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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천국/인도여행

[인도 아그라] 하늘이 파랗고 타지마할은 하얗다_190128 빠니질리닉

어제 한 시간 이상을 씨름했던 온라인 결제는 결국 바보짓이었다. 매표소의 카드 결제 부스에서 결제를 하면 50 루피가 할인된 1,250루피다. 바보짓은 했지만 원하는 할인은 받았다(두 사람 합계 100루피로 어제 오늘 지불한 팁의 총액). 숙소에서 500미터 거리에 있는 매표소까지 천천히 걸었다. 애절한 눈으로 사이클 릭샤가 쫓아 오지만 눈길을 마주치지 않고 걸었다. 걷고 싶다, 여행은 걷는 것인데, 인도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매표소 근처에서 이번에는 가이드를 하시겠다는 분들이 마구 나타난다. 이번에는 영어를 못한다는 표시로 입과 귀를 손으로 막고 고개를 저었더니 금방 포기하고 돌아서신다. 매표소 앞에는 인도에서 처음으로 남자 입장 줄보다 긴 여자 입장 줄을 보았다. 타지마할이 여성 취향이기는 한 모양이다.


어제와 오늘 공기도 맑고 깨끗한 데다 하늘마저 푸르러 입구부터 아름다운 그림이 계속된다. 잔시와 오르차에서 내린 비가 우리 여행을 축복하는 비였던 모양이다.




진시황과 샤자한은 사람들을 몰살시킨 살인마들이다. 진시황의 실정과 아우랑제브의 반란을 정당하게 만들려고 꾸며 낸 이야기일 가능성이 있으니 주의해야 하나 사실에 가깝다. 타지마할을 지키는(?) 원숭이들의 공격으로 혼란스럽다고 하더니 원숭이가 거의 없다. 철저한 가방 검사로 음식물을 휴대하지 못하게 한 것이 효과를 발휘한 모양이다. 어쨌든 원숭이를 두려워하는 것은 우리나 인도인들이나 마찬가지다.


다녀왔으니까 하는 말이지만, 500루피를 더 들여 뭄타즈 마할의 묘를 구경할 필요는 없다. 하얀 대리석 위에 누워도 보고 앉아도 보고 자세히 뜯어 보기도 했지만 별 다른 감흥이 없다. 양쪽 모스크에 앉아서 바라보는 모습도 너무 아름답다. 정원에서 건너편 강변에서 호텔의 옥상에서 보아도 역시 아름답다. 연꽃을 닮은 듯한 오묘한 구체가 특별히 아름답다. 누구의 아이디어였는지 훌륭하다. 아야 소피아나 블루 모스크, 피렌체 두오모의 돔 보다도 훌륭하다. 정말 그렇다.


세 시간이 넘도록 구석구석을 바라보고 쉬고 사진을 찍고 사진을 찍히고 같이 찍다가 돌아왔다. 문을 나서기가 아쉬울 정도다. 그리미의 반대를 무릎쓰고 와인숍에서 맥주 2병을 사가지고 호텔 옥상으로 올라갔다. 타지마할을 바라보며 감자칩을 안주로 맥주를 마셨다. 24일 동안의 인도 일주여행을 아름답게 마감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