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호기심천국/인도여행

[인도 아그라_파테뿌르 시크리] 사람들과 힘든 관계를 맺는 곳이 지옥이다_190127 바스끄리씌예니에

아, 일어나기가 싫다. 그래도 일어나야 한다. 세수만 하자. 따뜻하게 잘 잤다. 아무래도 기온이 많이 떨어진 모양이다. 200km 정도 올라왔다고 이렇게 추울 수는 없을 것이다. 대략 7도다. 천천히 준비하고 일단 옥상으로 올라갔다. 타지마할이 바로 눈앞에 보인다. 멋지다, 그러나 폰으로 찍은 사진은 아득히 멀다. 일단 호텔 리뷰는 합격.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에 돌에 상감으로 새긴 코끼리 문양이 아름다웠다. 출입문 앞에 방치된 듯 놓여 있었지만 눈에 띄는 멋진 작품이다. 


지하 1층의 레스토랑에서 재미있는 풍경. 필요하면 가져 가시오.




 꾸밈없는 인도인의 자유스러움으로 가득찬 레스토랑에서 잘 대접받으며 식사를 마쳤다. 오랜만에 손님들이 가득한 식당에서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했다. 아그라의 주말답다.


파테푸르 시크리로 가는 올라는 너무 비싸다. 편도 1,200 내외. 릭샤를 불렀다. 400 내외. 릭샤를 올라로 부르고 호텔문을 나서자 호텔 전속의 릭샤 왈라가 황급히 다가와서 천루피로 파테를 왕복한단다. 음, 그렇군. 릭샤가 온다. 그는 출발해서 100미터도 가지 않은 상태에서 협상을 해 온다. 천루피 왕복. 내가 900을 불렀지만 멀다고 천은 해야 한단다. 그래, 가자.


매우 춥다. 처음에는 천막도 내리지 않고 달리다가 한 시간이 넘도록 바람을 맞으니 감기 걸리겠다 싶어서 천막도 내리고 담요도 꺼내어 덮고 마스크도 쓰고 달렸다. 꽤 먼 거리다. 비싼 가격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데도 릭샤 왈라는 신이 났다. 친구에게도 자랑하고 집에도 전화로 자랑한다. "나 파테푸르 시크리 간다. 코리언 코리언"


계속해서 한국과 우리 부부의 인상이 좋다며 칭찬을 한다. 자신은 릭샤 왈라지 가이드가 아니라 굿 서비스를 하는 것이 행복하단다. 그러나 그는 돌아오면서 계속 쇼핑도 하고 기차역 픽업도 하겠단다. 쇼핑은 피곤해서 못하고, 기차역은 호텔에서 해 준다고 했더니 '노 프로블럼'이란다. 다른 것은 포기가 되어도 쇼핑만은 미련이 남았는지 계속해서 저렴한 쇼핑센터가 있으니 가자고 한다.


'나, 피곤해요. 제발'

'오, 써, 노 프로블럼'














주차장에서 문밖을 나오니 청정 차량이 대기하고 있다고 무섭게 따라붙는다. 헐,,, 무섭도다. 무시하고 Customer 광장까지 간다. 오, 맥주도 판단다. 오늘의 날씨와는 관계없다. 시베리아 바람인지 히말라야 바람인지 제법 매섭게 불어와 대기는 깨끗한데 춥다. 12시 현재 17도 내외. 패딩을 걸치고 인당 10루피를 내고 monument로 가는 버스 탑승. 5분 만에 도착.


도착하자마자 매표소는 무시하고 입구 들어서자마자 좌회전. 궁으로 들어가는 넓은 잔디밭이 푸르다. 우리는 궁으로 들어가지 않고 궁벽을 돌아 자마 마스지드로 간다. 인당 610루피를 절약하기로 한다. 왜? 그냥. 내일도 비슷한 궁들을 볼 예정이므로.


수없이 많은 사람들과 아이들이 달려든다. 어떤 녀석은 상대해 주지 않자 욕을 한 듯하다. 불러세워서 단호한 목소리로 욕하면 나쁜 짓이라고 말하자 슬슬 내빼더니 다시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도 끊임없이 달려든다. 제발 부탁이니 혼자 조용히 모스크를 둘러볼 수 있게 해 줘. 우리 마음이야 어떻든 그들은 그들의 일을 한다. 그 와중에도 조용히 다가와 사진을 찍자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 그거야 뭐 좋지.




맑은 하늘과 멋진 모스크의 조화 덕분에 고통스러운 인간 관계에서 조금은 해방된다. 그래도 벗어나고 싶다. 그 때마다 멋진 어울림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어찌어찌해서 한 시간이 넘도록 구경을 하고, 준비해 간 바나나와 귤도 맛있게 먹었다. 유난히 외국인 단체 관광객이 많은 곳이다.


말벌들도 달려들고 걸인들도 말을 걸고 상인들도 붙잡고, 최선을 다해 우리와 무언가를 하려고 노력한다. 우리에게 선택권이 있는 듯 하면서도 없다. 짜이를 파는 아이들은 그나마 보기에 좋아서 한 잔 사서 마실까 했지만 짜이도 조심하라는 말 때문에 그러지도 못한다.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지 못하니 그곳이 곧 지옥이 되고 만다. 그 와중에도 순한 미소의 아이들이 우리를 주목한다. 풍선을 하나 불어 주었더니 좋아라 하며 마을로 내려간다.


노래 부르는 악사들에게 잔돈을 쥐어주는 인도인들이 있다. 우리도 그러고 싶었지만 수많은 눈들이 뭔가 변화된 상황이 있기를 기대하며 우리를 주시한다. 도저히 다른 행동을 할 수가 없다. 그 와중에도 쉼없이 기도하는 이들이 있다. 근접할 수 없는 물에 몸을 씻고 입을 헹구고 신을 만날 준비를 하는 이들도 많다.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기를.











이곳을 돌아볼 계획을 세운 것은 악바르 대제의 도시이기 때문이다. 넓은 마스지드에서 또는 궁정 뜰에서 모든 종교의 학자들을 불러 모아놓고 문맹의 황제는 화합의 토론장을 열었다. 힌두든 불교든 어떤 주장도 펼 수가 있었고, 무슬림 이외의 사람들에게 부과했던 인두세도 폐지했다. 그가 재위했던 1555년부터 1605년까지의 50년은 전쟁도 있었지만 결국 평화로 귀결되었다. 그런 여러 가지 것들을 기억하면서 폐허 속에서 조용한 하루를 보내려 했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역사는 죽어서 평화롭지만 현장은 살아있기에 생생하게 삶의 피로를 만끽하게 한다.  


무사히 살아서 호텔로 돌아왔다. 기쁨에 차서 출발한 릭샤 왈라는 세금을 왕창 올려 자기 주머니만 불리는 모디 총리 때문에 관광객들이 쇼핑을 잘 하지 않는다고 한다. 쇼핑 권유에 실패하고 피곤한 하루를 보냈는지 아침 보다는 기운이 많이 떨어졌다. 35살의 나이에 3명의 자식을 거느린 그의 삶의 무게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10루피라도 팁을 달라고 해서 주었더니 고맙다며 떠난다.


우리도 달려드는 많은 인파를 헤치고 메기 라면 70g 4개를 80루피에 사다가 뜨끈한 국물을 내어 저녁으로 먹었다. 레스토랑도 많고 먹기에 좋은 음식도 많지만 오늘 하루 추위와 그네들과 치른 전쟁은 라면 국물로 씻어내야 했다. 개운하다. 옥상에 올라가 타지마할을 평화롭게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을 했다. 이렇게만 바라보아도 좋다.


인당 50루피의 타지마할 입장료를 할인받기 위해 온라인 티켓 구매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한 시간 동안 헛짓을 했다. 델리에서 보낼 마지막 밤을 위해 무려 5,355루피나 하는 고급 호텔을 예약했다. 2천 루피나 할인받은 금액이다. 세금이 어떻게 될 지는 알 수 없다. 아무려면 어떤가, 하루 밤은 10만원에 잘 수 있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