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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시원한 아침 공기 속에서 풀을 줍다_190701~03

1일 월요일. 그리미가 감기를 시작했다. 옮긴 모양이다. 여름 감기인데 지독하다. 무거운 마음으로 농원으로 내려왔다. 논에는 물이 말라 있었다. 너무 더웠다. 물을 댈까 하다가 기왕 이렇게 된 것 좀 더 말려 보기로 했다.


점심을 먹고 무슨 일을 할까 고민했는데, 너무 날이 더우니 일하러 나가기가 무서웠다. 6시가 다 되어서야 예초기를 매고 밭으로 갔다. 밭둑의 풀을 베는데 날은 무디고 풀은 거칠어서 잘 베어지지 않는다. 8시가 넘어서 해가 질 때까지 밭둑의 풀을 거의 베었다.


2일 화요일. 어제 저녁에 향악당에서 차 열쇠를 분실하는 바람에 아침 일을 포기하고 헤르메스를 타고 마음이를 가지러 가야 했다. 상쾌한 아침 공기가 자전거 타기에 좋았다. 예상대로 지갑과 트럭은 그대로 있었지만 열쇠는 찾지 못했다. 이동 동선이 아주 뻔한데도 찾지 못한 것을 보면 누군가가 주워서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음 주에 회원들에게 공개적으로 물어봐야겠다. 예비키가 하나 있어서 문제는 없다.


음성에 다녀와서 다시 밭둑으로 갔다. 예초기로 베고 난 나머지 부분의 풀을 손으로 뽑기 위해서다. 옥수수가 자라고 있어서 예초기를 함부로 돌리지 못한 곳이다. 감자를 캘 때까지만 해도 옥수수나 풀이 그리 번성한 것같지 않았는데 2주 사이에 많이 자랐다. 길가를 중심으로 해서 호미를 이용해 풀을 뽑았다. 뿌리가 깊은 것들은 제대로 뽑아내기 어려워 풀이 자라면 다시 예초기를 돌려야 하는 모양이다.


부직포를 덮은 곳은 대체로 풀이 없는데, 그래도 부직포를 밀고 올라와서 큰 풀들은 엄청난 규모로 자라 있다. 길가 쪽 네 줄의 풀을 제거하는게 즐거웠다. 일한 효과가 금방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격려가 필요없다. 효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면 그것이 격려다.


3일 수요일. 6시에 일어나서 빵으로 간단하게 요기를 했다. 어제 저녁에 동생이 사온 재료로 어머니가 싸 주신 김밥을 안주로 하여 소주 한 잔을 마시고 잤더니 배가 든든하다. 어제 다 못한 참깨밭의 김매기를 한다. 서서 걸으며 작은 풀들을 뽑다가 크게 자란 풀들은 앉아서 호미로 제거해 주었다. 아직 뿌리를 완전히 내리지 않은 풀들은 마치 줍는 것처럼만 힘을 주어도 풀이 쑥쑥 뽑힌다. 시원한 아침 공기 속에서 풀을 줍는다. 


논에는 가지 않고 물만 틀어서 채워 두기로 했다. 어차피 물이 적어서 김매기는 불가능하다. 다음 주에 와서 논에 물을 충분히 채운 다음에 일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예초기를 꺼내어 정원의 풀을 베었다. 꼭 한 달만이다. 풀이 마구 자라 있다. 얼른 베어 주었다. 배수로도 천재가 정리한 것처럼 깨끗하게 정리하고 싶은데, 몸이 피곤하단다. 아침 작업 2시간이 알차게 흘렀다. 모든 작업복을 세탁기에 넣고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