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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구슬 같은 달이 뜨고, 뿌리가 깊어졌다_180627 쓰리다 среда

남산 위에 구슬처럼 작고 둥근 달이 떴다. 향악당에 가서 땀을 뻘뻘 흘리며 꽹과리와 북을 치고 왔다. 오랜 만에 북놀이를 하며 회전을 했더니 어지럽다. 수박을 안주로 소맥을 한 잔 하며 축구 경기를 본다. 독일처럼 분단 상태에서도 서신 왕래와 여행이 가능했으면 좋겠다. 영상 통화도 좋다. 아흔이 넘으신 이산 가족들의 아픔이 조금이라도 위로받을 수 있어야 한다.


오전은 빈둥거리며 놀다가 아버님 모시고 카드도 갱신하고 세탁소도 다녀왔다. 노는 시간은 정말 잘도 간다. 오후 4시가 되어 예초기를 들고 논으로 갔다. 벼 가까이 붙어 있는 풀들을 베어준다. 날을 갈 때가 됐는지 풀이 베어지는 것이 영 시원찮다. 지금까지 예초기가 이상없이 잘 작동해 줘서 고맙다. 점점 시동 걸기가 어려워 지는 것을 보면 곧 정비를 받아야 할 모양이다. 15만원 정도를 주고 사서 5년 정도 사용하고 있으니 잘 쓰고 있다.


풀을 베는데 땀이 온 몸에서 베어 나온다. 장마철의 습기와 여름의 고온이 만들어 낸 합작품이다. 샤워를 끝내고 얼굴을 보니 물기가 빠져서 약간 여위어 보인다. 몸무게는 여전히 71 kg 내외다. 건강이 잘 유지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물이 쪽 빠진 논이 걷기가 힘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걷기가 수월하다. 메벼논을 정리하다가 보니 두 번 심어진 곳의 벼들이 너무 빡빡해서 병이 들까 걱정이다. 스무 포기를 뽑아서 물이 깊어 모가 자라지 못한 곳으로 옮겨 심었다. 그렇게 저렇게 일을 하다 보니 8시가 다 되었다. 두 번의 휴식으로 4시간의 논 작업이 힘들었지만 견딜만 했다. 3주 전 정도에 베어 두었던 논둑에 다시 파랗게 풀들이 자라 올랐다. 참 잘 자란다.


풀이 자란 만큼 모들도 제법 뿌리가 깊어졌다. 모내기 한 지 벌써 47일이 흘렀다. 풀을 메지 않았다. 찰벼 논 중간에 흙이 높은 부분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몇 포기의 풀이 키를 키웠다. 내일 제거해 주면 된다. 어제 보수해 놓은 논둑이 오늘도 무사하다. 일한 보람이 있어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