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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비가 그렇게 내렸는데도 논이 마르다니_190529 쓰리다

6시 50분부터 참깨 북주기와 부직포 깔기 작업을 하고 있는데, 8시 경에 이웃 사람이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간다. 인사를 드렸더니 논이 말라서 물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한다. 월요일에 비가 왔는데도 물이 부족하냐고 물었더니, 물을 대면 금방 물이 차오르는데 조금만 방치해도 물이 마른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 논도 마찬가지겠구나.


10시까지 목표한 3개의 이랑 북주기를 마쳤다. 부모님과 함께 시원하게 작업했다. 논으로 갔다. 엇, 생각보다 논이 더 말라 있었다. 어제 아침까지 논에서 작업을 했으니 불과 12시간만에 더 물이 증발한 것이다. 빈 논일 때는 물이 잘 마르지 않는데, 모를 심고 나면 식물의 증산 작용에 의해 물의 소모가 빠른 모양이다. 그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공동 관정에 갔더니 펌프가 돌고 있다. 위에서 물을 대고 있는 모양이다. 호스를 연결하고 물을 살짝 틀어서 약하게 물이 흐르도록 했다. 찰벼논은 약하게만 물을 대도 하루 정도면 물이 찰 것이다. 위쪽으로도 물이 잘 나가기를 바라며.


우리 펌프 두 개를 돌려서 메벼논에도 물을 댔다. 물을 끌어올리는데 제법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을 보니 어제의 지하 수위와는 또 다른 모양이다. 하루 종일 내린 비가 겨우 하루를 버틸 정도 밖에는 되지 않는 모양이다. 다음 주까지 비가 내리지 않는다 하니 이틀 동안 열심히 모터를 돌려야 할 모양이다. 흑미논은 더 많이 말라 있었다. 어제 아침에 작업할 때와는 완전히 딴 판이 되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제부터 물을 댈 것을. 모가 뿌리를 잘 내리게 하기 위해서 물을 덜 쓴 것인데.


찰벼논의 약 한 평 정도의 모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물이 말라서일까. 매우 궁금하다. 남아있는 모를 이용해 보충을 해야 할 모양이다. 휴식시간에 어머니 병원을 예약했다. 일단 척추협착증과 관련해서 예약을 했다. 우렁이 농장에도 전화를 해서 내일 오후 3시에 우렁이를 가지러 가겠다고 했다. 새끼우렁이를 잘 섞어주었으면 좋겠다.


점심을 먹고 쉬다가 오후 4시에 밭으로 갔다. 거의 끝이 보이는 참깨 북주기 작업을 한다. 지나가던 농부가 참깨가 잘 나왔다고 칭찬한다. 힘이 된다. 사실 꼭 그런 것도 아니지만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에 작은 격려가 큰 힘이 된다.


작업을 하는데 어머니가 어제 옮겨 심은 참깨가 살아 있느냐고 묻는다. 어디에 심은 지를 모르고 대충 훑어보니 모든 참깨들이 싱싱하기에 잘 살고 있다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금방 미소를 지으시면 좋아하신다. 참 기특한 것들이라고.


일손을 빨리 놀리시고 이랑 끝에 오신 어머니가 실망하시며 "전부 시들어 가고 있다." 내가 잘못 본 모양이다. 작물이 잘 자라주는 것은 자식들이 잘 자라주는 것만큼이나 즐거운 일이다. 농부들이 우리밭 옆을 긴장된 표정으로 계속 왔다갔다 하는 것은 모가 잘 자라고 있는지 열심히 확인하러 다니는 것이다. 돌아올 때 표정이 좋으면 분명히 모가 잘 활착을 했기 때문이다.


부직포가 부족해 보인다. 이제 제초매트 70cm x 200m를 주문해야겠다. 두 개 주문해 보자. 6시 반이 되어 밭일을 마치고 너무 배가 고파서 우유와 빵을 하나 먹고 논으로 갔다. 예상대로 공동관정의 물은 끊겨 있었다. 그래도 9시간 만에 큰 논에 물이 제법 고였다. 우렁이들이 활개치며 돌아다닐 정도는 아니지만 모들이 위험할 지경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공동관정은 다른 논에 양보하고 우리 펌프 두 대를 메벼논에서 찰벼논으로 돌려 놓았다. 밤새 물을 받으면 우렁이들이 작업하기 좋을 정도로 물이 찰 것이다. 새지 않기를 바란다. 혹시 넘칠 것에 대비해 메벼논으로 향하는 배수로의 높이를 맞춰놓았다. 눈짐작으로 해서 정확한지는 알 수 없다. 흑미논이 많이 말라서 메벼논에서 작은 배수로를 만들어 놓았다. 조금씩이라도 물이 흘러들어서 완전히 마르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내일이면 논과 밭의 급한 작업이 끝날 것이다. 그후로도 계속 작업이 이어져야겠지만 말이다. 감자잎이 약간 말리는 느낌이다. 월요일에 비가 왔는데도 완전히 해갈되지 않은 모양이다. 아버지는 딸기와 마늘쫑도 따시고 고추 아래잎들도 전부 훑어 내셨다. 일을 끝내려 해서 그렇지 돌아보면 할 일은 끝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