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브라이 노취 доброй ночи
이번에는 멧비둘기들이 우리 논에 진을 쳤다. 대략 7마리 정도다. 벼를 묶으러 들어간 논에 왕겨가 가득해서 무슨 일인가 했더니 비둘기들이 잔치를 벌였다. 논둑의 전봇대에 진을 치고 있다가 배가 고프면 쓰러진 벼 위로 날아가 포식을 하고 다시 전봇대로 날아 오르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농사가 잘 되서 벼가 잘 여물고 있었고, 그 이삭들이 폭우에 쓰러지면서 푸른 초원을 만들었다. 초원을 좋아하는 고라니들이 쓰러진 벼 위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이삭들을 완전히 논바닥 위에 눕혔다. 그러자 멧비둘기들이 쓰러진 벼 위로 가뿐하게 내려앉아 이삭들을 쪼아 먹는다. 자연은 경쟁이 아니라 상호공존이다.
두 시간 동안 작업을 해도 별로 많은 벼를 일으켜 세우지 못했지만 지난 주말 동안에 땅이 말라서 움직임이 매우 편해졌다. 발이 빠지지 않으니 작업 편의성이 열 배는 높아졌다. 작업 효율도 두 배는 높아졌다. 해가 지자 모기들이 덤빈다. 그런데, 놀랍다. 청바지를 뚫고, 두 겹의 옷을 뚫고 피를 빤다. 처음 겪는 일이다. 얼마나 생존의 고통이 가해졌으면 이런 강인함이 생겼을까.
일을 마치고 '세상의 모든 음악'을 들으며 선베드에 누워 논을 바라보았다. 곡식이 익어가는지 죽어가는지 알 수 없으나 내 땅 1,400평과 주변 논 1만 평이 전부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한다. 해가 지고 사방이 깜깜해 지도록 벼가 익어가는 들을 바라보며 쉬었다. 더 쉬고 싶었지만 모기들의 공격에 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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