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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예초기는 왼나사다_180615 뺘뜨니쨔 пятница

여덟 평 여섯 개의 이랑을 괭이로 작업하고 새벽에 허리가 아프다. 느껴질 정도의 통증이라 큰 문제는 아니다. 만들어 놓은 이랑에 비닐을 씌울까 하다가 쥐똥나무 가지치기를 하기로 했다. 예초기의 칼날을 바꿔야 하는데 볼트가 풀리지 않는다. 왼나사인지 오른 나사인지 알 수가 없다. 아버지가 렌치로 칼날을 잡아주셔서 간신히 볼트를 풀어낼 수 있었다. 왼나사다.


가지치기가 조금 이른 느낌도 든다. 너무 늦으면 작은 말벌들이 무성한 쥐똥나무 잎 속에 집을 지어놓는데, 그 때 가지치기를 하면 말벌들의 공격을 받는다. 8월까지 잎이 번성하지 않는다면 말벌들이 오지 않을 것이다.


쥐똥나무는 먼저 세로로 작업을 해서 가지런하게 벽을 만들고 윗부분의 새로난 가지들을 잘라내어 마당에 햇볕이 잘 들게 전지해야 한다. 전지 가위로 슬슬 작업하는 멋진 모습을 상상해서는 안된다. 그렇게 작업을 하면 일주일도 더 걸리고 몸살이 나서 쓰러지게 된다. 예초기가 들어갈 수 없는 좁은 곳에서나 전지 가위로 작업을 해야 한다.


마당을 한 바퀴 돌고 나서 휴식을 취한다. 가을 날씨처럼 맑고 쾌청한 하늘이다. 논에서 풀을 뽑느라 뒹굴지 않아도 되니 여유가 있다. 다시 한 번 우렁이들에게 트랙터에게 8일의 나에게 고맙다. 트럭을 도로에 대고 짐칸에 올라서서 길가의 쥐똥나무 윗부분 가지치기를 한다. 50미터 정도되는 길이인데, 5미터 작업하고 트럭을 이동해야 한다. 한 사람이 운전을 해 주면 되는데, 홀로 두 사람 몫을 하자니 매우 힘겹다. 모든 농사일은 둘 또는 셋이 함께 해야 효율이 좋다. 힘들지만 오늘 중으로 끝내고 싶어서 부지런히 일을 해 본다. 여유도 부리면서.


트럭을 오르내릴 때마다 껐다가 다시 켜는 예초기의 시동이 불안하다. 과열이 되면 시동이 안 걸리는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시동을 끄지 않고 트럭을 이동한다. 어깨는 짓눌리고 팔은 떨리고 몸속으로 튀어들어오는 나뭇가지들이 몸을 괴롭힌다. 일의 후반부로 갈수록 휴식을 더 많이 취하면서 여유를 부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지나가는 이웃들과 인사를 해야 하고, 통과하는 차들을 위해서 차를 비켜주었다가 돌아와서 다시 작업을 해야 한다. 더위와 피로에 지쳐갈 때 쯤 해서야 일이 끝났다. 뒷 마무리로 가지 자른 것들을 쓸어서 한쪽에 모아야 하는데 그냥 두고 세차를 했다. 찬물을 뒤집어 쓰며 세차를 했더니 약간 여유가 생긴다. 시간에 쫓기며 일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 사이에 어머니께서 어제 만들어 놓은 이랑에 비닐을 씌워 놓으셨다. 많이 지쳐 보이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