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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2019년 논 김메기 1일차_190626 среда

점심을 먹고 4시까지 쉬다가 천재에게 세 가지 일을 부탁하고 논으로 갔다. 일단 전체 논의 물꼬를 낮춰 두었다. 오후 5시다.


지난 번에 시험삼아 매어 본 메벼 논의 풀은 더욱 자라 있었다. 아무리 내가 헤집고 다녀도 우렁이들이 더 이상 작업을 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논바닥에 풀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 6월 1일이니 약 25일만에 드디어 물밖으로 입사귀를 낼 정도로 뿌리를 뻗었다. 한 달이 걸려야 풀도 큰다.


메벼논에서 왜 풀이 이렇게 많이 자랐는지 알 수 없다. 물높이도 그리 낮지 않다. 결국은 써레질을 좀 더 정확하게 했어야 했다. 로터리 높이가 너무 높아서 충분한 깊이로 갈아내지 못했다. 논바닥이 깊은 느낌이어서 과감하게 로터리를 내리지 못했다. 기계에 부담이 가지 않는다면 3단까지 로터리를 낮춰 일단 깊이 갈아주고 4회 이상 로터리를 쳐 줘야 한다. 그래야 풀이 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논가에서 작업을 하다가 논가운데로 들어갔다. 논의 가운데가 나중에 작업하기 어려우니 먼저 선처리를 해야 한다. 허리가 아프고 손가락이 아파서 작업이 힘들게 느껴질 때까지 풀을 뽑았다. 대략 2시간이 흘렀다. 날이 시원해서 일하기는 좋았다. 그래도 제법 많은 땀이 흘렀는지 귀에 낀 이어폰이 오작동을 한다. '세상의 모든 음악'을 듣지 못했다. 7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각에 논에서 빠져나왔다. 적당하게 힘들다.


집에 도착했더니 데크 받침대도 세우고, 망가진 평상도 완전히 해체해 놓았다. 냉장고의 전원도 연결되어 있었다. 물장갑을 벗고 효소액을 운반해서 냉장고에 채웠다. 지난 4월에 냉장고를 가져다 놓은 후 3개월 만에 드디어 제자리에 놓고 제 기능을 발휘하게 했다. 깔끔해서 좋았다. 저녁을 먹고 와서 점검해 보니 냉이 부족하다. 온도를 영하 5도로 맞춰서 압축기가 돌아가는 소리를 확인했다. 내일 아침에 다시 한 번 확인해 봐야겠다.


저녁은 강황밥 추어탕 집에서 배부르게 먹었다. 몸이 곤하지만 잘 먹고 잘 놀고 열심히 일한 뿌듯한 하루다.


굳이 논 김매기 1일차를 확인해 두는 것은 늦은 모내기가 우렁이 농법에 유리한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확실히 김매기는 20일 가량 늦춰졌다. 더운 날씨에 논의 수평을 잡고 모내기를 해야 했던 것은 부담이었다. 논둑 밟기를 너무 열심히 해서 몸살이 난 것도 참고해 둘 일이다. 일의 적당한 선은 어디인지 찾아야 한다. 과잉으로 일할 필요는 없다. 물론 다이어트를 위한 운동이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