴보자. 블로그는 농사짓는 상황을 기록하여 매년 농사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한 '농사일기', 책을 읽고 중요한 내용들을 기억하기 위한 '서재', 여행의 기록을 돌아보며 즐거운 기억을 누리기 위한 '여행기'를 중심으로 유지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 꾸준히 기록하다 보니 제법 양이 많다. 처음 시작했던 '파란 블로그'가 없어져 버리는 바람에 아주 오래된 기록들은 사라져 버린 것은 아쉽다. 일부 복구할 수 있는 것들도 '다음 블로그'로 다시 정리를 해야 하는데, 시간을 들일 수가 없어서 거의 사라진 것과 같은 상태에 있다.


개인 블로그를 하면서 좋았던 점은 무엇일까.


블로그에 기록을 유지하면서 스스로 큰 위안을 얻는다. 여행기는 행복을, 농사일기는 도움을, 서재는 깨달음의 즐거움을 준다.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과거의 상황들이 다시 생생하게 되살려지는 즐거움이 크다.



블로그는 훌륭한 소통 수단이다. 우리 가족이 아무리 대화를 많이 하더라도 일상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상황이나 감정들을  전부 대화로 기록할 수는 없다. 대화로 채워지지 않는 많은 이야기거리들이 나는 물론이고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기록과 소통의 즐거움이 있는데도 블로그를 접어야겠다고 고민하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유용성과 효율성에 대한 고민 때문이다.


블로그의 유용성이 기대한 것보다 너무 작았다. 처음 블로그를 운영할 때는 다양한 친구들과의 온라인 교류, 농사 정보 교류, 농산물 판매를 비롯한 여러 가지 수익 활동을 생각했었지만 단 하나도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블로그에 글과 사진은 많으나 가족 이외의 다른 사람에게 유용한 정보는 극히 드물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교류와 소통이 생겨나지 않고 있다. 


글과 사진이 너무 많아지다 보니 의미없는 정보들을 이렇게 잔뜩 만들어 놓으면 세상이 지저분해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다. 세상과 소통하려고 하면 요즘은 동영상을 이용해야 한다. 답답하게 글과 사진이 잔뜩 늘어진 블로그에서는 소통이 일어나기 어렵다.


이런 모든 사항들을 점검해 봐도 확실한 답을 내릴 수가 없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