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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땡볕아래 5분 일하고 5분 쉬다_180801~02 쓰리다 취띄예르그

음성에 다녀오면서 시원하게 이발했다. 짧게 깎고 싶었지만 가족들이 모두 보기 싫다해서 길게 잘랐다. 그래도 시원하다. 어머니를 따라 고추를 따려다가 정원의 풀을 베기로 했다. 한 달이 넘으니 씨앗이 맺히고 허장성세가 대단하다. 별 것 아닌 줄 알기에 쉽게 대든다. 예초기는 여전히 시동이 잘 걸린다. 흐르는 땀이 시야를 자꾸 가리고, 날을 교체해야 하는지 풀 베어지는 모습이 시원찮다. 진동도 조금 심하게 느껴진다. 논둑 벨 때는 새 칼날을 끼워야겠다. 작업 진도가 느리다. 두 번이나 쉬고 해가 다 넘어가서야 일이 대충 끝났다. 저녁을 먹으며 밭에 물 대는 이야기를 했다. 삼자회담은 예정대로 결렬이다.

 

2일 목 좋은 아침 도브라예 우뜨라는 아니고 새벽부터 어머니가 참깨 베자고 하신다. 밥을 먹고 차 한 잔 한 다음에 6시 반부터 작업 준비를 시작해서 7시부터 일했다. 한 시간 정도는 일 할만 했다. 그 뒤로는 5분 일하고 5분 쉬었다. 쉬는 시간에는 그늘에 누워서 허리를 펴야 했다. 숨이 가쁘다.

 

농부들은 참깨를 벨 때 우수수 떨어지는 소리에 신경 쓰지 말라고 한다. 전부 쓸어 모아야 한 주먹도 안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위로의 말이다. 후두둑 떨어지는 참깨알들을 어차피 잡을 수도 없고 나중에 흙 속에서 주워 담을 수도 없으니 '여우의 신포도'처럼 포기하는 것이 행복한 일이다.


우리 밭에는 검정색 부직포가 깔려 있어서 떨어진 참깨알들이 잘 보인다. 결코 적은 양이 아니다. 비료 포대를 찢어 참깨대 밑에 받치고 낫질을 했다. 오, 비료 포대 위로 참깨알이 우수수 떨어진다. 바로 이것이다. 지켜 보시던 어머니가 비닐을 1m x 1.5m 크기로 잘라 오셨다. 그것을 고랑에 깔고 양쪽의 참깨대를 베니 땅으로 손실되는 참깨알들이 확 줄어든다. 말리기 위해 큰 천막 위로 운반하기도 좋다.

 

이 뜨거운 땡볕에서 어머니도 계속 같이 일하셨다. 봄철의 과로로 다리가 저린 초기 디스크 상태라 일을 피하셔야 하는데 아들 혼자 땡볕에서 고생하는 것을 볼 수가 없는 모양이다. 내가 고생스럽더라도 아프지 않으신게 좋은데 말이다. 내리 사랑을 피할 수 없다. 농업인 안전보험에 확인해서 치료비를 보전받아야겠다.

 

재료 가게로 가서 스프링 쿨러 부속을 받아왔다. 10만원으로 4개를 작동시킬 수 있다. 아버지도 좋아하신다. 천재가 사서 보내 준 리이저 프린터도 작동이 잘 된다. 허겁지겁 마음이 주차장으로 간다. 땡볕인데 에어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온 몸이 땀으로 젖는데 약속시간에 늦을까 정신 없이 차를 몰았다. 결국 내가 이겼다. 모두들 시원한 차 안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