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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벼농사는 20일 늦추고, 마늘 농사는 퇴비와 밑거름을 두 배 더하자_180620 쓰리다 среда

수확량이 딱 절반이어서 일의 양이 30%가 줄었다. 정확하게 계량할 수 없지만 그렇다. 마늘을 캤다.

 

두 수레 가득 차야 할 마늘을 수레 하나에 싣고 집으로 돌아온다. 수확의 기쁨 보다는 일을 끝냈다는 기쁨이 더 크다. 마늘 농사는 지난해 초겨울에 밭을 만들면서 시작되었다. 2m x 30m의 밭에다 퇴비를 뿌리고, 비닐을 덮은 다음에 마늘을 심고, 왕겨를 덮고(왕겨가 남아 있어서 소모하기 위해), 볏짚을 깦고 보온을 위해 두 겹의 비닐을 덮었다. 겨우내 비닐 속에서 싹을 틔운 마늘이 봄이 오면서 자라기 시작하는데, 시작부터 좀 시원찮았다. 퇴비가 부족한 것은 물론이고, 비료도 적었던 모양이다. 마늘은 같은 자리에 심어서 언제나 거름기가 충분해야 잘 자란다고 한다.

 

5월까지는 적당한 비에 잘 자란듯 하더니 6월부터 비가 내리지 않아서 이파리가 급속하게 말랐다. 죽은 듯 보이는 마늘대를 뽑아서 작게 여문 마늘을 된장 찍어 먹으며 맵고도 달아서 먹을만했다. 오늘 하루 종일 마늘을 캘 생각이었는데, 어제 저녁 병원에 다녀오는 동안, 어머니께서 비닐을 거둬놓으신 덕분에 금방 일이 끝났다. 9시부터 11시까지 마늘을 캐다가 논에 물을 대기 위해 갔다가 한 시간 동안 논에 붙잡혀 있었다.

 

모들이 비로소 파랗게 자리를 잡았다. 오늘로 모심은 지 40일이 되는 날인데, 모가 뿌리를 내리고 크는 모습이 느껴진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20일 정도 늦춰서 벼농사를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우렁이 농장에서도 6월 초에서 중순까지가 모내기의 적기라 한다. 우렁이들도 적당한 기온에서 더 일을 잘 하고. 그렇다면 4월 25일에 볍씨를 담그고 4월 30일에 볍씨를 뿌린 다음에 5월 23일에 써레질을 하고, 26일에 모내기를 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을까. 뭐 알 수 없는 일이다.

 

마늘 농사는 좀 더 많은 퇴비를 넣고, 밑거름용 화학비료도 쓴 다음에 마늘을 심어야겠다. 종자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일단 밭을 먼저 만드는 것으로 방향을 잡아야겠다. 벼농사는 모내기를 20일 정도 늦추는 것으로 하자. 그 시간에 기계를 빌릴 수 있을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봄 밭 농사를 끝내고, 벼농사를 시작하는 것이 맞는 순서로 보인다. 소맥 두 잔으로 더위에 지친 몸을 달래었다.

 

다섯 시까지 책 읽고 오카리나를 불며 쉬다가 논으로 갔다. 낫으로 작업을 할까 하다가 오전 작업도 쭈그려 앉아서 하는 작업이었는데 오후까지 그러면 허리와 무릎에 무리가 될 듯하여 예초기를 돌리기로 했다. 라디오는 마늘 작업을 하시는 어머니 들으시라고 틀어 놓았다. 전파 수신 상태가 썩 깨끗하지는 않다.  풀 베기를 한 지 3주 정도 된 것 같은데, 모와 만나는 논둑 안쪽의 풀들이 많이 자랐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 와 반달이 높이 뜨도록 일했다. 산들이 겹겹이 둘러친 속에서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돌아오는데, 발걸음이 그렇게 무겁지 않았다. 8시가 넘어서야 일이 끝났다. 대략 6시간을 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