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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느닷없이 벼베기_181004 취뜨예르그 Четверг

도브라예 우뜨라 доброе утро


내일(5일)부터 이틀간 태풍과 함께 비가 내린다는 예보다. 벼 세우기 자원봉사를 나온다는 군청 직원들은 나온다 못나온다를 반복한다. 만일 내일 비가 온다면 그들이 오든 안오든 벼는 망가질 것이다. 혼자서라도 모든 벼들을 다 세우겠다는 결심으로 늦잠을 자고 체력을 비축해 두었다.


산책 다녀오신 아버지가 구계2리에서 벼베기를 하는 분을 만났다. 우리 논 상태 보다 훨씬 좋은데, 태풍에 쓰러질 것이 염려되어 베기로 했단다. 우리 보다 사흘이나 늦게 심은 벼다. 벼가 쓰러졌으면 고민할 것도 없이 베는 것이 좋겠단다. 아버지의 제안으로 벼베기 준비. 좋구나. 날도 마음도 ~


먼저 벼베기를 하고 있는 반장에게 연락을 했더니 일을 빨리 끝내고 오늘 벨 수 있도록 노력을 할텐데 확답은 할 수 없다고 한다. 김사장에게 가서 이야기했더니 기계는 있으니 기술자만 섭외해서 베어 주겠다고 한다. 잠시 후 오후 5시부터 전문가가 와서 베어 주기로 했단다. 9시 반부터 나가서 느긋하게 기계 들어갈 자리를 베어내고 났더니 오후 한 시다. 점심을 먹고 느긋하게 벼를 묶었던 끈을 풀기로 했는데, 김사장이 들이 닥친다. 기술자가 왔다고.


논으로 달려가서 부지런히 묶은 끈을 끊어내는데 벌써 기계가 도착했다. 정신없이 쫓기며 일했다. 김사장이 함께 일하던 베트남 아주머니 두 분까지 합세하게 해 줘서 한 시간만에 허겁지겁 일을 끝냈다. 나중에 보니 열 개 정도의 끈을 풀지 않아서 콤바인에 끌려 올라왔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허리가 끊어지게 아플 정도로 정신 없이 일했다.


오후 다섯 시가 되어서 메벼의 벼베기가 끝나고 마당에 벼를 부렸다. 약 2톤이 넘을 것으로 예상(말려서 콤바인 포대에 담아 보니 1,560kg / 5조식 콤바인의 탱크에는 1톤이 아니라 600kg 정도 저장)하나 정확한 양을 측정할 수 있다. 널어놓은 벼를 손으로 비벼 보았더니 허옇게 부셔진다. 과연 이 벼들이 쌀이 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반장이나 송사장의 말로는 잘 말리면 밥맛이 오히려 더 좋을 것이라고 한다. 결과가 어떨지 알 수 없으나 위로가 된다.


2017년에 메벼를 말리고 나서 무게를 보니 30kg x 29개 = 870kg이었고, 쌀로는 580kg이 나왔다. 작년 농사도 풀과 고라니 덕분에 망쳤기 때문에 수확이 평년작의 절반이었으므로 올해는 일단 평년작 이상이 나왔다고 할 것이다.


군산 삼촌이 보내주신 천막을 이용해 바닥을 깔고 그물을 깐 뒤에 벼를 잘 깔고 다시 천막을 덮어 비에 대비했다. 새벽부터 내린 비에도 바닥이 젖지 않은 것을 보니 천막의 성능이 매우 좋다. 다음 주부터 일주일 이상 잘 말려야 한다.


2012년과 13년에 오리농법으로 농사를 지어보니 할 짓이 못되었다. 2014년부터 우렁이농법을 시작해서 이 농법으로도 유기농이 되지 않으면 벼농사는 포기하거나 대폭 줄일 생각이었다. 2014년 첫 해 제초에는 성공했는데, 6월 초에 난데없는 우박이 떨어지는 바람에 풍년은 아니었다. 이 해에 처음으로 트랙터를 빌려 논을 직접 갈았는데, 자신이 없어서 여러 번 작업을 하는 바람에 써레질이 잘 되어 제초에 성공했던 것이다. 2015년부터 작년까지 트랙터를 빌려 직접 써레질을 했는데, 자신이 생기다 보니 두 세 번의 써레질만 하고 수평을 잡은 결과 제초에 실패하여 농사도 힘들고 수확량도 적었다. 올해는 모든 논의 써레질을 네 번 이상 함으로써 제초에 성공했다. 수평을 잡기 위한 육체노동을 이틀 정도 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그 점이 아쉽다. 내년에는 써레질을 하고 닷 새 정도 여유를 두고 수평 작업을 이틀 정도 해서 완벽하게 제초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너무 풀이 없어도 우렁이들이 모를 먹는 문제가 있어서 우렁이 넣는 시기도 잘 조절해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써레질을 네 번(2회 왕복) 이상 하는 것과 논의 수평이다.


[ 연도별 메벼 수확현황 ] 


2014년 벼 1,590kg / 쌀 1,100kg(69% / 13가마+60)

2015년 벼 1,600kg / 쌀 1,100kg(69% / 13가마+60) 

2016년 벼 1,260kg / 쌀 940kg(75% / 11가마+60)

2017년 벼    870kg / 쌀 580kg(67% / 7가마+20)

2018년 벼 1,560kg / 쌀 1,040kg(27kg x 58개 / 13가마(예상)


[ 연도별 찰벼 수확현황 ] 


2014년 벼   960kg / 찹쌀 670kg(70% / 8가마+30)

2015년 벼 1,100kg(흑미 300kg 포함) / 찹쌀 700kg(64% / 8가마+60)

2016년 벼 1,050kg / 찹쌀 540kg / 찹쌀현미 280kg(78% / 10가마+20) 

2017년 벼    780kg / 찹쌀 380kg / 찹쌀현미 200kg(74% / 7가마+20)

2018년 벼 1,100kg / 찹쌀 500kg / 찹쌀현미 280kg(72% / 9가마+60 (예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