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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천국/인도여행

[인도 델리] 데자와 밀크티에 생강가루면 된다_190130

마지막 날이, 아닌 듯 찾아왔다. 열 시 넘어서까지 느긋하게 호텔 방에서 쉬다가 마지막 여행을 나섰다. 잘못 생각했다. 그냥 전철을 탔어야 했는데, 올라에 맛을 들이는 바람에 올라를 불렀다. 150루피. 우리 둘의 델리 메트로 카드에는 각각 150루피씩 남았다. 결국 문 열고 닫아 준 도어맨과 공항으로 안전하고 저렴하게 데려다 준 올라 기사에게 각각 한 장씩의 메트로 카드를 선물했다. 뭐, 5천원으로 두 시간 정도 시간을 산 것이니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어쨌든 인도의 올라 시스템은 너무 저렴하고 훌륭하다. 가격은 좀 올라야 할 것이다.


트리반드럼의 예술센터가 생각보다 너무 훌륭해서 델리의 예술은 얼마나 더 뛰어날 지 매우 궁금했다. 도착했다. National Gallery of Modern Art. 오, 외관 끝내준다. 경비도 철저하다. 음료수와 짐가방은 무료로 전부 맡겨야 하고 가격도 카드 할인으로 550루피나 한다. 믿고 들어가자.


인도는 믿고 들어가는 경우 대개 살짝 뒤통수를 맞는다. 안타깝게도 델리의 예술은 몰입도가 떨어진다. 매우 편안한 관람 분위기를 만들어 놓고 있어서 그것은 좋았다. 그런데, 화장실은 왜 이리도 지저분한지. 아무래도 공사 중인 부분이 완공이 되어야 다시 정돈을 할 모양이다. 그렇게 이해하기로 했다. 기대한 마지막 여정이라 아쉽기는 하다. 그래도 이 트럭 그림은 발군이다. 분위기 매우 탁하고 가난한 삶의 실체가 아주 천천히 드러난다. 희망이 없는 것일까 있는 것일까. 처음에는 그저 검정색인 줄 알았다. 그 속에 예술이 숨어 있었으니 놀라운 일이다. 저력이 보인다고 해야 할 것이다. 아쉽게도 아이폰 카메라는 너무 선명하게 명암을 구별해 냈다. 









회화와 조각까지 모두 섭렵하고 인디아 게이트로 간다. 인도인이 영국을 위해서 피 흘린 제1차 세계대전. 식민지 약탈을 서로 많이 하겠다고 경쟁한 제국주의 국가들의 전쟁. 간디를 비롯한 인도의 모든 정치 지도자들은 제국주의의 실체를 몰랐다. 윌슨의 민족자결주의에도 사기 당했다. 산업혁명에 성공한 국가들은 단 하나의 예외없이 모두 제국주의 국가였다. 침략과 약탈을 계몽주의와 근대라는 이름으로 멋드러지게 포장했다. 돌이켜보면 얼토당토 않은 일인데, 폭력을 소유한 자들의 이야기는 거역하지 못한다. 매 맞아 보면 안다. 잔인한 총칼 아래 인권과 민주주의를 외친 시민들의 목소리는 묻혔고, 야만성의 극치를 달렸다. 지구 면적의 70%를 제국주의 국가들이 나눠 가졌다. 여자도 아이도 재산도 문화도. 간디와 유력자들의 격려로 참전한 인도의 병사들은 8만 2천 명의 전사자를 냈지만 철저하게 영국에게 배신당한다.


영국은 오히려 더 자신이 생겨 암리차르에서 2천여 명의 비무장 인도인들을 학살했고, 착취와 수탈로 굶주려 죽은 인도인은 수십 수백 만에 이른다. 이런 망할 영국놈들은 한 번도 제대로 인도에 사과하지 않고 아직도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미국 프랑스 일본 독일 등도 "유태인"을 제외한 어느 누구에게도 사과하지 않았다. 유태인만 사람이고, 조선과 인도와 중국과 필리핀과 아프리카의 시민들은 사과를 받을 자격이 없는 멍청이들인가. 순박한 인도인들은 아직도 sir, sir 하면서 산다. 인디아 게이트의 하단에는 신에게 바치는 아름다운 꽃으로 장식되어 있다. 그 앞에서 열심히 참배하고 사진을 찍고 있는 많은 인도인들은 다시는 그들에게 이용당하지 않을 것이다. 







 

인디아 게이트에서 칸마켓까지는 2.4km다. 걸어도 될 거리인데 오랜 노독에 강렬한 햇볕까지. 릭샤를 세웠다. 70을 달라고 한다. 구글에서 35가 나온다. 50을 주겠다고 했다. 매우 실망한 듯. 그래도 태워다 준다. 300원 때문에 너무 기운 빠지게 했나 보다. 그의 처진 어깨가 왠지 고달퍼 보인다.


인도에는 화장실이 없어서 길바닥에서 똥오줌을 가려야 하니 단단히 준비하라고 한 듯한데, 이번 여행 전체에서 그럴 일이 없었다. 좋은 관광지 중심으로 다녀서 그렇겠지만. 칸마켓에도 여러 군데에 무료 화장실이 아주 잘 관리되고 있었다. 두 바퀴를 돌았다. 아침 먹은 지 시간이 제법 되어서 서브 웨이에서 햄버거 두 개를 사서 먹었다. 다시 두 바퀴를 돌며 고민하다가 거금을 들어 페쉬미어 스카프를 샀다.


다시 호텔로 돌아가 저녁을 먹으려다가 일단 머리를 깎으러 가기로 했다. 150루피. 머리 깎고 감기고 어꺠에서부터 머리까지 마사지를 해 주는 비용이다. 얼굴 마사지가 제일 비싼 데 안했다. 2,700원.




저녁은 바나나와 과자로 대충 떼우고 마지막 비행기를 타고 돌아왔다. 새벽 00시 35분에 출발한다는 비행기가 한 시간 늦어져 온 몸이 솜처럼 축축 쳐진다. 집에까지 무사히 돌아왔다 했더니 비행기 안에서부터 그리미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 단순히 피로와 비행기 멀미로 생각했는데, 농원에 다녀오는 사이에도 전혀 차도가 없더니 급기야. 병원에서 장염 진단을 받고 사흘 치 약을 받아왔다. 닷새 동안 고생하고 간신히 밥을 조금 넘길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인도의 마지막은 매우 강렬했다.


[여행 후일담] 데자와 밀크티. 짜이의 대체품을 발견했다. 데자와 밀크티에 생강 가루를 사서 1/2 스푼을 넣고 같이 끓여 먹으면 Ginger Milk Tea다. 단, 조심해야 한다. 끓을 때 순식간에 넘친다.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