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하루 10만원의 노동이 고되다_180904 프또르닉

예초기의 날은 무뎌지고, 기다랗게 자란 풀들은 더욱 억세어 진다. 예초기의 회전부위에 착착 감겨 붙으니 작업 속도가 나지 않는다. 엔진이 과열되는 듯 꺼질 듯 말듯 하다. 예초기를 내려놓고 어제밤 폭우에 쓰러진 벼 상태를 보기 위해 메벼논을 한바퀴 돌았다. 풀이 베어지지 않은 논둑은 걷기조차 힘들었다. 급한 일은 쓰러진 벼를 일으켜서 묶는 일이지만 그 일을 하기 위해서는 논둑을 베어야 할 모양이다.


어제 작업할 때만 하더라도 심하게 쓰러진 벼는 없었다. 오늘은 상태가 심각했다. 정말로 50%에 가까운 벼들이 일제히 누웠다. 긴장된 마음을 가라앉히며 다시 한 번 살펴보니 빗물에 잠길 정도로 눕지는 않았다. 수요일과 목요일 이틀 동안 최대한 벼를 세워 묶어 놓으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어제 오후에 묶어 놓은 30개의 볏단은 지난 비에도 잘 버텨냈고, 주변의 벼들도 안정되어 있다. 10월 중순에 추수를 한다고 하면 앞으로도 60일이 남았는데, 그 사이에 최소한 3개 이상의 태풍이 한반도 주변을 지날 것이다. 그러면 바람과 비가 며칠 동안 쏟아지고 잠깐이지만 논을 가득 채울 수도 있다. 그 때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벼포기를 묶어주는 방법 말고는 없다.


해가 다 넘어가도록 일을 하고 들어왔는데도 7시 반이다. 5시 50분부터 일하기 시작했으니 100분 정도 일했다. 고작 그 정도 시간을 일했는데도 예초기를 잡은 손과 어깨가 뻐근하다. 하루 종일 풀을 베러 다니는 노동자들의 고생이 안타깝다. 10만원의 일당이 참 힘들게 벌어진다. 최저 임금이 만원도 안되는데도 비싸서 자영업자가 다 죽는다고 항의하는 사람들의 사나운 입과 힘들게 일하고도 시간당 만원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다물어진 입을 비교해서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