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더위였다. 일도 쉽지는 않았지만 뜨거운 태양에 그대로 노출된 상태로 일했다. 온몸을 옷으로 둘러싸고 얼음 조끼도 입었지만 몸의 열기가 금방 오른다. 30분 작업하고 5분 쉬고를 반복해야 했다. 그나마 오전 7시부터 9시 반까지는 새벽 공기가 시원해서 일할 만했다. 찰벼논의 모내기가 가장 쉬었다.
아침을 먹고 10시 20분에 흑미논으로 갔다. 깊은 곳에 높은 곳의 흙을 떠서 이앙기에 실어 옮겼다. 매우 좋은 방법이었는데, 뜨거운 태양의 열기가 일을 방해한다. 4포대씩 3차례 옮기고 나면 논을 벗어나 온몸에 샤워를 하고 그늘에서 쉬어야 한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다시 내딛어 같은 작업을 반복한다. 아버지가 언제 시원한 얼음과 얼음물을 가져올지 자꾸만 기다려진다. 그렇게 열 두 차례 흙을 옮기고 나서 다시 모를 심었다. 일부 깊은 곳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더 이상은 무리다. 이 정도에서 멈추고 모를 심기로 했다. 사후 처리를 하려면 이앙기 한 차 당 반나절 정도의 노동을 해야 할텐데. 어쩔 수 없다.
어렵게 흑미논의 모내기를 끝내고 메벼논으로 갔다. 12시 반이다. 새참으로 싸온 빵은 먹을 수도 없다. 끊임없이 물만 찾는다. 가지고 온 물이 또 떨어졌다. 아버지가 언제 오실까. 두 번 왕복하고 10분 쉬고를 반복했다. 아버지는 오시지 않는다. 오후 2시 50분에 모내기를 끝냈다. 세차 호스를 연결해 이앙기를 씻었다. 찬물이 튀고 있으니 몸의 온도가 떨어진다. 갈증이 좀 가신다. 아버지가 오셨다. 호스를 아버지께 넘기고 그늘로 도망가서 물을 마시고 또 마셨다.
물을 마시고 좀 쉬다가 모판을 정리했다. 모판을 정리하고 나서 흑미논의 빈 곳을 떼웠다. 한 평 남짓. 아버지께서 집으로 돌아가시고 다시 세차 호스를 받아서 이앙기를 씻는다. 물 속에서 이루어진 일이라 닦아내야 할 흙덩이가 장난이 아니다. 열심히 세차를 했다. 4시가 넘어서야 간신히 세차가 끝났다. 이앙기를 옮기고 나서 모판을 마음이에 실어 농장에 가져다 두었다.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 입은 다음에 이앙기를 마음이에 싣고 농기계 임대센터로 갔다. 5시 반이다. 매우 고마운 조직이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다시 하고 작업복의 흙을 털어내고 물장화를 씻었다. 작업복들은 전부 세탁기로 보냈다. 세차를 했다. 깨끗해서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는데, 지친 몸으로 일을 하다보니 힘이 든다. 어머니가 가져다 주신 카페오레 한 잔이 큰 힘이 되었다. 저녁을 먹고 잠시 쉬다고 부천으로 출발.
잘 자라다오. 애미 잃은 새끼 고양이 네 마리가 전부 집으로 돌아왔다. 기쁜 일이다.
'사는이야기 > 농사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가 그렇게 내렸는데도 논이 마르다니_190529 쓰리다 (0) | 2019.05.29 |
---|---|
망설이다가 시원하게 일하다_190527~28 프또르닉 (0) | 2019.05.28 |
모판을 옮기고 논을 고르다_190523 뺘뜨니차 (0) | 2019.05.23 |
바람이 차고, 하늘은 푸르다_190522 среда (0) | 2019.05.22 |
써레 없이 로터리만으로도 써레질을 할 수 있다_190520~21 (0) | 2019.05.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