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본격 여름인 모양이다. 점심을 먹고 나서부터 에어컨을 껐다 켰다를 반복해야 했다. 켜면 춥고 끄면 덥다. 지난 주에 에어컨 3대를 모두 청소를 한 덕분에 상쾌한 바람이 나온다. 6월 중순까지는 뜨거웠어도 일을 하며 견뎌낼 수 있었는데, 이제는 창문조차 열 수가 없다. 뜨거운 바람이 훅훅 불어온다. 비가 내리지 않아 밭작물은 타버릴 듯한 모습이다. 까만 비닐과 부직포 속에 가두어 둔 습기 덕분에 고사는 면하고 있는 모습이다.
5월 11일에 모내기를 한 논의 모들은 이제 더 이상 모가 아니고 논에 뿌리 내린 벼가 되어간다. 짙푸른 녹색으로 옷을 갈아 입었다. 메벼는 확실하게 건강한 모습을 보인다. 찰벼도 제법 푸르게 변했지만 아직도 누런 병색을 완전히 거둬내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논에는 언제나 필요한 물이 공급되고 있어서 뜨거운 태양 속에서 잘 자라고 있다 할 것이다.
참깨가 참 잘 자랐다. 마늘을 캐낸 자리에 부직포를 덮어 풀이 자라지 않도록 했다. 햇볕을 쏘여야 소독이 될텐데 풀이 나는 것이 무서워 덮는다. 다섯 시가 넘었는데도 숨 쉬기 힘들 정도로 덮다. 그늘에 앉아 잠시 쉬었는데, 산모기들이 맹렬하게 달라든다. 옷을 두겹을 입어야 하는데, 일을 간단하게 하려고 하나만 입었더니 모기 바늘이 느껴져 제대로 쉴 수가 없다. 새들이 묘한 소리를 내며 날아간다. 예초기로 베었던 밭둑에 돋아난 풀들을 낫으로 베어내고, 구멍난 부직포 사이를 뚫고 나오는 풀들을 뽑다보니 한 시간 반이 지났다. 얼른 일을 정리하고 괭이를 들고 논으로 갔다.
다른 논들은 장마에 대비해서 물꼬를 완전히 열어 두었는데 우리 논에만 물이 가득하다. 남들과 다르면 왠지 불안한데, 남들과 다른 농법이니 어쩔 수가 없다. 지난 주에 베어 두었던 풀들이 논가로 잠기면서 실뿌리가 나는 것처럼 보였다. 괭이로 물에 잠긴 풀들을 전부 걷어내고 논둑을 밟아 주었다. 7개의 물꼬도 현재 수량 이상으로 차면 물이 빠지도록 물꼬를 최대한 낮추었다. 의자에 앉아 논을 바라보았다. 더웠다. 얼른 일을 끝내고 돌아왔는데도 8시가 다 되어서야 저녁을 먹었다. 향악당에 가서 공연 연습을 하느라 땀을 한 판 흘리고 왔다.
내일부터 이틀 동안 제법 많은 비가 내리는 장마가 온다고 한다. 논둑에 이상이 없으면 쉴 수 있을텐데. 마늘을 캐고 난 밭에는 말복이 지나고 배추 모종을 심어야 한다. 아침에 이장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우리집에 조합원이 몇 명이냐고 묻는다. 모두 세 명이라고 했다. 농협 조합원 1인당 배추 모 한 판이 무상배정될 예정이라고 한다. 만원도 되지 않지만 별도로 배추 모종을 살 필요는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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