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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감자를 캐고 땅콩밭의 비닐을 열어주고 쥐똥나무를 베다_190625 вторник



어제(24일 월) 일찍 내려와서 일을 하려 했는데, 감기 몸살과 급성 축농증, 인후염이 겹쳐진 상태가 완전히 호전되지를 않았다. 게다가 차 두 대의 부동액을 갈고 관련 부품 수리를 하느라 무려 5시간이 걸렸다. 엎어진 김에 쉬었다 간다고 부천에서 저녁까지 먹고 쉬다가 천재아들과 함께 농원으로 내려왔다.


쉽게 잠들지 못해서 오늘은 7시에 간신히 눈을 떴다. 아침을 먹고 7시 반이 넘어서 감자밭에 들어섰는데, 햇볕이 장난이 아니다. 다행이 오늘 작업할 곳은 그늘진 감자밭이다. 일단 비닐을 제끼는 작업을 하고 나서 감자를 캐기 시작했다.


고슬고슬 잘 캐지고 많은 감자알이 달리기는 했는데, 알이 좀 작다. 그래도 3대가 모여 즐겁게 새참도 먹어 가며 대략 7박스의 감자를 캐었다. 우리 식구가 한 달 충분히 먹을 양이다. 아들이 감자를 나르는 사이에 나는 땅콩밭의 비닐을 배를 갈라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열어 주었다. 그러고 났더니 10시 반이다. 씻고 휴식을 취하다가 점심을 먹고 음성에 다녀왔다.


오후 네 시가 되어 다시 3대가 함께 금왕 하나로마트로 장을 보러 갔다. 이것 저것 먹을 것을 사서 되돌아 오면서 읍사무소에 들려 우렁이 지원금(10만 8천원)을 신청하고 왔다. 작은 돈이지만 올해처럼 우렁이를 두 번 넣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아주 큰 도움이 된다. 농부들이 대접받고 지원받는 세상이니 참 좋다.


집으로 돌아와 쉬다가 오후 6시에 나가 보니 바람이 서늘하게 불어와 일할 만하다. 논으로 갈까 하다가 쥐똥나무 가지치기 작업을 마저 하기로 했다. 예초기를 처음 만져보는 천재가 두려움에 떤다. 내가 먼저 시범을 보이고 천재가 후속작업을 한다. 처음에는 두려움에 떨더니 곧 적응한다. 둘이서 교대로 쥐똥나무 벽치기를 해치웠다. 원래 이 작업만 하고 지붕치기 작업은 내일 하려고 했는데, 일이 너무 빨리 끝났다. 두 사람의 힘은 세 사람의 힘처럼 크다.


내친 김에 쥐똥나무 지붕깎기에도 도전한다. 마음이를 쥐똥나무 옆에 대고 내가 먼저 시범 작업을 한다. 천재가 마음이를 이동시킨다. 천재에게 예초기를 넘기고 내가 마음이를 몬다. 그렇게 교대로 작업을 했더니 금방 해가 지고 8시가 되었다. 지붕깎기도 끝냈다. 기분 좋게 저녁을 먹고 오랜만에 일기를 쓴다.


돌이켜보면 지난 3월 말 이후로 꾸준히 농사에 전념해 왔다. 금토일에는 걷기 운동에 빠져 시간을 많이 썼다. 그러다 보니 몸이 지나치게 혹사당한 느낌이다. 좀 쉬면서 생각도 하고 음악도 해야 했는데 말이다. 이번 몸살 감기는 편중된 노동과 운동의 결과다. 아들 덕분에 노동 강도는 줄이면서 일의 양이 늘었으니 좀 더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행복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