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의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농활을 오기로 되어 있는데,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제법 내린다. 흠, 안되겠다 미루자.
어제 밤에 체인 크레인으로 씨름하다 실패한 트럭에 실린 1톤의 퇴비를 김사장에게 부탁하여 내렸다. 거대한 트랙터도 앞부분에 1톤의 무게가 실리니 뒷바퀴가 들리면서 흔들흔들 한다. 불안했지만 무사히 퇴비를 제자리에 내려놓고 벼베기 의논을 하러 간다. 지난 번에는 반장이 바빠서 김사장이 베었는데, 이번에는 반장에게 일을 주러 갔다. 그랬더니 한 번 손 댄 사람이 일을 마무리하는 것이 이 세계(?)의 법칙이란다. 그리하여 다시 김사장에게 갔더니 자기가 베어야 한다 한다. 그러자고 했다. 다만 이틀 정도 해 줘야 할 일이 있어서 그 일을 마무리하고 해 주겠단다.
음성의 선생님과 통화해서 일단은 비가 계속 내리니 고구마 캐기 체험은 연기하기로 했다. 준비하고 음성에 가서 함께 점심을 먹는데 날이 쨍하고 밝다. 일하러 가기로 다시 계획을 변경했다. 금왕 하나로마트에서 고기 3kg과 소세지 12개, 과일과 음료수, 과자를 사서 집으로 가는 길에 또 다시 비가 쏟아진다. 어쩔 수 없이 고기나 구워 먹자고 다시 의논을 맞췄다. 블랙티에 아이스크림 케익 한 상자를 전부 나눠 먹으며 이얘기 저얘기 하고 있는데, 비가 개고 해가 쨍하고 비친다. 밭에 가 보자.
3시가 다 되어 밭에 도착하니 그럭저력 일 할만 하다. 먼저 고구마 줄기를 걷어내고 부직포를 벗기고, 비닐까지 제거한 다음, 고구마를 한 줄기 캐어 보았다. 약간 습기가 있기는 하지만 작업을 못 할 정도는 아니다. 여섯 명이 달려 들어서 작업을 하는데도 고구마 이랑은 줄지가 않는다. 상하지 않게 캐내 느라고 조심조심 작업을 했더니 그런 모양이다. 고추대도 들어 내고, 고추 말목으로 쓰인 철근도 모두 철수했다. 그러고 났더니 어느 덧 다섯시가 넘어간다.
4시 반부터 숯불을 만들어 다섯 시부터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소금과 후추를 뿌려서 구워야 제 맛인데, 후추가 없어서 소금에 고추가루를 뿌려서 고기에 간을 했다. 어떤 맛이 나올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괜찮다. 목살로 일단 고기배를 채우고, 삼겹살을 구워서 반찬으로 하여 청국장과 함께 밥을 먹었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오랜 만에 하는 힘든 노동을 세 시간이나 하고 나더니 다들 신나게 잘 먹는다.
뭔가 허전하다 했더니 소세지를 굽지 않았다. 부리나케 불을 살려서 마지막 입가심으로 소세지까지 한 두 개씩 먹고 났더니 해가 지고 보름달이 동산에 붉게 떠오른다. 그 달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고 헤어졌다. 일이 힘든 것은 똑같지만 여러 사람이 북적거리며 일을 하니 그것만으로도 기운이 난다.
하늘은 제멋대로였지만 사람들의 협동 노동은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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