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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풀을 베다, 나무 그늘에 눕듯 선베드에 누워 쉬다_180829~30

비가 왔다 갔다 한다. 그 와중에 일거리는 많다. 제일 급한 일이 논둑 풀베기다. 지난 23일로 처서가 지났으니 이번에 풀을 잘 베어 놓으면 추수 때까지 버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기온이 계속 높게 유지된다면 일조량이 짧더라도 풀이 다시 자랄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열매를 맺은 풀들이 사방 논에 씨앗을 던지기 전에 풀을 베어야 한다.


선베드와 라디오와 핸드폰까지 수레에 싣고 29일(수) 아침 9시 반에 논으로 출발했다. 열시부터 작업을 해서 오후 한 시까지 작업을 했는데, 전체 논의 20%도 하지 못했다. 풀도 길고 억센데다가 꼼꼼하게 해서 두 달을 버텨 보자는 생각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네 번의 휴식시간을 갖고 선베드에 누워 100.3 클래식 방송을 들으며 눈을 감고 쉬었다. 참 좋았다. 너무 늦게 나오는 바람에 그늘이 적어서 아쉬었지만 제법 부는 바람이 온몸을 식혀 주었다. 나무 그늘에 누워서 쉬었다는 조상 농부들의 편안함을 알겠다. 현대의 농부들은 왜 선베드를 생각하지 못할까. 아마도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가지고 온 물 한 병을 다 마셨다. 어깨와 팔이 뻐근하다. 아무리 날이 시원하다 해도 가끔 내려쬐는 뜨거운 햇살과 예초기의 진동은 온몸으로 받아내야 한다.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겁다. 음, 혈압약을 안 먹어서 그런가. 그늘에 앉아 잠시 쉬다가 간신히 집에 도착했다.


점심을 먹고 오카리나를 불며 쉬다가 대소 산본공업단지 기공식 공연에 참가하기 위해 2시 반에 집을 나섰다. 십 분 만에 공연을 끝내고, 골프장에 가서 두고 온 클럽을 찾고 90분 시원하게 공 날리는 연습을 하다가, 금왕 체력단련장으로 가서 헬스를 30분 했다. 아무래도 무리한 것 같다. 저녁은 김밥으로 떼우고 향악당으로 가서 4시간 동안 장구를 쳤다. 뒷풀이로 족발에 소주 한 잔 했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밝은 청년들이 회원 회사에서 50명 가량 모여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한다. 외롭지 않게 잘 사는 것처럼 보여서 우리들 마음도 좋았다.


30일(목) 오전 8시에 잠이 깨어 부모님을 모시고 읍에 나갔다 왔다. 아버지는 국민연금이 제대로 들어왔는지 통장을 확인하셨고, 어머니는 35근의 고추를 빻아 오셨다. 11시가 다 되어간다. 얼른 예초기를 메고 나가 마당의 풀을 베었다. 한 시간이 넘게 걸려 대충 간신히 끝냈다. 정말 일은 다 끝낼 수 없는 모양이다. 손 볼 곳이 계속 눈에 띄는데, 이만 퇴근해야 한다.


얼어 죽은 배롱나무 옆으로 뿌리에서 새로운 가지를 내어 풀 속에서 꽃을 피웠다. 그러리라 예상은 했지만 너무 고마웠다. 사는 것이 다 감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