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망설이다가 시원하게 일하다_190527~28 프또르닉

어제(27일) 일찍 내려와서 논둑을 밟거나 모 떼우기를 하려고 했다. 비가 내려서 시원하게 기분좋게 내려왔으나 부모님의 만류로 일은 나갈 수 없었다. 말리시지 않았더라도 비를 맞으면 18도의 차가운 날씨에 일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게다가 계속 내리는 비로 논둑이 약해져 있기 때문에 논둑밟기도 하지 않는 것이 좋았다. 그래 푹 쉬자. 그제(26일 일) 한울빛도서관에서 소래산 입구까지 왕복 3시간 반 동안 6개의 봉우리를 오르락내리락 하느라 몸이 몹시 힘들었던 모양이다. 그래 쉬자.


오전 6시에 일어나 아침을 먹지 않고 나가려고 했는데, 누룽지죽을 끓여 주셔서 그것을 먹느라 7시가 다 되어 논에 도착했다. 제법 많은 비가 내렸는데도 논에 물은 거의 차지 않았다. 모심은 지 나흘 밖에 되지 않았으니 뿌리가 잘 내렸는지는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 그래, 그냥 두고 지켜 보자. 


제일 먼저 논에 물을 댈 수 있도록 걷어 두었던 부직포 호스를 깔았다. 왔다갔다 하느라 시간은 잘 간다. 모터를 돌려서 물을 틀어보니 제법 물이 많이 나온다. 하루 종일 내린 비가 지하수위를 많이 올려 놓은 모양이다. 다행스런 일이다. 우리 논을 제외하고는 모든 논들의 모가 힘을 받은 모습이다. 우리보다 5일 정도 빨리 심은 윗논도 거의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모내기를 하고 뒷정리를 해야 할 일이 많다보니 곳곳에서 일을 해 달라고 손짓한다. 무엇부터 해야 할까. 제일 하고 싶은 일은 모 떼우기다. 깊은 논의 모들이 제대로 심어져 있지 않아서 손으로 심고 싶다. 주저하다가 흑미논으로 들어가서 모 떼우기를 했다. 다 하고 났더니 한 귀퉁이가 살아나는 느낌이다. 작년의 경험에 비춰보면 모가 크지 않은 상태에서 모 떼우기를 하면 물에 잠겨 금방 죽는다. 따라서 모뗴우기를 하려면 모가 어느 정도 자라서 물 높이를 이겨냈을 때 해야 한다. 그래, 이 정도만 하자.


두 번째 할 일은 논둑 점검이다. 논에 물을 채울 때 여러 구멍에서 물이 새는 바람에 논둑이 물러 앉았다. 그런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물을 채우기 전에 논둑을 충분히 밟아주어 곤충들과 쥐, 드렁허리가 파 놓은 구멍을 주저 앉혀야 한다. 흑미논에서 시작해서 메벼논으로 이어지는 긴 논둑을 차례로 밟아 나갔다. 지난 번에 새던 곳이 여전히 약하다. 약한 부분들을 서너번씩 왕복하며 단단하게 밟아 나갔다. 날은 시원한데 논둑을 밟으며 뛰고 있으니 땀이 약간 흐른다. 


9시까지 두 시간 작업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음성에 다녀왔다. 2주만에 자전거를 타고 왕복 25km를 탔다. 확실히 기분전환이 된다. 양버즘나무의 그늘이 참 시원하다.


3시 반에 돌아와 잠깐 눈을 붙였다가 4시에 밭으로 나갔다. 아직도 참깨 북주기를 끝내지 못했다. 아버지가 건강하셨으면 금방 끝내셨을텐데, 30분 이상을 일하시면 심한 기침이 나기 때문에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신다. 이제 밭농사도 온전히 내손에서 끝내야 한다.


처음 시작은 부모님과 함께 시작했다. 30분 만에 아버지는 들어가셨다. 그래도 큰 도움이 된다. 어머니는 아픈 다리를 끌고 계속 일을 하신다. 쉬셔도 아프고 일해도 아프니 일하고 아프신 쪽을 택하신단다. 어느 병원으로 갈 지 아직도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부직포를 깔았다. 4개의 이랑을 깔고 나서 다시 참깨에 북을 주었다. 어머니가 들어가시고 해서 저수지 너머로 사라진 상태에서 조용히 30분을 더 일했다. 어두워지고 가로등불이 들어왔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집으로 돌아와 소주 한 잔을 하며 저녁을 먹었다. 어머니의 여윈 다리를 주물러 드렸다. 함께 해 주셔서 고맙다. 웃기지 않는 웃기는 소리로 모자의 정의 나눴다. 인간은 죽을 때까지 일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맞는 생각일까.


아시아나의 델리 노선이 7월에 폐지된다고 한다. 갑자기 인도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