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에 약간의 장마비가 내렸다. 그 핑계로 오전 8시까지 이불 속에서 뭉그적 거리다가 인스턴트 육계장 국물에 아침을 먹고 천재와 함께 논으로 갔다. 갈 때는 메벼논의 상당 부분 풀을 제거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풀도 많지 않은 데다가 둘이서 일하니 효율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천재에게 논가의 4줄을 맡기고 나는 논 가운데로 들어갔다. 어제 1차 김매기를 하면서 그리 많은 양은 아니라고 판단했었다. 그런데 작업을 하다보니 양이 점점 늘어나는 느낌이다. 메벼논 절반을 물봉선이 점령해 가고 있었는데, 워낙 성장 속도가 느리다 보니 제대로 눈에 띄지 않았던 모양이다. 풀을 뜯으며 정확한 현황을 분석해 보니 제법 많은 양이다. 1시간 20분 동안 지루하고 힘겨운 노동을 이어 나갔다.
허리가 아파서 그늘로 나와 잠시 쉬었지만 선베드를 가져 오지 않아서 편히 쉬지 못했다. 게다가 기온이 제법 높다. 해만 구름에 가려 있을 뿐 기온은 자꾸만 올라가고 있다.
휴식을 끝내고 2차 작업을 했다. 천재가 지루해서 도저히 못하겠다고 해서 30분 정도만 작업을 하고 기운이 빠져 돌아나왔다. 작은 물신을 신어 발이 불편한데다가 고무장갑도 없이 척척하게 부르튼 손으로 일한 천재가 몹시 힘들었을 것이다. 어제 그제 한 일들은 일이 끝나고 나면 재미가 있었는데, 논 김매기는 재미가 없단다. 장비가 좋지 않아서 더 그렇다.
잔치국수로 점심을 먹었다. Donde voy의 가사가 너무 슬프고 안타까워 스페인어 공부를 해야겠다.
오전 작업만 하고 오후에는 쉴 계획이었는데, 혼자서라도 오후 작업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내일부터 쉬게 되니 오후까지 열심히 일해도 괜찮을 것이다. 4시가 되어 논으로 혼자 갔다. 천재는 방학을 맞이하여 해야 할 농활을 다 했다. 선베드를 손에 들고 걷자니 무겁다. 잠깐만 일하려고 물과 수레를 가져오지 않았더니 출발부터 힘들다. 날도 아직은 덥다. 그늘에 도착해서 잠깐 쉬다가 모터를 돌려 물을 채우고 일을 시작했다.
메벼논 입구 쪽을 중심으로 작업을 했다. 풀이 많이 난 곳은 출구 쪽이지만 너무 한 쪽만 하다보면 급한 곳을 놓칠 수 있겠다 싶어서 장소를 바꿨다. 생각보다 풀이 많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40분 만에 일을 끝내고 시원한 그늘에 누웠다. 날이 더워 20분을 쉬다가 어렵게 몸을 일으켰다. 물을 가져왔어야 했다.
이번에는 찰벼논으로 갔다. 예상대로 손을 봐야 할 곳은 중앙의 여덟 줄과 논가의 두 줄이다. 중앙의 여덟 줄을 공략했다. 뒤집어 엎기도 하고 뽑기도 하면서 나아갔다. 제법 일이 많았다. 초반에 뒤집어 놓은 것은 참 효과가 좋았다. 풀이 많이 난 곳은 초기에 작업할 때 무조건 뒤집어 엎어야겠다. 풀을 완전히 잡지는 못하지만 추가 작업을 여유있게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허리가 아파서 돌아가고 싶은 데 5미터 정도만 더 작업을 하자고 눈이 자꾸 꼬신다. 흙탕물이 눈에 튀어 몸도 좀 불편하다. 눈도 된다고 하는데 몸이 안될리는 없다. 힘든 몸을 다스리며 마저 작업을 했다. 어제 오후부터 3타임 8시간을 계속해서 김매기를 했더니 더 피로하다.
일을 끝내고 흙물을 대충 씻은 다음에 선베드에 누워 오분 동안 숨을 고르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지난 사흘동안 열심히 일하며 입은 작업복을 세탁기에 넣고 돌렸다. 다음 주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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