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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바람이 차고, 하늘은 푸르다_190522 среда

9시가 다 되어 느긋하게 논으로 갔다. 바람이 시원하여 아직 해가 뜨겁지 않다. 쉬운 일을 먼저 할까 힘든 일을 먼저 할까 생각했다. 모두가 꼭 해야 할 일이면 쉬운 일부터 시작해서 마직막에 어려운 일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논의 쉬운 일은 하면 좋고 안하면 불편할 수 있는 일이다. 결국 꼭 해야 할 어렵고 힘든 일부터 하기로 했다. 힘든 일을 하나씩 지워나가는 것이다.


찰벼논의 상황은, 이틀 동안 선작업을 한 것에 비하면 기대에 못 미친다. 대체로 물이 고르게 번져 있을 줄 알았다. 물론 선작업을 한 곳은 대체로 만족스러운 모습이다. 결국 손대지 못한 곳은 그대로 깊고 높은 문제점을 그대로 안고 있다. 물의 양이 부족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대로 두어도 모 심기에 나쁘지 않아 보인다.


메벼논은 물이 그득하여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없다. 뜨거운 태양이 물을 금방이라도 증발시킬 것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오늘 내일 흙탕물을 가라앉히고 모심는 당일에 빼는 작업을 해야 할 모양이다. 눈에 띄는 높은 곳의 흙을 긁어다 낮은 곳으로 보내는 작업을 했다.


가장 어려운 곳은 끝없이 빠지는 수렁 부분이다. 흙이 없는 것도 아닌데 발이 쑥쑥 빠져 1미터가 넘게 들어간다. 다른 방법은 없다. 흙을 더 채워 모심기가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방법 말고는. 여기 저기 높은 부분의 흙을 끌어다 계속해서 채웠다. 지름 5미터 정도의 면적이어서 열 번 정도 흙을 옮겨다 놓았더니 거의 수면까지 흙이 올라왔다. 흙의 무게로 자연스럽게 아래부분이 다져지기를 바랄 뿐이다. 빵 한 조각과 시원한 물로 새참을 먹었다. 파란 하늘이 평화롭다. 아카시아 향기는 이제 거의 끝나간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큰 위안을 주었다.


12시 반까지 한 시간 동안은 찰벼논의 일을 했다. 생각보다 깊지 않아서 무난하게 일을 끝냈다. 입구 쪽의 일을 마저 할까 하다가 날도 뜨거워지는 듯하여 집으로 돌아갔다. 샤워를 하는데, 불어오는 바람이 차다. 아직도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