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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사는 이야기

결핵균은 없으나 폐 모양이 이상합니다_180619 프또르닉

"결핵균은 없습니다. 그런데 폐의 모양이 이상합니다. 한 번 더 저선량 CT를 찍어 모양을 비교해 봅시다."


지난 해 7, 8월 경부터 시작된 증상은 미약했지만 무시할 수 없었다. 전부 해야 열 번 남짓이고 아주 적은 양의 피가 기침을 동반한 가래에 섞여 나오는 것이었다. 금왕과 서울을 오가며 엑스레이와 저선량 CT, 기관지 내시경, 결핵균 등 다양한 검사를 했지만 확증이 나오지 않았다. 다행이도 지난 4월 이후로 증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두 달 남짓의 기간만 안전하게 지났기 때문에 이상이 없다라고 확신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작년은 고통스러운 노동의 시간이었다. 성공한 것처럼 보였던 우렁이 농법을 믿었는데, 살포한 우렁이들이 잿물 또는 오리들에 의해 전멸당하면서 5월말부터 7월말까지 두 달 동안 땡볕에서 김메기를 해야 했다. 젊은 나도 힘들어서 7월말에는 논을 팽개치고 여행을 떠났으니 아버지는 어떠셨으랴. 그 직후에 아버지의 몸에서 이상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이를 잊고 과로하신 후유증일 것이다. 지난 4월에도 봄 일을 하시면서 과로하셨다. 최근 두 달은 작년과 4월에 비하면 거의 일을 하지 않고 쉬시는 상태라 체력이 회복되신 것으로 짐작한다.


설렁탕 그릇을 비우며, '결핵균은 없다'에 집중하기로 했다. 모양이 이상한 원인을 찾아 보자는 의사의 성심이 오히려 부담스럽지만 마음 편하게 한 번 더 진료를 받아보기로 했다.


도종환의 시 한 편 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 어디 있으랴