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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천국/인도여행

[인도 마하발리뿌람] 부부는 부부만으로 완성되기 어렵다_190120 오후

 

 

 

 

 

 

 

 

 

 

 

 

 

 

 

 

 

 

 

누룽지와 라면으로 끓인 죽과 무말랭이를 반찬으로 해서 점심을 먹고 잘 쉬었다. 그리미는 그림을 그리고 나는 엽서를 썼다. 여기저기에. 에크암 사원 앞에서 산 엽서가 멋지다. 단돈 800원에 열 장이다. 손혜원 의원의 목포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우리 집안의 가장 중요한 근거지의 한 곳이었는데, 여행을 떠나오기 직전 큰아버지가 돌아가심으로써 더 이상 가까운 곳은 아니게 되었지만 말이다.

 

이렇게 떠들썩한 뉴스가 된다면 목포가 좀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40년 째 답보 상태인 항구 도시 목포의 발전을 위해 애쓴 손의원에게 고맙다. 대여섯 배 정도 오르는 투기라면 정말 좋겠다. 손의원의 아버지는 여운형 선생의 비서로 활동했고, 그 여파로 온 집안이 가난에 찌들어 살았다. 가난을 이겨내고 겨우 살만한 인생을 살고 있는 손의원이, 그녀의 재주로 목포를 살릴 수 있으면 좋겠다. 지방 도시도 부동산 가격이 완만하게 상승하면서 자산 가치 상승의 기쁨이 있어야 사람과 돈이 몰려든다. 지금과 같은 상태로는 수도권 이외의 지역은 양노원 또는 요양병원이 될 수밖에 없다.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다. 살릴 수 있는 도시라도 살려야 한다. 음성도 살려야 할텐데,,,

 

 

박지원 의원은 당신이 못한 일을 거침없이 해내는 손의원이 부러울 것이다. 문화와 예술의 힘은 대단하다. 박의원까지 나서서 함께 지역의 명물이 되어 준다면 더욱 발전이 빠를 것이다. 박의원의 경우 노무현 대통령처럼 무료 정치 스쿨 같은 것을 열어서 매일 매일 사람들과 토론하는 시간을 가지면, 자극을 받은 많은 인재들이 자라나지 않을까. 손과 박 두 사람의 콤비 플레이를 기대해 본다.  지방 부동산 투기의 거품은 금방 꺼질 위험이 높다. 집중된 관심과 바람을 탔을 때, 새로운 이야기들 음악, 그림, 조각, 춤, 코미디, 전통놀이 등 다양한 문화를 함께 터뜨려서 발전의 기회로 삼아야, 거품이 아니라 실질 가치로 만들어진다. 

 

해변사원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몸상태가 별로다. 다행히 오후 네 시가 넘은 시간이라 해가 뜨겁지 않다. 시원한 잔디 광장이 소박한 사원을 아름답게 감싸고 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사람들이 해안으로 몰려간다. 그 인파에 묻혀 우리도 사원으로 향한다. 

 

관광객을 잔뜩 싣고 온 버스에는 신의 축복을 비는 꽃다발이 걸려 있다. 염소 가족들이 꽃다발에 붙어 잔치를 벌이고 있다. 인간은 신전 앞에서 염소는 버스 앞에서. 어디에서나 잔치를 벌이는 모습은 흥겹다.

 

칸치뿌람의 카일라쉬 사원처럼 작고 예쁘다. 고뿌람은 다 하물어져 버렸는지 연못 터와 함께 흔적만 남아있다. 크고 작은 본전이 나란히 지어져 엄마와 아이같다. 어디서 자꾸 아빠 아빠아 ~ 한다. 타밀어와 우리말의 비슷한 단어가 백개가 넘는다고 하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밥, 풀, 아빠다. 억양마저 똑같아서 집으로 돌아온 듯 하다. 

 

담장 너머로 힘차게 소변을 보는 장정을 처음 만나 반갑다. 인도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이라는데 한 본도 보지 못해서 아쉬웠는데 말이다. 작은 아이를 둘러싸고 사진을 찍는 가족들이 보인다. 매우 보기 좋아서 도촬을 하고 눈으로 허가를 받았다. 철조망 밖에서 간절히 내부를 들여다보는 아이들이 있었다. 막상 들어와도 철조망 사이로 보는 것과 다르지 않는데도 결핍이 가져오는 아쉬움이 있는 모양이다.

 

매표소의 아저씨는 아주 험한 목소리로 이 표는 오늘까지만 유효하고 6시 이후로는 사원 출입이 안된다는 것을 말해주고 확인한 다음에 표를 내어준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스무배나 비싼 표를 사서 겨우 두 시간 밖에 구경하지 못하는 우리가 잘못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어쩔 수 없다. 푸욱 쉬고 해가 진 뒤에 나왔으니 시간을 아껴쓰는 수밖에 없다. 

 

30분 동안 보아도 shore temple은 여유있게 보았다. 본전 안에 들어가 기도를 하지 않으니 시간이 많이 절약된다. 이제부터가 문제다 판두 다섯형제들의 사원인 빤찌라타까지는 걸어서 20분이다. 1.2km다. 

 

 

 

 

 

 

 

 

 

 

 

 

 

 

 

 

 

 

 

 

 

발걸음을 재촉했다. 무사히 도착했다. 통합표라 체크만 받고 들어간다. 마하바라타의 주인공이자 바가바드 기타의 주인공인 아르주나를 비롯한 뛰어난 신과 같은 다섯 형제들의 사당치고는 소박하다. 마치 추상 조각을 보는 것처럼 작업하다 만 것같은 느낌이지만 완성된 사당이다. 세월의 무게 때문에 닳아버린 것일까. 

 

나이 드신 부모님을 모시고 온 딸이 사진을 찍어 드리고 부축을 해서 모시고 다니는 모습이 아름답고 기특하다. 수염이 가득한 늙은 아버지는 지팡이를 짚고 감개 무량한 듯 판다바 형제들의 무덤을 바라본다. 득도한 브라만처럼 구부러진 등에서도 좋은 기운이 느껴진다. 

 

세계문화유산 위에 올라가 기념 사진을 찍는 인간 중심의 관리를 보았다. 잔디는 보호하되 사라질 것은 사라져도 좋다. 왠지 그게 더 좋은 관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두어 두고 천년을 간다 한들 지금 우리에게 무슨 친근감을 주는가. 조상의 얼을 깊이 느낄 수 있으려면 가까이 두고 만지고 놀 수 있어야 한다. 세월의 때도 자꾸 탈 수 있도록. 조상의 문화유산을 원숭이 바라보듯 보아야 할 이유가 있는가. 전문가들만 만지고 느낄 수 있어야 하는가. 인도에서 새로운 답을 찾아보자.

 











 

 

 

 

 

 

 

 

 

 

 

 

 

 

 

다시 해변 사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노란 꽃핀 길과 분홍색 부겐빌리아가 예쁜 길을 지나 어느 사유지의 해변에는 세 개의 가난한 천막이 처져 있다. 배고픈 시절에도 즐겁기만 했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길 위에서 거친 칼로 수박을 썰어 파는 아이를 만났다. 어찌할 것인가. 왼손에는 붕대가 메어져 있어서 더욱 가슴 아프다. 그에게도 분명 좋은 날이 와서 웃으며 오늘을 추억할 것이다. 살아있는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의지가 강한 아이임에 틀림없다.

 

땀 흘리며 숨가쁘게 다시 걸어온 이유는, 인디안 댄스 페스티벌이 열리기 때문이다. 6시부터라고 했는데 주변에는 사람들이 우글거려도 무대 앞은 조용하다. 더 좋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보인다. 지금까지 본 최대 관광객 인파다. 동양인은 우리 뿐이고 온통 코카시안이다.

 

막이 열리자 말 분장을 한 댄스부터 시작한다. 나무 작대기 신을 신고 춤을 추는데 서커스를 하듯 위태하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이다. 이어서 공작춤. 인도에서 가장 우아한 걸음걸이는, 공작걸음이다. 그것을 표현한 춤인 줄 알았는데, 공작탈 쓰고 오랜지 쥬스 마시기와 공작탈 쓰고 꽃목걸이 신전에 바치기 서커스다. 인도에서 동춘 서커스를 보고 있다. 웃긴다.

 

머리에 항아리 이고 춤추기. 두 명의 여성 댄서는 뒤에서 배경으로 아름다운 춤사위를 선보인다. 주인공인 남자 댄서는 서커스를 한다. 작은 항아리를 봉 위에 올린 다음 이것을 머리 위에 이고 춤추기. 더 큰 작대기에 올려놓고 춤추기. 원통 굴리며 춤추기. 다양한 묘기를 보여준다. 표정도 웃긴다.

 

멀리 델리에서 내려온 전문 무용수 네 명이 등장한다. 멋지다. 화장과 춤사위가 교교하다. 아잔타와 엘로라에서 보았던 신들의 자세다. 두 개의 공연을 보고 나서 배가 고파 일어섰다. 날씨도 쌀쌀하다.

 

어제 약속한 레스토랑으로 갔다. 주인 내외가 바닥에 누웠다가 일어나 환영한다. 병어 닮은 고기를 버터 마늘 소스와 소금, 후추를 뿌려서 구워 달라고 했다. 계란 볶음밥과 맥주 한 병, 수박 쥬스, 콜라 한 병을 시켰다. 원래 맥주는 안파는 곳인데 프랑스인이 사다가 쟁여놓은 맥주를 한 병 얻어서 주는 모양이다. 잔은 스텐 말고 유리 잔을 달라고 했다. 확실히 맛이 좋았다. 밥을 먹으니 배가 불렀다. 커다란 병어만한 생선을 400루피에 먹었더니 뿌듯했다. 냉장과 운송 시스템이 좋지 않아서 바닷가가 아니면 생선맛을 보기 어렵다.

 

호텔 로비에서 아이들과 영상 통화를 했다. 위로가 된다. 부부는 부부만으로 완성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