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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조용히 바람부는 논을 바라 보았다_180614 취띄예르그 Четверг

재보선 12곳 중에 11곳, 광역자치단체 17곳 중에서 14곳을 민주당이 싹쓸이하고, 기초자치단체장도 151곳(전체 226)을 차지했다.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최순실을 시작으로 하여 홍준표 김성태를 거치면서 스스로 자멸했다. 별로 다르지 않은 유승민은 존재감도 없었다. 안철수는 한 때의 바람이었고 정치역량은 오히려 마이너스다. 


경기 일원에 심한 소나기가 내려서인지 차가 너무 밀려 농원에 12시가 넘어서 도착했다. 점심을 느긋하게 먹고 3시가 못되어 논으로 나갔다. 화학 비료는 적게 쓰려 했는데 모의 생육이 좋지 않아서 남겨 둔 비료를 추가로 뿌리기로 했다. 이곳 저곳을 둘러 보아 심하게 발육이 느린 곳에 주로 뿌려 주었다. 자르륵 자르륵 하얀 요소 비료가 논으로 빠지는 소리가 들린다. 한 시간이 채 못되어 일이 끝났다. 밭에 가서 일을 할까 하다가 그늘에 앉아서 조용히 논을 바라 보았다. 산들바람이 불어와 어린 모들을 흔들고 허수아비를 몸부림치게 한다. 때까치 두 마리가 오르락 내리락 사랑을 찾아 나른다. 높은 공중에는 두루미가 하얀 날개를 펴고 너른 들을 느긋하게 감상한다. 뭉클하여 한참을 바라보았다.


쉬다가 밭으로 갔다. 쪽파 심은 곳을 쇠스랑으로 파서 풀을 뽑은 다음에 퇴비를 뿌리고 이랑을 만드는 작업을 했다. 작업 넓이는 6미터 x 4미터로 8평이 안되는데도 네 번을 쉬었다가 할만큼 힘이 들다. 50마력 트랙터로 작업을 했다면 10분도 걸리지 않을 일이다. 힘은 들지만 묘한 쾌감이 있다. 작업량이 적어 끝을 안다.  쇠스랑질과 괭이질을 할 때는 땀이 나고 팔도 아프지만 의자에 앉아 쉬고 있으면 시원하고 평화롭다. 역시 일은 만만한 일을 해야 한다. 힘겨우면 힘들다.


윗 집 마늘밭에서 마늘을 캐 오셨다. 거름과 물관리를 잘 해서 튼실하다. 부러운 일이다. 그래도 여름 농사철을 이렇게 한가로이 보낼 수 있다면 더할 수 없는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