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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논이라는 늪 속으로 깊이 빠져든다_180627

한국이 독일을 2:0으로 이겼다. 늦게까지 본 보람이 있다.


예초기를 물로 깨끗이 청소해 두었다. 훌륭한 농사꾼들은 장비 관리를 철저하게 한다고 한다. 그동안 그러지 못해서 여유 있을 때 한 번 부지런을 떨어봤다. 기분이 좋았다. 예초기는 점점 더 상태가 나빠졌다. 작업을 해서 과열이 되면 시동이 꺼져 버린다. 미리 가져가서 손을 볼까 하다가 다음 주에 한 번 더 작업을 해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논둑 풀베기 작업도 끝이 없다. 제초제를 뿌리지 않는 우리 논의 풀들만 훌쩍 커버리니 안 할 수도 없는 일이다. 한가롭게 풀을 벨 수만 있어도 다행스런 일이기는 한다. 논가의 풀들은 더욱 왕성하여 벼와 뒤엉킬 지경이다. 예초기로 베지 말고 손으로 다 뽑아내고 흙으로 발라 두어야 할 모양이다. 꽤 큰 일이어서 안 하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모양이다.


찰벼논의 중심부에 커다랗게 자란 풀들을 뽑으러 들어갔다. 걸어 다닐 때는 괜찮았는데, 풀을 뽑으며 지체하는 시간이 길어지니까 발이 점점 더 깊이 빠진다. 풀이 크게 자란 주변에는 작은 풀들이 물이 빠진 틈을 노려서 부지런이 몸을 키우고 있었다. 흙 속의 뿌리까지 같이 걷어내어 논밖으로 던졌다. 물을 깊이 대지 않으면 앞으로도 풀은 끊임없이 자라오를 것이다. 깊은 물 속에서 우렁이들이 웅크리고 있다. 장마가 끝나는 대로 물을 다시 깊이 대야 할 것이다. 7월 하순까지 스무 날 정도만 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쉬는 시간에 음악 방송을 듣는데, 라디오의 전파 수신 상태가 좋지 않아 직직 끓는 소리가 난다. 그 잡음 조차도 음악이라 생각하고 편안하게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