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먹고 논으로 갔다. 찰벼논에 물이 잘 찼다. 다시 메벼논으로 물꼬를 돌렸다. 오늘 하루 종일 물을 채우면 우렁이를 넣을 수 있을 것이다. 흑미논으로 향하는 물꼬도 더 텄다. 거의 물이 늘지 않아서 걱정이 되었다. 약한 논둑을 이리저리 밟아주다가 밭으로 갔다.
두 분이 벌써 참깨 북주기를 열심히 하고 계셨다. 제일 짧은 줄 두 개를 잡고 해 나갔다. 계속되는 노동으로 허리가 아파서 자주 일어서서 허리를 풀어야했다. 허리를 풀지 않아도 힘들지만 계속해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어머니의 허리가 좋지 않다는 방증이다.
두 분이 참깨 북주기를 마무리 하는 동안에 부직포 덮기를 시작했다. 여섯 줄 정도 남았는데, 남아있는 부직포가 거의 없다. 이리저리 뒤져서 넝마같은 부직포들도 전부 가져다 덮었다. 표시를 해 두었다가 버릴 것은 버려야 할 모양이다. 정말 오래 썼다.
9시가 못되어 일을 마친 어머니가 들어가시고 아버지와 나는 부직포 덮는 작업을 계속해서 열 시 경에 일을 마쳤다. 너무 배가 고파서 빵과 우유를 먹고 논으로 갔다. 흑미논으로 가는 물이 여전히 적어서 물꼬를 더 텄다. 찰벼논 위쪽에 약해진 논둑을 밟아주고, 메벼논의 논둑도 밟아 주었다. 한참을 논둑을 밟고 있자니 땀도 나고 무릎도 시큰해진다. 일은 그다지 힘들지 않은데 무릎에는 무리가 가는 모양이다. 11시가 되자 해가 뜨거워 집으로 돌아와 이른 점심을 먹고 쉬었다.
오후 2시에 면세 가스가 있다는 대영주유소로 갔다. 없단다. 장호원 말고는 면세가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이 현재로서는 없다. 성본리 우렁이 농장으로 갔다. 주인장과 안부 인사를 나누고 우렁이를 받았다. 매년 35kg이 넘게 우렁이를 받다가 겨우 30kg을 받으니 양이 적지 않을까 걱정은 된다. 우렁이 농법을 시행하는 농장들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인증이 취소되기 때문이다. 써레질을 열심히 하고 시기를 맞춰 우렁이를 넣어야 하는데, 초기 제초제를 하게 되면 유기 인증이 취소되고 우렁이 농법을 포기하게 된다.
3시에 논에 도착해서 장화를 갈아신고 우렁이를 열 줌씩 비료 살포그릇에 옮겨 담아 논의 이곳 저곳에 나눠 넣었다. 메벼논에 물이 적어서 제일 나중에 넣었다. 찰벼논은 우렁이를 넣으며 논둑 작업도 이곳 저곳 해 나갔다.
마지막으로 메벼 논 작업을 하면서 엎드려서 논둑작업을 했더니 못 보는 사이에 개미들이 몸으로 침투한 모양이다.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난다. 지르텍을 먹고 약을 바르니 가려움증은 덜한데 몸이 보기 흉하다. 몸무게를 쟀더니 70.9kg이다. 한창 일할 때는 68kg까지 빠지는데, 작년에는 70kg 아래로 내려 가지는 않았다. 올해는 어떨지 궁금하다. 겨울에는 74kg까지 살이 오른다.
아버지가 허수아비 두 개를 가지고 나오셨다. 메벼논과 찰벼논 양쪽에 하나씩 설치했다. 작년에는 허수아비가 움직이는 것을 중시했는데, 올해는 기둥에 부딪혀 찢어지지 않게 하는데 역점을 두어 설치했다. 뱅글뱅글 바람따라 심하게 흔들린다.
두 시간 가까이 지나니 우렁이들의 움직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제법 활발하게 움직인다. 우렁이를 넣으면서 보니 논의 높은 곳, 즉 물이 차지 않았던 곳에는 벙긋벙긋 풀이 싺을 틔워내고 있었다. 손이 닿는 물가 쪽은 휘저어서 없앴는데, 논 가운데의 높은 곳에는 열심히 풀이 크고 있을 것이다. 우렁이들이 부지런히 먹이 활동을 해 주어야 한다. 잘 할 것이다.
하늘 높이 나르는 오리들이 걱정이 되어 빨간불이 반짝이는 경광들을 가져다 설치했다. 효과가 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세차를 하고 저녁을 먹었다. 이번 주도 일을 참 많이 했다. 하루 8시간 이상 노동을 했다. 다른 때 같으면 일 마치고 휴가를 가야 할텐데, 두 분의 기력이 예전같지 않아서 그러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도 건강하시니 일할 수 있는 것도 행복이다.
헤르메스를 타고 부천으로 가는데 5km 지점부터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다행이 바닥은 아직 젖지 않아서 탈만하고 비도 더 이상 굵어지지 않는다. 고가도로 밑 도로를 택해서 약간의 비는 피할 수 있었다. 벚나무 아래를 통과할 때도 이슬비 정도는 피할 수 있다. 참으로 고마운 나무다. 소맥 한 잔 마시고 푹 잤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여행객 7명이 사망하고 19명이 실종되는 대형 참사가 벌어졌다. 헝가리와 우리 정부가 신속하게 대응은 하는데, 날씨가 좋지 않아서 생명을 살려내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어쩌자고 충돌사고를 내고, 사고 처리도 하지 않고 계속 운행을 했는지 우크라이나 크루즈 선장의 행동이 세월호 이준석 선장을 떠올리게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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