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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써레 없이 로터리만으로도 써레질을 할 수 있다_190520~21

저상용 트랙터도 2년 동안 빠지지 않고 써레질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올해부터 트랙터가 자꾸 빠지는 이유는 분명하다. 내 잘못이 있었다. 초보농부에게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고, 교과서에도 없는 이유 때문이다. 지난 2년 동안 우렁이 농법을 위해서 써레질을 잘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튼튼했던 논바닥이, 트랙터의 무게와 트랙터의 바퀴를 잘 받아 주었던 논바닥을 무르게 만들어버렸다. 써레질을 잘하기 위해 로터리를 아주 낮게 0에서 3까지 내리고 작업을 했기 때문이다. 로터리는 모를 심을 수 있을 정도로 가볍게 5, 6단 정도로만 내리고 써레질을 했어야 한다. 그러면 저상용 트랙터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논바닥이 단단하다. 지난 10여 년 동안 우리 논의 논바닥은 단단했다. 마무리로 수평을 잡을 때는 7단 정도로 높게 마무리해야 한다. 한 번 물러진 논바닥은 수많은 세월이 흘러야 자연의 무게로, 중력으로 다시 단단해 질 수 있다. 아니면 장기간 휴경을 하든지. 과연 이것을 아는 농부가 있을까. 이런 내용을 알고 있는 농부는 전달하려고 노력했을까. 농업기술센터의 전문가들은 알고 있을까. 알고는 전달하려고 했을까. 내 손으로 써레질을 못하게 된 지금의 상황은 매우 아쉽다_210618  

 

아쉽게도 써레없이 저상용 트랙터로 논써레질은 3년 만에 포기했다. 트랙터가 자꾸 논바닥에 빠져 버린다. 하우스나 밭작물에 사용하는 저상용 트랙터라서 논에는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천 평을 농사짓는 소농으로서는 트랙터를 살 수가 없다. 군에서 운용하는 농기계 임대센터에는 수요가 많은 하우스용이나 밭 작업용 저상 트랙터만을 빌려준다. 소농들은 그저 텃밭 농사나 지으라는 것이다_21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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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 반이 다 되어 농기계임대센터에 도착했다. 먼저 비료살포기를 달고 집으로 왔다. 찰벼논에는 16개의 유박퇴비와 2개의 복합비료를 뿌렸다. 시간에 대한 압박만 없으면 좋을텐데, 다시 임대센터로 돌아가서 로터리를 달고 나와야 한다. 처음에는 그 압박때문에 빈 비료 포대를 대충 쌓으며 작업을 했다. 그것이 오히려 더 작업을 더디게 했다. 그래서 비료 포대를 정리하면서 작업을 했더니 훨씬 마음이 안정되고 작업도 별 차이없이 진행되었다. 메벼논(유박퇴비 25포와 비료 3포)과 찰벼논의 비료를 잘 뿌리고 다시 흑미논(유박 2포 비료 1포)의 비료를 살포해야 하는데, 그만 잊어버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비료살포기를 깨끗이 씻어서 반납한 시간이 5시 반이다. 로터리를 달고 달시 논으로 돌아왔다.

 

먼저 물이 새는 메벼논의 가장자리를 작업했다. 임시 조치를 했지만 근원이 되는 논 가장자리의 구멍들을 메워야 하는 것이다. 총 8바퀴를 돌면서 수평작업의 가능성 여부도 점검해 보았다. 안되는 일도 아니겠다. 예전에는 써레나 오리발도 없이 수평 작업을 했었다. 이제 과거로 돌아가면 힘은 들겠지만 말이 안되는 것은 아니다. 7시 반까지 찰벼논의 절반까지 작업을 했다.

 

21일(화) 오전 5시 40분에 잠을 깨어 빵과 커피로 요기를 하고 바로 논으로 가서 로터리를 치고 수평을 잡아나갔다. 일은 단순하다. 전진, 회전, 전진, 회전의 반복이다. 아주 가끔 후진을 하고. 이 단순한 작업을 하는데도 시간이 쏜살같이 흐른다. 매순간마다 집중해서 논과 기계를 바라보아야 한다. 9시가 다 되어서야 찰벼논의 작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 아침식사를 했다. 어차피 오후 4시까지는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기 어려울 것같아서 아침 식사를 좀 늦게 든든히 하기로 했다.

 

식사를 마치고 트랙터에 기름을 넣고 메벼논으로 갔다. 물이 많았다. 반장네 논과 흑미논의 물꼬를 텄다. 작업은 매우 더디고 시간은 빨리 흐른다. 12시가 되어 메벼논의 일차 로터리 작업이 마무리되고 수평잡기 작업만 남았다. 그 전에 어제 뿌리지 않은 유박퇴비 두 개를 흑미논에 뿌렸다. 그리고 나서 흑미논의 로터리 작업을 했다. 물이 좀 많다. 흑미논의 물꼬를 터서 물을 빼내었다. 그리고 나서 흑미논의 수평작업을 완료했다. 오후 2시가 다 되어간다. 어제 깜박했던 유박 퇴비 2포를 맨손으로 뿌렸다. 제법 시간이 걸렸다. 로터리 작업시간이 30분 줄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늘에서 준비해 온 빵과 따뜻한 물로 새참을 먹었다. 새로 작업할 논 보다는 이미 작업을 끝낸 찰벼논과 흑미논으로 눈길이 자꾸만 간다. 잊을 것은 잊어야 하지만 앞의 작업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있어야 새로운 작업을 잘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메벼논으로 들어가서 대각선으로 높은 흙을 끌어와 낮은 곳에 채우는 방식으로 작업을 했다. 원래 3시까지 작업을 마무리하고 트랙터 세척작업을 하려고 했다. 아직은 아니다. 한 시간 더 연장해서 작업을 하기로 했다. 오후 3시 50분이 되어 작업을 끝냈다. 전체 논에 한 두 번 정도 더 작업을 하고 싶지만, 원래 농사일은 일이 끝나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다 되어 끝내는 것이다. 어제 2시간과 오늘 9시간, 총 11시간이 걸려 논 로터리 작업과 수평작업을 완료했다. 비료 살포는 작업시간 1시간 이동과 교체시간 90분  합계 두 시간 반이 걸렸다. 이틀에 걸쳐 13시간 반의 실 작업 시간과 약 2시간의 휴식 시간을 가졌다.

 

절집 관정으로 트랙터를 끌어내어 펌프를 돌려 기계를 씻기 시작했다. 2인치 파이프에 끼워서 사용하는 세차호스를 하나 마련해야겠다. 맞다. 그것이 있으면 훨신 강력한 수압으로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5시 10분까지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세차를 완료하고 임대센터에 도착했더니 5시 40분이다. 아슬아슬한 삶이다.

 

여섯 시 10분에 논으로 돌아와 흑미논에 복합비료 한 포대를 뿌렸다. 바람이 거세게 분다. 천천히 천천히 작업한다. 햇볕은 뜨겁고 바람은 시원하다. 저녁을 먹고 푹 쉬었다. 트랙터에서 벗어나 트럭을 타고 움직이니 편안한 침실에 누운 기분이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안락한 느낌도 상대적이다. 안락한 상태에서는 안락하다는 것을 모른다.

 

총평. 첫째, 시간에 쫓기더라도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정리하면서 일해야 일의 진행이 원만하다. 둘째, 써레 없이도 논 수평작업이 가능하다. 비싼 기계를 망가뜨리는 것보다 로터리로만 작업하는 것이 위험부담이 적어 좋다.  

 

고양이 어미가 갑자기 죽었다. 길 잃은 새끼 고양이를 데려다 두었는데, 가엽게도 밤새 어미를 찾아 운다. 모든 생명에게는 어머니가 꼭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