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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벼가 쓰러졌다는 것으로 만족하자_181001 빠니질리닉 понедельник

도브라이 노취 доброй ночи  / good night


한 달 째 벼를 묶고 있다.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 일이니 하지 말라는 건의도 받았다. 그래도 한다. 추석 연휴에 이런 저런 일들이 겹치다 보니 제대로 일을 하지 못했다. 논일은 하지 않으시겠다는 아버지와 군산 삼촌까지 도우러 오셨지만 800평 메벼는 이제 거의 다 쓰러졌다. 9월 초에는 사나흘 정도면 끝날 줄 알았는데, 노루와 멧비둘기의 공습까지 겹쳐지면서 이제는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군에서 자원봉사가 나온다고 해서 신청했는데, 급작스런 감사 때문에 오지 못한다고 한다. 


오전 오후 각각 세 시간 씩 여섯 시간을 일했다. 많이 세워졌다. 아직도 한참 남았지만 누워서 하늘의 처분만 기다리고 있는 벼를 보는 것보다는 낫다. 나머지 벼들도 벼베기를 하는 날까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묶을 것이다. 한 톨이라도 건질 수 있으면 건지는 것이 좋다. 기온이 낮아지고 바람이 불어서 일하기가 좋았다. 가벼운 소나기도 두 차례 지나가서 먼지를 씻어내 주었다.


설사 다 묶어 세우지 못한다 해도 좋다. 벼가 쓰러질 정도로 잘 키운 것만으로 만족하자. 내년에는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다. 죽기 전에 그 자신감을 한 번이라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늘이 돕는다면. 향악당에 가서 세 시간이나 공연 연습을 하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