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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사는 이야기

잘 다녀와 성묘_180915~16

그래, 일년에 겨우 한 번 가는 성묘인데도 왜 이리 가기가 싫은지. 마음에서 우러나 조상을 모셔야 하는데, 편하게 가지 못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어쨌든 한 달 전부터 렌트카를 예약해 두었고, 3주 전에 농협에 의뢰해서 벌초도 마쳤다. 회비도 가족당 30만원씩 받아서 210만원을 마련했다. 즐겁게 다녀오면 된다. 그리미가 가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여행이 매우 즐거워졌다.


금요일 밤에 음성으로 내려와 하루밤을 자고 부모님을 모시고 천안아산역의 렌트카 사무실로 갔다. 렌트카와 렌터카의 차이 때문에 제대로 검색이 안되어 엉뚱한 곳에서 헤매이다가 약속 시간에 10분을 늦었다. 차량은 깨끗하고 넓직해서 좋았다. 조카가 1차 운전을 하고 내가 2차 운전을 하기로 해서 훨씬 편안하게 움직였다.


1차 목적지는 불갑사다. 상사화 축제가 있단다. 불갑사 전에 굴비정식 집에서 점심을 먹는다. 14,000원 하는 굴비 정식인데, 굴비는 너무 작다. 간장게장은 먹음직하게 나왔다. 소주 한 잔 곁들여서 맛있게 잘 먹었다. 사람이 많다고 해서 길이 밀리면 되돌아 오기로 하고 갔다. 괜찮았다. 사람과 차가 매우 많기는 했다. 주차장에서부터 불갑사 가는 길의 양쪽부터 상사화가 예쁘게 피어 있다. 황홀하다. 논에도 밭에도 산에도 온통 상사화다. 너무 예뻐서 사람이 많다 보니 고즈넉함이 없다는 것이 흠이다. 갈 곳 없는 대한민국의 여행자들이 모두 이곳으로 밀려왔다. 40분 정도의 산책으로 충분한 여행이었다.










진도까지 마구 달려갔다. 길이 좋아서 운전이 피곤하지 않았다. 진도 읍내의 하나로마트에서 제수 음식을 사고 바로 산소로 가서 성묘를 했다. 올해 아흔 여섯이신 큰아버지까지 참여한 거대한 성묘집단이다. 잘 마치고 다시 진도 읍내로 나왔다. 그리미가 전어를 먹고 싶다고 해서 작은 수산물 시장에 들어갔다. 모든 가게들이 물건들을 거의 팔고 철수 중에 있었다. 살아있는 전어는 kg에 25,000원 죽은 전어는 15,000원. 그리미가 죽은 전어 모두의 무게를 달아 달란다. 7kg이 넘는다. 주인장이 5만원만 달라고 한다. 작은 아버지까지 합세해서 전부 사라고 한다. 헐. 


산월리 고모댁으로 갔다. 작은 아버지가 한 시간이 넘도록 전어를 다듬고 그리미가 구웠다. 고모는 나물을 준비하고, 사촌동생은 삼겹살을 굽는다. 전어가 얼마나 싱싱하고 통통한 지 고소하고 맛있었다. 인당 다섯 마리리를 먹었다. 40마리가 넘게 먹고 40마리를 넘게 남겨 두었다. 다음 날 아침에도 인당 두 마리씩 구워 먹었다. 정말 잘 먹었다. 다음부터는 죽은 것을 사야겠다. 비계 많은 삼겹살도 맛있게 먹었다.


전어와 삼겹살을 안주로 하여 최저임금제, 주당 52시간의 노동,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발전소의 역할과 한계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술을 많이 마셨는데도 이야기가 뜨거워서 취하지를 않는다. 식사를 마치고 반딧불이를 보러 나갔다. 보지 못하고 은하수만 실컷 쳐다 보고 왔다. 모기들도 오랜만에 포식을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운림산방의 수묵 전시회를 보고 싶었는데, 모두들 얼른 집으로 돌아가자고 하여 점심으로 국수 한 그릇을 먹고 천안아산역으로 돌아왔다. 매우 즐거운 성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