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두 시에 잠을 깼다가 두 시간을 유튜브 강의를 듣다가 간신히 잠이 들었다. 눈을 뜨니 7시(씸 우뜨라 семь утра) 반이다. 부랴부랴 논으로 자전거를 몰았다. 다행이도 찰벼논에는 적당량의 물이 차 있었다. 샌들을 신은 발로 이슬에 젖은 풀잎을 밟고 갔더니 발이 흠뻑 물에 젖는다. 메벼논으로 펌프를 돌려대고, 논을 감상할 새도 없이 참깨밭으로 들깨를 심으러 갔다. 좋은 아침, 도브라예 우뜨라 доброе утро
어머니는 벌써 남은 이랑을 다 심으시고 일어 서신다. 언제 심다 남은 양쪽 이랑을 다 심고 났더니 허리도 아프고 땀에 흥건하게 젖어서 더 이상 하고 싶지가 않다. 참깨밭에 들깨 모종을 심는 것은 작업 방식을 개선해 봐야 겠다. 너무 힘들다.
아직도 들깨는 다섯 판 정도 남아 있어서 반대쪽 이랑을 마저 채워서 심어야 한다. 다만 천천히 해도 된다. 고추밭으로 풀을 뽑으러 갔다. 잠깐 한 눈 파는 사이에 어마어마하게 자란 쇠비름(potulaca)과 바랭이가 제법 있다. 그래도 부직포를 잘 덮고 로터리를 여러 번 쳤더니 풀이 덜 성하다. 9시까지 일하고 아침을 먹고 포천에 새로 집을 지으시는 이모부댁으로 놀러 갔다가 온다. 즐거운 오후 도브르이 진 Добрый день.
일찍 일어나려고 일찍 잤는데 새벽에 깬 것은 열대야와 골프 연습 때문이다. 안쓰던 근육을 쓰니 몸을 뒤척이다가 힘이 들어 잠이 깨 버린다. 안그래도 열대야의 더위로 잠이 깊이 들지 못했는데 말이다.
9시 반에 농원을 출발해서 11시 반에 현장에 도착했다. 지하 1층 지상 2층의 콘크리트 건물로 멋진 집이 될 것이다. 광릉 수목원 앞이니 경관도 수려하다. 좋아하시는 막걸리와 맥주, 수박도 한 통 사다 드렸는데, 현장에서는 소화가 되지 않는다. 점심 식사를 대접해 드리고 몸살나지 않게 천천히 하시라 했다. 두 시가 조금 넘어서 쓰시던 고추 말뚝을 차에 가득 싣고 농원으로 돌아왔다. 땡볕에서 운전을 했더니 너무 피곤해서 한 시간 정도 쉬다가 여섯 시가 다 되어 나갔다. 고추 말뚝을 옮겨 놓고 헤르메스를 다시 실었다.
그리고는 들깨를 심으러 참깨밭으로 갔다. 모종이 한계에 다다랐는지 일부는 고개를 푹 숙이고 마른다. 물을 좀 주고 심는 구멍에도 물을 충분히 준 다음에 심었다. 튼튼한 모종들은 괜찮은데 시원찮은 녀석들은 앞으로 지속될 가뭄에 살아날 지 궁금하다. 조금 부지런을 떨면 아침 저녁으로 물을 줄 수 있을텐데 말이다. 여덟시(보씸 비예쳬라 восемь вечера)까지 겨우 한 이랑을 심었다. 심는 동안 모기들이 달라든다. 겨울용 청바지에 웃옷은 두 개를 겹쳐 입어서 침을 놓지 못한다. 그러다가 한 녀석이 버프를 뒤집어 쓴 얼굴을 공격한다. 재미를 보았는지 앵앵거리며 계속 달려든다. 할 수 없이 버프를 접어서 두 겹으로 얼굴을 가렸다. 방어에 성공했다.
일을 하다 부직포 깔린 밭에 누워서 파란 하늘을 본다. 구름이 흐르고 잠자리가 날고 세상의 모든 음악이 울린다. 모기 녀석들이 먹이가 나타났다고 앵앵거리며 달려들지 않았다면 한 잠 자도 좋을 지경이다. 선베드가 있었다면 참 좋았을 일하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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