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내내 안개가 많이 껴서 오전 열 시부터 일을 했다. 어머니와 마늘심을 밭을 정하고 향후 일정을 논의했다. 월요일에 퇴비를 사다가 뿌리고, 수요일에 관리기를 빌려서 마늘밭을 갈기로 했다. 그리고 화요일에는 음성에서 농활단을 초청해서 고구마 캐기 체험, 부직포 걷기, 바베큐 파티를 하기로 했다. 날씨가 도와주면 일정 진행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작업 계획을 세운 대로 관리기가 들어 올 수 있도록 두 개 이랑의 비닐과 부직포를 벗겼다. 고구마를 캐기 위해 두 개 이랑을 정리했다. 먼저 고구마 줄기를 낫으로 베어 밭둑에다 던져두고, 부직포 핀을 빼고 걷었다. 이어서 비닐을 걷었다. 겨우 세 개의 작업을 했는데도 오전 세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혼자서 하는 일은 정말로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다. 앞으로는 혼자서 일하는 경우가 더 많아질텐데.
점심을 먹고 좀 쉬다가 3시 반이 넘어서 다시 밭으로 갔다. 10미터가 조금 넘는 두 개 이랑의 고구마를 캐는 것이니 금방 끝날 것이다. 아니었다. 비가 잘 내려서 비닐로 보호된 이랑은 축축했다. 조심조심 고구마를 캐 내고 흙을 털어내야 했다. 아주 깊은 곳까지 뿌리를 내린 것이 없어서 그나마 작업이 원활했다. 한 시간이 넘도록 한 개의 이랑을 작업하지 못했다. 뭔가 문제가 있다.
쇠스랑을 가져다가 흙을 들춰주고 난 다음에 작업을 해 보았다. 훨씬 작업 속도가 빨라졌다. 신이 나서 쇠스랑을 깊이 넣고 흙을 들추었더니 쇠스랑 이빨이 하나 부러져 나간다. 원래 용접 부위가 좀 약해서 3년 만에 파손되었다. 그래도 작업에는 지장이 없어서 신나게 일을 했다. 쇠스랑을 깊이 넣고 흙을 더 많이 들추면 캐는 작업이 더 쉬울 것으로 생각되어 욕심을 부리다가 이번에는 쇠스랑의 허리가 뚝 부러지고 말았다. 부러진 쇠스랑의 끝을 잡고 이번에는 절반 정도만 집어 넣어 흙을 들췄다. 그래도 작업이 잘 되었다. 너무 신나게 일해도 사고가 난다. 과한 것도 역시 좋지 않다. 2미터 정도 남았는데 6시 반이 되었다. 도구를 정리해 집으로 돌아왔다. 여름 옷이지만 두 겹을 입었는데도 등짝이 썰렁하다.
벼를 말리느라 펼쳐 놓았던 그물 세 개를 접었다. 한 시간 가까이 걸렸다. 한 사람의 손이 더 있었다면 삼십분도 안 걸릴 일을 혼자서 하려니 두 배도 더 걸린다. 손 맞출 사람이 아쉽다. 그동안 부모님 덕분에 편안하게 농사지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알았다.
내일 향악당 청소도 해야 해서 오늘 수요반 연습은 쉬기로 했다.
현재 시각 오전 열 시.
부모님 감기 약을 지으러 보건소에 갔다가 돌아오다 논에 들렀다. 아스라한 안개가 늙어가는 벼들을 둘러 싼 전경이 그윽하다. 평화롭고도 소박하며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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